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통 사안오세아니아특집 기사

주요 통신선

동맹국과 파트너국, 해저 통신 케이블 보호 위한 협력 주도

포럼 스태프

전세계가 전쟁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던 1914년 11월, 독일 상륙 부대가 디렉션 섬으로 향하는 것은 이상한 움직임처럼 보였다. 호주와 스리랑카 사이 동인도양에 위치한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코코스 환초의 일부인 이 작은 땅은 북해의 빌헬름스하펜에 있는 독일 제국 해군의 주요 항구에서 11,0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순양함 SMS 엠덴호를 타고 와 목조 부두로 상륙한 약 50명의 병력에게는 엄청난 전략적 가치가 있는 목표였다.

이 섬은 멀리 떨어져 있는 영국의 행정 허브를 연결하는 초기 해저 통신망의 중계 지점이었다. 푸른빛 물 아래를 가로지르는 통신 케이블은 인도양 반대편으로는 모리셔스 섬까지 그리고 호주 서부의 퍼스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엠덴 호의 1등 항해사는 그의 회고록에서 그의 부하들이 “지렛대, 도끼, 끌 및 기타 유사한 도구를 사용하여 단단한 케이블 위에서 작업을 시작했던” 모습을 회상하며 “내가 받은 지령은 디렉션 아일랜드에 있는 무선 전신 및 전신국을 파괴하는 것이었다”고 기록했다.

오늘날, 600여 개의 케이블 시스템이 마치 신화 속 뱀처럼 해저를 가로지르며 뻗어있다. 광섬유 네트워크의 길이는 140만 킬로미터로 지구를 35바퀴 돌 수 있는 길이다. 여기에는 캘리포니아에서 태국만까지 이어지는 2만 킬로미터 길이의 아시아-아메리카 게이트웨이 케이블도 포함된다. 2026년에는 인도 태평양과 남아메리카를 연결하는 최초의 해저 케이블이 운영을 시작하여 프랑스령 폴리네시아를 거쳐 호주와 칠레를 잇게 될 예정이다. 정원 호스 정도의 두께밖에 되지 않는 이 주요 통신선들이 전세계 데이터 트래픽의 95% 이상을 전송하고 있다. 이와 같은 디지털 동맥 없이는 금융 거래, 국가 기밀, 소셜 미디어 게시물, 인터넷 검색, 군 명령, 먼 곳에 있는 사랑하는 이에게 보내는 이메일 등 글로벌 커뮤니케이션과 상거래가 모두 실패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해저 전신 케이블이 처음 메시지를 전송한 175년 전부터 지금까지, 해저 통신 케이블 확보는 필수였다. 24여개 국이 서명한 1884년 해저 전신 케이블 보호를 위한 국제 협약에 따르면, “해저 케이블을 고의 혹은 과실로 손상시켜 전신 통신을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방해하거나 차단하는 것은 처벌 가능한 범죄”에 해당한다.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이와 같은 우려가 희석되지는 않았다.

한국국방연구원 소속 유지훈 연구원은 2024년 7월 디플로매트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경제 성장은 물론 사회 발전까지 가능케 한 연결성을 제공해온 해저 케이블은 이 디지털 시대에 주목받지 못하는 영웅과도 같다.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도 해저 케이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그러나 이토록 중요한 인프라의 안보가 자연재해, 지정학적 긴장, 악의적 행위에 의해 점점 더 위협받고 있다. 이와 같은 어려움을 해결하려면 각국의 전략, 지역적 협력, 기술 혁신, 강화된 법적 프레임워크를 통합시키는 등 포괄적이고 협력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914년 11월, 독일 제국 해군이 인도양의 디렉션 섬에서 해저 통신 케이블을 절단한 후, 호주 선원들이 그 절단된 끝을 지키고 있다. 호주 전쟁기념관

지진으로 인한 단절

마치 SOS 신호를 보고 항해를 준비하는 선박처럼, 인도 태평양 전역은 물론 그 너머에 존재하는 동맹국 및 파트너국들은 해저 케이블의 연결성을 확장하고, 인프라를 강화하며, 악의적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이니셔티브들을 활용하여 이와 같은 조난 신호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이와 같은 프로젝트에는 케이블을 검사하고 모니터링하는 무인 잠수정, 지역 연구 및 정책 개발 센터, 케이블이 공격을 받거나 손상될 경우 위성을 통해 통신 경로를 변경하는 하이브리드 네트워크 등이 있다. 한편, 차세대 케이블은 지진이나 쓰나미 조기 경보 제공이 가능한 기후 및 위험 모니터링 센서를 갖추고 있다. 불의 고리로 알려진 4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지진 불안정대를 따라 자리하고 있는 인도 태평양 지역에 있어 이와 같은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이와 같은 노력 중 다수가 민관 협력이나 다국적 협업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들은 해저 케이블의 취약성과 이에 따라 전세계 통신이 얼마나 쉽게 중단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련의 사건 이후 출범되었다.

2022년 1월, 남태평양 내 수중 화산이 사상 최대 규모로 폭발하면서 통가와 외부 세계를 이어주는 840킬로미터 길이의 해저 케이블이 끊어진 적이 있었다. 섬 국가인 통가의 시민 10만 6,000명은 재난 발생 이후 수주간, 민간인과 군인들이 연결을 복구하기까지 인터넷 없이 생활해야 했다.

이후 2022년 2월,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이는 도발없이 자행된 공격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내 가장 큰 갈등을 촉발했고, 세계 경제에도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보다 한 달 앞서 영국의 최고 군사 장교는 “러시아 잠수함과 수중 활동의 막대한 증가”에 대해 경고했었다. 토니 라다킨(Tony Radakin) 대장은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로 인해 러시아가 “해저 케이블이라는 세계의 실제 정보 시스템을 위험에 빠뜨리고 잠재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며, “러시아는 해저 케이블에 위협을 가하고, 잠재적으로는 해당 케이블들을 자신들의 의도대로 이용할 수 있는 능력까지 키웠다”고 밝혔다.

해저 케이블을 파괴하려는 모든 시도는 전쟁 행위로 간주될 수도 있다고 라다킨 대장은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내 전투가 격화되던 2023년, 중국공산당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며 무력으로 합병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대만에 대해 강압 작전을 강화했다. 미국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의 수석 연구원 엘리자베스 브로(Elisabeth Braw)는 2023년 2월 포린 폴리시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의 어선과 화물선이 자치 지역 대만의 마쭈 열도와 다른 군도를 연결하는 두 개의 해저 통신 케이블을 절단했을 때, 그 행위는 “중국이 자행하는 특정 국가를 겨냥한 괴롭힘, 혹은 대만 전체를 차단하기 위한 준비 활동”의 특징을 띠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케이블 파괴가 우리 시대에는 봉쇄 행위가 될 수 있다. 이것이 과거 세대의 봉쇄와 다른 점은 은밀하게 수행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렌더링 이미지에 나오는 일본 제조업체 가와사키의 자율 잠수정은 해저 케이블을 모니터링, 수리 및 보호한다. 가와사키

메시지 전송

케이블 수리선이 마쭈 지역 거주민 1만 3,000명의 통신을 복구한 지 불과 몇 주가 지나지 않은 2023년
5월, 호주, 인도, 일본, 미국의 지도자들은 케이블 연결 및 복원력을 위한 4자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이들은 해당 민관 협업에 역량 구축 및 기술 지원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 협업을 통해 “신뢰할 수 있고 안전한 케이블 시스템을 개발하고, 인도 태평양 지역 내 더 나은 인터넷 연결성과 복원력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은 지역 사업의 일환이다.

• 2023년 6월, 북대서양조양기구(NATO)는 중요 해저인프라 안보를 위한 해양센터를 영국에 설립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조치는 발트해의 가스 파이프라인에 대한 공격이 발생하고 북극해의 해저 케이블이 갑작스럽게 끊어진 데 따른 것으로, 이로 인해 32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안보 동맹인 NATO는 해상 순찰을 강화하게 되었다. NATO의 고위 간부 한스-베르너 비르만(Hans-Werner Wiermann) 중장은 기자들에게 “위협이 커지는 중”이라며, “러시아 선박들은 우리의 주요 해저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맵핑하고 있다. 러시아가 서방 국가들의 삶을 교란시키고자 해저 케이블 및 여타 주요 인프라를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 마찬가지로 2023년 중반에 아세안 회원국 10개국과 미국은 해저 케이블 시스템과 기타 디지털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 테크 분야 대기업 구글은 태평양 도서국 위해 해저 케이블 프로젝트를 확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피지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를 호주 및 미국과 잇는 남태평양 커넥트 프로젝트는 호주와 미국이 자금을 지원한다. 시티베니 라부카(Sitiveni Rabuka) 피지 총리는 2023년 10월 성명에서 “우리의 공동 비전은 피지뿐만 아니라 태평양 지역 전체와 그 너머를 위해 더욱 상호 연결되고 강화된 디지털 미래를 열어줄 길을 닦는 것”이라고 말했다.

• 2024년 5월, NATO의 중요 해저 인프라 네트워크 창립 회의에서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드론, 센서 등을 통해 위협을 억제하고 이에 대한 방어를 하기 위한 정보 공유 및 상황 인식 강화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 NATO 옌스 스톨텐베르그(Jens Stoltenberg) 사무총장은 “해저 인프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의존도가 증가하고 있음은 그에 대한 안보를 훨씬 더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NATO는 우리 동맹국들의 독보적인 군사 역량, 광범위한 첩보 네트워크 및 운영 전문성을 고려해보았을 때, 더 중대한 역할을 맡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로부터 두 달 후, 호주는 케이블 연결 및 복원력 센터를 출범했으며, 향후 4년간 약 173억 원(1,200만
미국 달러)을 훈련, 기술 지원, 연구 및 정부-산업 프로젝트에 투자할 계획이다. 페니 웡(Penny Wong) 호주 외무 장관은 “이번 조치는 우리 지역의 번영과 안보에 꼭 필요한 것”이라며, “이 센터를 통해 호주가 케이블 연결성 및 복원력을 위한 4자 파트너십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 해당 파트너십은 인도 태평양 지역의 가장 시급한 문제 대응에 있어 4개국에서 기울이는 역내 노력을 입증하는 중요한 사례”라고 말했다.

2024년 9월, 4개국은 같은 달 델라웨어에서 열렸던 정상회의를 통해 각국 지도자들이 인도 태평양 내 해저 케이블 설치를 위해 약 2,013억 4,800만 원(1억 4,000만 미국 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또한, 미국은 25개국 1,300여 명의 통신 관계자에 역량 구축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인도는 역내 전역에 걸친 케이블 유지 및 보수 역량 확대 가능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와 같은 투자들은 “모든 태평양 도서국이 2025년 말까지 기본 통신 케이블 연결을 달성하는 것을 지원한다”고 지도자들은 발표했다.

안전한 통신

통신 모니터링, 예측, 및 맵핑을 위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미국 기업 텔레지오그래피에 따르면, 14조 3,960여 억 원(100억 미국 달러) 규모의 가치가 있는 30만 킬로미터 길이의 해저 통신 케이블이 2023년부터 2025년 사이에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와 같은 성장은 20년 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주로 온라인 검색, 동영상 및 소셜 미디어에 대한 수요가 주도했다. 일례로, 텔레지오그래피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와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은 2018년 이래 지금까지 각각 15개, 26개의 해저 케이블 시스템에 투자했다. 구글은 또한 남미와 인도 태평양을 연결하는 획기적인 훔볼트 케이블 시스템 프로젝트를 위해 칠레와 협력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이 혁신적인 프로젝트가 두 지역의 “디지털 연결성 및 세계 경제와의 통합”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멜버른 대학교 호주 인도 연구소의 방위 프로그램 소속 사무엘 배쉬필드(Samuel Bashfield) 연구원은 2024년 7월 호주 해양 및 대양 문제 저널에 기고한 ‘해저 통신선 방어하기(Defending seabed lines of communication)’라는 글에서 “위성 데이터 전송 용량이 그 어느 때보다 향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저 케이블의 짧은 지연 시간, 속도 및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인해 이와 같은 해저 연결은 앞으로도 인터넷과 디지털 통신의 중추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와이에 위치한 외교 정책 연구소 퍼시픽 포럼이 발표한 2024년 2월 분석에 따르면 미국은 프랑스, 일본 등과 함께 해저 케이블 공급 및 설치를 선도하는 글로벌 리더 국가다. 중국은 일대일로 인프라 계획의 파생 사업을 통해 수익성 있는 시장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미국과 동맹국 및 파트너국들이 공동의 이익을 위해 접근성 확대와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이러한 동기는 이타주의와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하고 있다. 허술하고 미완성에 그친 프로젝트, 부채에 시달리는 수혜국들, 주권 훼손과 같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여파에서도 볼 수 있듯, 중국공산당이 해저 케이블 및 기타 디지털 프로젝트에 개입하려는 시도는 혼란과 피해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국제 연구 및 분석 기관인 아티클 19가 2024년 3월에 발간한 보고서 ‘디지털 실크로드: 중국과 인도 태평양 내 디지털 억압의 부상(The Digital Silk Road: China and the Rise of Digital Repression in the Indo-Pacific)’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중국은 [광섬유] 및 위성 시스템, 5G, 클라우드 컴퓨팅, 디지털 경제, 스마트 시티 및 기타 신흥 기술과 같은 통신 인프라에 대해 불투명한 파트너십 협정을 추진해 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해당 보고서는 “이와 같은 인프라는 사용자 데이터에 액세스하거나 온라인 콘텐츠를 필터링 또는 차단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의 국내 디지털 생태계와 정보통신기술(ICT) 법적 프레임워크는 잠재적으로 디지털 독재 정권에 대한 틀을 제공한다”며, 그러한 현실을 고려해볼 때 “이 [해저 케이블] 인프라에 대해 더욱 큰 통제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중국의 목표는 … 정보 흐름 및 안보에 대한 의문을 일으킨다”고 덧붙였다.

인도 태평양 국가들은 부쩍 중국의 접근을 일종의 트로이의 목마로 보고 있다. 중국의 한 국영 기업은 여러 태평양 도서국을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 시스템을 제안했는데 호주, 나우루 및 미국이 이에 대한 안보 위험을 경고한 후 2021년에 폐기된 바 있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 법에 따르면 기업들은 중국의 첩보 및 공안 당국에 협조해야만 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호주, 일본, 미국은 키리바시, 미크로네시아, 나우루를 연결하는 동미크로네시아 케이블에 대한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국제개발처는 해당 프로젝트가 “10만 명 이상을 연결하는 더 빠르고, 품질이 좋으며, 더 믿을 수 있고 안전한 통신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4년 9월, 로이터는 미국 관계자들이 베트남에서 2030년까지 10개의 해저 케이블을 설치하기 위해 중국 국영 기업을 선택할 경우 방해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베트남과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HMN 테크놀로지라는 기업에 대해서만큼은 제재를 가했다.

한국국방연구원의 유지훈 연구원은 디플로매트 지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의 해상 확장 및 남중국해 내 영유권 분쟁 지역에 대한 군사화는 이미 안보에 취약한 환경에 더욱 복잡성을 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케이블 경로 및 육양점을 둘러싼 갈등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해저 케이블에 대한 통제는 정보 및 통신 우위 측면에서 전략적 이점을 제공할 수 있으므로 지정학적 갈등에서 주요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17년, 스페인 북부 해변에 한 운영사가 광섬유 케이블을 고정시키고 있다. 이는 유럽과 미국을 연결하는 6,600킬로미터 길이의 마레아 해저 케이블 시스템의 일부이다. AFP/GETTY IMAGES

역사적 교훈

코코스 전투는 하루도 채 안돼서 끝났지만 호주 군사 역사에는 이름을 남겼다. 유럽에서 수개월간 이어진 갈등 속에서 약 3만 명의 병력을 태운 소함대의 일부였던 호주 왕립 해군 경순양함 HMAS 시드니 호는 무선 통신수의 조난 신호를 통해 독일군의 공습을 알게된 후 디렉션 섬으로 항로를 변경했다. 몇 시간 만에 엠덴 호에 있던 살아남은 적군들은 포로가 되었고, 시드니의 외과의는 지휘관에게 그들의 배에 “큰 구멍이 뚫려 있고, 갑판을 돌아다니는 것도 힘들며, 불에 타서 파괴되었다”고 보고했다. 더 이상 엠덴 호는 인도양 내 군함과 상선에 위협을 가할 수 없었다. 당시 창설된 지 얼마되지 않았던 호주 왕립 해군은 첫 번째 전투에서 승리하게 되었다.

케이블 기지를 노렸던 공격이 그렇게 성과 없이 끝났다. 서부 호주 해양 박물관에 따르면, 코코스 환초 근처에 엠덴 호가 있다는 보고에 우려를 느낀 무선 통신사들은 여분의 장비를 백업으로 묻어 두었다고 한다. 그 사이 침입자들은 세 개의 해저 케이블 중 하나만 끊을 수 있었고, 이마저도 금세 수리되었다. 다음날 해당 기지는 다시 전 세계로 통신을 흘려보냈다.

1세기 이상이 지난 지금, 디렉션 섬 사건은 해저 케이블의 전략적 가치뿐만 아니라 데이터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흐름을 보장하기 위해 경계, 대비 및 대응 메커니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준다. 이 역사적 교훈은 동맹국과 파트너국들이 대만 해협에서 발트해에 이르기까지 중국 및 러시아와 관련된 선박들이 연루된 의심스러운 케이블 절단 사건을 마주하며 새로운 동력을 얻고 있다. 2025년 1월, 러시아 선박이 발트해의 에너지 및 통신 인프라를 파괴했다는 의심이 제기되자 NATO는
‘발틱 센트리’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NATO는 해당 지역 내 주둔을 강화했는데 여기에는 해상 순찰기, 호위함 및 해군 드론의 배치와 엄격한 법 집행 등이 포함된다. 마크 뤼터(Mark Rutte) NATO 사무총장은 “선장들은 우리 인프라에 대한 잠재적 위협이 승선, 압류 및 체포와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퍼시픽 포럼 분석 보고서는 세계적 격변의 시대에 유사 입장을 가진 파트너국들 또한 이 중요한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해 “강력하고 효율적인 인도 태평양 프레임워크”를 구축하고자 협력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협력적 프레임워크를 수립하는 4개국의 능동적인 입장에서도 잘 드러나듯,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 직면하여, 글로벌 연결성에 있어 해저 케이블이 지녀온 오랜 명성과 중요한 역할은 이를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는 새로운 필요성을 더욱 강조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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