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급변하는 북극 정세 속 주시해야 할 국가 중 하나로 부상

조시 ‘벅시’ 시걸(Josh “Bugsy” Segal) 박사
북극의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리면서 이 지역의 전략적·경제적 잠재 가치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천연자원 채굴과 유럽 등지로 향하는 해상 직항로의 수익성 전망도 확대되고 있다.
1920년 체결된 스발바르 조약(Svalbard Treaty)은 북극 북서부에 위치한 동명의 제도에 대한 노르웨이의 주권을 인정한 협정으로, 공식 채택된 지 10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유효하다. 이 조약은 천연자원 채굴과 과학 연구를 포함한 상업적 목적으로 스발바르 제도 및 인근 해역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 중에는 호주, 캐나다, 중국, 인도, 일본, 뉴질랜드, 북한, 러시아, 한국, 미국이 이 조약에 서명했다.
스발바르는 그 지리적 위치로 인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과 러시아로 향하는 해상 항로의 전략적 요충지 역할을 한다. 3년 전만 해도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억측으로 간주되었을 것이다. 군사 전략가들 또한 북한이 스발바르를 통해 러시아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회의적 시각은 잘못된 판단이었다. 북한은 40여 개 스발바르 조약 회원국들과 마찬가지로 이 지역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자원 채굴과 연구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빙하가 녹으면서 이러한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북한은 2016년 스발바르 조약에 서명한 이후, 해당 권리를 전면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를 통해 “스발바르 제도에서 경제 활동 및 과학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국제적 보장을 확보했다.”라고 보도했다.
스발바르 지역에는 석탄을 비롯한 다양한 천연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다. 이 지역에는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Svalbard Global Seed Vault)도 위치해 있으며, 북한은 해당 프로젝트에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경제 활동’을 목적으로 스발바르 지역에 상시 주둔하는 나라는 노르웨이와 러시아뿐이나, 스발바르 연구(Research in Svalbard)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아시아 11개국이 이곳에서 과학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중국, 인도, 일본, 한국은 자체 연구 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점점 항해가 가능해지고 있는 북극해 항로(NSR)의 경제적 잠재력에도 주목하며, 이를 러시아행 물자 수송에 활용하고 있다. 북극해 항로는 아시아와 유럽 간 수송 거리를 크게 단축해 운송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다 준다.
역내 관측통들은 북한이 스발바르의 천연자원에 다른 조약국들과 동일한 접근 권한을 가진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스발바르 조약은 군사 활동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음에도, 많은 국가들은 여전히 중국의 연구 활동, 특히 인민해방군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일부 기관들의 활동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자국을 ‘근북극(near-Arctic) 국가’라고 규정하는 중국은 북극이사회 포럼의 38개 옵서버 국가 및 기구 중 하나다. 다만 중국은 캐나다,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러시아, 스웨덴, 미국 등 8개 정회원국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북극이사회는 관할권을 행사하는 기구는 아니지만, “북극 지역의 협력을 촉진하는 대표적 정부 간 포럼”임을 자처하고 있다.
최근 보고서들은 북한이 북극에 관여하는 활동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한다. 북한은 스발바르에 대한 영유권을 공식적으로 주장하거나 상설 거점을 설치하지는 않았으나, 북극 항로와 자원 채굴에 대한 관심을 적극 표명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해상 항로 확보와 미개척 자원을 둘러싸고 경쟁 중인 다른 국가들의 행보와 맞물려 있다. 북한이 아직 스발바르에서 조약상 권리를 전면적으로 행사하지는 않고 있으나, 이 지역에 대한 북한의 관심은 복합적이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북극의 지정학적 현실과 자원 경쟁 구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따라서 군사 분석가들과 전략 연구자들은 이러한 정세 변화에 대해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급변하는 북극이라는 개척지에서 안정을 도모하는 국가들에는 북한의 북극 진출 의지에 내포된 함의를 보다 넓은 전략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시걸 박사는 미국 국방부 소속의 독립 선임 고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