
피터 파슨(Peter Parson)
인도태평양 해양영역인식 파트너십(IPMDA)이 역내 안보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계속 부상함으로써 호주·인도·일본·미국 쿼드 4개국이 공식 동맹 체결 없이도 효과적인 안보 협력이 가능함을 입증하고 있다. 해양영역인식 강화에 중점을 둔 인도태평양 해양영역인식 파트너십은 세계에서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해역 중 하나인 인도태평양에서 안보 과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그 중요성이 입증되고 있다.
2022년 도쿄에서 열린 쿼드 정상회의에서 출범한 인도태평양 해양영역인식 파트너십은 인도태평양 파트너국에 통합된 준실시간 해양영역인식 역량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해당 이니셔티브는 위성 기반 추적 서비스를 활용하고 인도·싱가포르·솔로몬 제도·바누아투의 지역 센터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융합하여 불법 어업, 밀수, 무단 해양 활동 등에 대응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승인한 1,794억 원(1억 3,100만 미국 달러) 규모의 대(對)인도 대외군사판매는 인도태평양 해양영역인식 파트너십의 목표 달성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군사판매 패키지에는 시비전(SeaVision) 소프트웨어와 호크아이 360(HawkEye 360)의 RF 위치추적 시스템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인도의 해양 감시 역량을 크게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해군 소속 태평양해군정보전쟁센터(NIWC)에 따르면, 시비전은 위성영상,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연안 레이더 등의 데이터를 통합해 역동적인 해상 상황도를 생성한다. 이를 통해 위성중계기를 끄고 불법적으로 운항하는, 이른바 ‘어둠의 선박(dark shipping)’을 효과적으로 탐지할 수 있다.
태평양해군정보전쟁센터 관계자인 존 스미스(John Smith)는 미국 해군 성명을 통해 “이번 이니셔티브는 미국과 인도의 강력한 파트너십과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향한 양국의 공동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하며, “인도에 최첨단 해양영역인식 도구를 제공함으로써, 인도가 자국 감시 능력을 물론, 역내 안보에 기여할 수 있는 역량이 강화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번 대외군사판매는 조약 체계에 구애받지 않는 쿼드 협력의 유연한 성격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인도는 전략적 자율성을 중시해 온 오랜 기조에 따라, 공식적인 안보 동맹에는 참여를 꺼리는 경향을 보여 왔다. 인도태평양 해양영역인식 파트너십은 이러한 입장은 존중하면서도 공동의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협력 플랫폼을 제공한다.
랜드연구소(Rand Corp.)의 선임 정치학자인 제프리 호눙(Jeffrey Hornung) 박사는 공동 인식 체계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포럼과의 인터뷰에서 “해양영역인식을 공유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미국 동맹국인 일본이나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과 교역을 해상 교통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국가들에겐 더욱 그렇다.”라고 말하며, “안보 측면에서 이는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의 활동을 감시하는 것과 직결된다.”라고 덧붙였다.
호눙 박사는 인도를 이러한 협력 체계에 포함하는 것이 갖는 전략적 가치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인도는 주요 해양 강국으로, 동남아시아 서쪽에서는 사실상 가장 큰 해양 세력이라 할 수 있다. 인식 공유을 위한 노력에 인도가 동참하게 되면 감시 범위가 아프리카 인접 해역까지 확장될 수 있다. 역내 인식이 더 넓어지는 건 모든 국가에 이익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인도태평양 해양영역인식 파트너십은 쿼드 외 국가들의 해양 안보 역량을 강화하는 데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참여국들은 국제법을 기반으로 한 협력적 안보 환경 조성에 필요한 장비와 훈련을 지원받는다.
태평양해군정보전쟁센터의 로버트 렌드베이(Robert Lendvay) 대외군사판매 책임자는 이 이니셔티브의 전략적 의의를 강조했다. 그는 “이번 군사판매 승인은 인도를 핵심 인도태평양 파트너국으로서 전략적으로 신뢰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동시에, 쿼드 회원국 간 방위 협력이 증진되고 있음을 반영한다.”라고 밝혔다.
호눙 박사는 쿼드의 이러한 비공식적이고 유연한 협력 방식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유연성이 핵심이다. 공식 조약 동맹과 달리, 쿼드 체계는 각국의 이해관계와 역량에 따라 상황별로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다.”라고 포럼에 전했다.
공세적인 국가 행위부터 환경 위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해양 과제에 직면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인도태평양 해양영역인식 파트너십은 기술 공유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전략적 파트너십이 어떻게 역내 안정을 강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유연한 협력과 기술 통합을 통해 쿼드 국가들은 안전하고 개방적인 해양 영역을 위한 공동의 비전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피터 파슨은 뉴질랜드 해밀턴에서 활동하는 포럼 기고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