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럼 창립 50 주년 기념
세바스찬 케바니(Sebastian Kevany) 박사. 대니얼 K. 이노우에 아시아 태평양 안보 연구 센터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하는 21세기 건강, 기후, 경제, 사이버 및 해양 안보 문제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방부를 비롯한 정부 기관들은 부서 간 장벽을 허물고 있다.
정부 기관들은 사회, 경제, 정치,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며,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각국 정부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부처와 기관을 지정했으나, 이들 기관은 대체로, 때로는 의도적으로 제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되었고, 그로 인해 원활한 소통과 협력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단순히 문제의 복잡성이 증가했기 때문이 아니라, 기관 간 협력 대응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났다. 이러한 협업 중심의 접근 방식은 목표 달성을 위해 긴밀한 파트너십과 상호운용성을 갖춘 조치를 실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이러한 대응 전략은 단기적인 결과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인 영향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사회 전반에 걸친 효과적인 협력을 위해서는 미국과 그 동맹국 및 파트너국들이 국방 자산과 병력을 운용하는 방식에서도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군대가 그런 문제에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는 단순히 군의 핵심 임무 수행 능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여겨졌을 뿐만 아니라, 임무별로 구분된 거버넌스 체제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본적인 역량조차 갖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마이클 페더슨(Michael Feddersen) 이병/미국 해군
목적 지향적 통합의 대두
독립적으로 행동하려는 경향에도 불구하고, 군 사령부는 전통적으로 비군사적 이니셔티브에 자원을 적극적으로 투입하는 방식에 적응해 왔다.
많은 군부대와 군인이 주요 임무에서 보조적 역할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서 이러한 변화가 가능해졌다. 가장 주목할 만한 사례는 인도주의 지원 및 재해 구호의 발전이다. 지난 50년간, 전통적인 군사 자산을 활용해 비전통적인 대응을 수행하는 수많은 이니셔티브가 실행되었다. 여기에는 자연재해 및 극단적 기상이변 발생 후의 지원, 난민과 이민자 보호, 공중보건 및 기타 인도주의적 문제에 대한 대응 등이 포함된다. 일례로 2005년 10월에 규모 8.0의 강진이 파키스탄을 강타한 후 북대서양조양기구(NATO) 병력이 즉각 대응에 나섰다. 미국 국방부 하와이 재난 관리 및 인도주의 지원 선도 센터에 따르면, 미국 인도 태평양 사령부는 해당 지역에서 다수의 인도주의 지원 및 재해 구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1991년부터 2024년까지, 미국 인도 태평양 사령부는 2004년 인도양 지진 및 쓰나미, 2011년 일본 지진 및 쓰나미, 2013년 필리핀 태풍 하이옌 대응을 포함해 총 44건의 구호 임무를 수행했다.
2004년 인도양 재난 당시에는 ‘통합 지원 작전’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응급 치료와 긴급 지원 서비스를 제공했다. 2011년 재해 대응으로 ‘도모다치 작전’이 전개되었으며, 미·일 해군의 합동 작전을 포함한 수색 및 구조, 식량 및 기타 물자 전달에 집중했다. 미국 해병 제31원정군 역시 해당 임무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을 강타한 후, ‘다마얀 작전’을 통해 유사한 구호 활동이 진행되었다.
코로나19 대응에서 군의 개입은 이례적인 사례였다. 이전에도 군이 공중보건 문제에 투입된 사례는 있었으나(예: 2014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사태), 팬데믹 기간 보안 부문의 대응 규모와 범위는 전례가 없었다.
미국이 네팔에 개인 보호 장비 및 의료 기기를 지원한 것은 인도주의적·외교적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필리핀에서도 이와 유사한 지원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흐름은 다양한 환경 문제, 즉 공중보건과 기타 불안정한 위협 요소들과 밀접하게 연결된 사안들에 대한 방위 부문의 개입을 가속하는 계기가 되었다.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은 지역 및 글로벌 안보 개선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미래의 안보 위협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빈곤과 건강 악화는 극단주의가 형성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개입이 적절히 설계되고 실행된다면, 전통적 위협과 비전통적 위협을 동시에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부문 중심적 성공 측정 방식을 넘어 보다 폭넓은 모니터링 및 평가 지표가 필요하다. 기존 방식만으로는 군사 작전이 가져오는 환경적 이익(예: 지역 파트너십 강화)을 간과할 수 있으며,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군사 자원 조달 주기의 진화
비전통적 역할에서 국방군의 활용이 증가함에 따라 가장 중요한 과제는 위협을 정의하는 것과, 이에 따라 그러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와 장비를 결정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큰 안보 위협이 가령 전염병이라면, 군 지도자들은 어떻게 자원을 배분해야 하는가?
이러한 맥락에서 상호운용성이란 국가군과 국제 파트너십의 관점에서 비전통적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전투 장비의 역량을 의미한다.
상호운용성의 개념은 군사 자원의 활용으로 확장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후 위협에 대응하는 군대가 활용할 수 있는 건설 대대, 병원선, 수송 인프라 등이 이에 해당한다.
모든 경우에 있어, 비전통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자원은 한정적이며, 그에 따른 경쟁이 발생할 것이다. 상호운용성은 이러한 문제와 제약을 부분적으로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비전통적 사령부의 확장
미국 우주사령부의 창설은 전통적인 사령부 개념을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기상 사령부 또는 보건, 인도주의, 환경과 관련된 사령부가 포함될 수 있으며, 이러한 요소를 국가 안보 위협으로 정의함으로써 그 필요성을 정당화할 수 있다.
이는 지역 협력의 확대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기후 변화 및 기타 사안이 국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될 경우, 개별 국가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보다는 성공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모든 지역 국가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세계화의 영향으로 인해 이러한 협력은 이미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환경 위협, 전염병과 같은 외부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를 공동의 실존적 위협으로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