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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 전략

인도 태평양 해군, 역내 힘의 균형에 있어 핵심적 요소

이동근/한국 해군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해군은 억제 효과를 창출하는 힘의 균형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본 해상자위대와 호주 해군의 역할과 전략은 이러한 억제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국제 관계에서 힘을 생각할 때 전장에서 군대가 충돌하고, 탱크가 국경을 넘으며, 병사들이 최전방에서 진을 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광대한 태평양과 인도양으로 구성된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는 육군이 힘을 행사하지 않는다. 대신, 이 지역의 주요 국가들이 보유한 해군이 힘의 균형을 결정하고 있다. 이 국가들이 영향력과 안보를 위해 경쟁함에 따라, 전통적인 육상 기반 권력 개념이 일부만 적용된다는 사실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는 해양력이 주도권을 쥐고 있으며, 해군 전략이 잠재적인 분쟁을 억제한다.

권력의 균형이라는 개념은 단순한 학문적 용어가 아니라, 세계 여러 지역에서 평화를 유지해 온 실질적인 현실이다. 국가들이 군사력에서 대체로 동등함을 인식할 때, 전쟁의 결과는 불확실하고 그 대가가 잠재적으로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전쟁을 감수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유럽과 같은 지역에서는 국경을 따라 주둔하고 영토를 방어할 준비가 된 군대가 이러한 균형을 유지한다. 하지만 인도 태평양의 독특한 해양 지형으로 인해 육상 기반의 억제력은 실현 불가능하다. 대신, 이 지역의 해군은 침략을 억제하고 안정을 유지하는 힘의 균형을 창출하고 유지한다.

인도 해군, 일본 해상자위대, 호주 해군, 미국 해군의 함정들이 2023년 말라바르 훈련 중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해역을 항해하고 있다. 호주 국방부

그러나 해군의 억제력은 지상 기반 방어보다 더 복잡하다. 육상에서는 영토를 지키거나, 적으로부터 영토를 빼앗는다는 비교적 단순한 목표가 있다. 해상에서의 규칙은 이와 다르다. 해양은 육지와 같은 방식으로 점령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 함대는 광활한 해양 지역에 지속적으로 주둔할 수 없으며, 보급과 휴식을 위해 항구로 돌아와야 하므로 육지처럼 바다를 점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바로 여기서 해군 전략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바다에서의 힘은 단순히 함선의 수가 아니라 함선의 활용 방법에 달려 있다. 즉 함선의 배치 위치, 수행하는 임무의 내용, 지원 방식이 중요하다.

이러한 전략적 복잡성은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특히 중요하다. 이 지역은 광활한 바다와 주요 해상 무역로의 중요성으로 인해 해상력이 지역 안보에서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인도 태평양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두 개의 바다를 아우르며, 세계 경제의 중요한 중심지들을 연결한다. 이 지역의 규모는 곧 어느 해군도 동시에 해당 지역을 지배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대신, 해군은 병력을 어디에 배치할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며,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주요 지역에 집중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일본 해상자위대와 호주 해군은 세계에서 가장 큰 해군은 아니지만, 인도 태평양에서 힘의 균형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호주와 일본은 각자의 지리적 현실과 전략적 이해관계, 특히 중국과 등 역내 열강과의 관계를 반영한 해군 전략을 개발해 왔다.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 JS 아리아케가 2024년 9월, 카카두 훈련을 위해 다윈의 호주 해군 기지 HMAS 쿠나와라에 도착했다. 호주 국방부

호주의 2024년 국방 전략은 호주가 중국의 해양 역량 확대와 해군의 빠른 확장을 온전히 인식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상당한 역량 격차에 직면한 호주는 현명하게도 ‘거부 전략’이라고 부르는 전략을 채택했다. 호주는 중국의 해군 전력을 함정 대 함정으로 맞추려 하기보다는, 동남아시아와 남태평양의 주요 항로를 중국이 통제하지 못하도록 막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해당 지역들은 호주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에 매우 중요하다.

이 전략은 호주, 미국 및 기타 지역 파트너국들이 참가하는 탈리스만 세이버와 같은 대규모 훈련을 개최하는 등 해당 지역에서 호주 해군의 작전 강화를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 이 훈련은 호주의 해양 이익을 수호하려는 의지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잠재적 적들에게 이 해역을 지배하려는 시도는 큰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호주 해군은 또한 영국 및 미국과의 오커스(AUKUS) 파트너십을 통해 핵 추진 재래식 무장 잠수함을 획득하는 등 새로운 역량에 투자하고 있다. 이 잠수함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장기간 작전을 수행할 수 있어 호주의 거부 전략 수행 역량을 크게 강화하며, 주요 해양 지역에서 은밀하고 지속적인 존재감을 제공할 것이다.

비슷한 면이 있지만, 일본의 접근 방식은 그 특유의 전략적 과제로 인해 형성되었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일본의 경제 안보뿐만 아니라 영토 보전에도 중요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거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동중국해에는 일본이 관리하는 센카쿠 열도가 있으며, 이곳에서 일본과 중국 간의 긴장이 수년간 이어져 왔다. 한편, 남중국해는 일본의 에너지 수입에 중요한 통로로, 일본 석유의 약 80%가 이 해역을 통과한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분쟁 해역에서 효과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해군 훈련의 빈도와 규모를 크게 늘렸으며 주로 미국과 파트너십을 맺고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 해상자위대와 미국 해군 간의 격년제 훈련인 킨 소드 해군 훈련을 동중국해에서 실시하며, 일본이 자국의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중국에 보냈다. 동남아시아 및 기타 전략적 지역 방문을 포함하는 일본의 연례 인도 태평양 전개는 주요 해양 지역에서의 존재감을 유지하려는 일본의 의지를 더욱 부각한다.

호주 및 미국 수병들이 미국 해군 고속 공격 잠수함 USS 하와이의 정기 정비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영국과의 오커스 동맹의 일환으로 호주 퍼스를 방문한 일정 중 이루어졌다. 에단 램버트(Ethan Lambert) 하사/미국 해군

일본 해상자위대와 호주 해군의 전략적 초점은 인도 태평양에서 해군이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바다가 국가들을 가르고 경제를 잇는 이 지역에서 해양력은 영향력을 투사하고 분쟁을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해양 영역의 개방성과 광활함으로 인해 어느 한 국가의 해군이 완전히 지배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적에게 통제권을 허용하지 않는 능력이 지역 안보의 핵심 요소가 된다.

인도 태평양이 글로벌 전략 경쟁의 중심 무대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힘의 균형은 단순한 숫자나 물리적 전력의 크기에 달린 것이 아님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보다도 전략, 특히 주요 해양 지역의 통제권을 확보하거나, 적에게 통제권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해군 자산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일본 해상자위대와 호주 해군은 정밀하게 조정된 거부 전략을 통해 경쟁이 심화되는 이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의 활동은 인도 태평양에서 힘의 균형을 결정하는 것은 육군이 아니라 해군임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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