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럼 스태프
중국은 남중국해에서의 행동을 통해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 해상 영토를 포함하여 경제적으로 중요한 해역의 약 90%를 통제하고자 하는 명확한 의도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수십 년간 중국은 비교적 은밀하게 진행된 법률전 활동을 통해 불법적인 영유권 주장에 대한 근거를 확보하고자 노력해 오기도 했다.
중국이 해상 민병대, 해안경비대 및 조사선을 배치하여 다른 국가의 전초 기지를 덮치고, 군사 및 인도주의 순찰대를 들이받거나 이들에게 물대포를 발사하고, 석유 및 가스 탐사와 시추를 차단했으며, 국제 해역에서 항행의 자유를 방해한 것 등이 그 예이다.
캘리포니아주 스탠포드 대학교 해양 투명성 그룹 씨라이트의 책임자이자 퇴역한 미국 공군 대령인 레이 파웰(Ray Powell)은 포럼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계 대부분의 곳에서 중국의 강압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의 강압이 대중이나 언론의 감시가 없는 먼 바다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잘 무장한 군대나 주요 무역 상대국인 중국과 공개적으로 충돌하고 싶지 않은 정부들은 침묵을 지키거나 비밀리에 대응했다. 중국은 수년간 남중국해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공격적인 전술을 확대해 왔으며, 이는 국제적으로 인정된 주변국 해역에서도 마찬가지였으나 재래식 군사력보다는 강압적인 공격에 의존했다. 중국의 목표는 국제적인 비난을 받거나 대가를 치르는 일 없이 해상 지배력을 장악하는 것이다.
파웰 책임자는 필리핀이 “중국의 남중국해 전략을 완전히 뒤집었다”고 말했다.

불투명성 및 관련 사실 부인 타기팅
필리핀은 2016년 국제재판소에서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광범위한 영유권 주장이 무효하다는 판결이 났을 때 이미 한 차례의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중국이 법원의 판결에 저항하고 영토적 야망을 계속 추구하는 한편, 해당 판결은 필리핀의 주권을 지지했고 필리핀이 국제법을 준수하고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파웰 책임자와 미국 공군 대위 벤자민 고이리골자리(Benjamin Goirigolzarri)는 씨라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2023년을 되돌아보면 우리는 필리핀의 두 번째 위대한 혁신을 경이롭게 바라보게 된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필리핀의 목표가 … 중국이 그들의 우위를 끈질기게 추구해온 불투명성과 관련 사실 부인이다. 필리핀의 주요 무기는 사진으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목적에 맞게, 다양하게, 그리고 일관되게 활용되고 있다.”
필리핀은 투명성을 강조하는 캠페인의 첫 공격으로 중국 해안경비대 선박이 필리핀 해안경비대 선박의 승무원을 일시적으로 실명시키는 군용 레이저를 사용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 필리핀 승무원은 필리핀 팔라완 섬에서 200해리도 안 되는 거리에 있으며,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 있는 세컨드 토마스 숄에서 군사 전초기지로 사용되고 있는 해군 함선 BRP 시에라 마드레에 재보급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었다.
필리핀은 중국의 공격 행위를 계속 폭로하며, 중국 해상 민병대 선박이 필리핀 영토를 휩쓸고 지나가는 모습, 중국 해안경비대 선박이 필리핀 선박을 막아서고, 들이받고, 물대포를 발사하는 모습, 필리핀 어부가 필리핀 배타적 경제수역 내 석호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장벽을 설치하는 모습 등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잇따라 공개했다.
‘노골적 불법’
2024년 5월, 파웰 책임자의 ‘왜 우리는 인도 태평양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Why Should We Care about the Indo-Pacific)’ 팟캐스트에서 필리핀 해안경비대 대변인인 제이 타리엘라(Jay Tarriela) 준장은 해양학자들이 전쟁으로 간주될 수 있는 선을 넘어서지 않는 이와 같은 공격 행위를 중국의 회색 지대 전략 요소로 설명하고 있다며, “필리핀 정부가 정책 결정 및 학계에 있어 남긴 가장 큰 공헌은 … 이런 불법 행위를 노골적인 불법이라 지칭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는 회색 지대 활동이 아니며, 회색 지대 전략도 아니다. 이는 국제법 위반이다”라고 덧붙였다.
파웰 책임자는 중국의 행동을 폭로하는 것은 리핀에 위험한 일이었으며 중국은 이에 더욱 공격적으로 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24년 6월, 중국 해안경비대가 세컨드 토마스 숄에서 필리핀 요원들에게 잔혹한 공격을 가한 이후 중국도 협상 테이블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 결과, 필리핀 군은 간섭이나 방해 없이 시에라 마드레에 재보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파웰 책임자는 “중국이 세컨드 토마스 숄 주변 상황의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자국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분명히 결정했다”며, 이번 합의는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상황을 안정시키는 데 성공했으며 이는 필리핀에 유리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또한 적극적 투명성은 필리핀이 긴박한 상황에서 채택한 여러 조치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침략을 견디고 있는 모든 국가의 목적은 중국의 강압적인 활동을 억제하고 격파하는 것이다. 파웰 책임자와 다른 전문가들은 필리핀이 국가적 복원력을 결집하고 국제 사회의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그러한 목표를 향한 진전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인식과 관여
텔레비전, 신문, 소셜 미디어를 통해 직접적인 증언과 극적인 이미지가 제공되면서 남중국해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필리핀 국민의 관심을 끌었다. 타리엘라 준장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가 정보를 공개하기 전까지 많은 필리핀 국민은 어부나 해안경비대 대원이 겪
는 괴롭힘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투명성 캠페인의 가장 긍정적인 효과는 대중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파웰 책임자는 국민들의 인식이 의사결정권자에게 힘을 실어준다고 말했다. “대중이 관여한다는 것은 해안경비대 및 해군과 같은 해양 서비스에 대한 예산을 늘리는 등 입법자들이 관여하여 필리핀의 처지를 개선하는 일을 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필리핀은 2028년까지 해안경비대 함대에 97미터의 순찰선 5척을 추가할 계획이며, 다목적 전투기와 중거리 미사일 시스템 획득도 고려하고 있다. 파웰 책임자는 “이 모든 것들은 필리핀의 안보 상황에 대한 긍정적인 발전이며, 이는 대중에게 해양 역량 구축이 중요한 이유를 이해하도록 돕고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 낸 결과”라고 말했다. “대중이 관여하지 않으면 민주주의에서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다.”

다국적 안보 협력
또한 필리핀은 더욱 확장되고 긴밀한 파트너십을 맺었다. 호주, 일본, 오랜 조약 동맹국인 미국을 포함한 국가들이 남중국해에서 필리핀을 지원하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영국, 미국 등 주요 7개국은 필리핀에 대한 지지를 거듭 표명했으며, “남중국해 내 중국의 광범위한 영유권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동맹국과 파트너국들은 필리핀의 안보에 공헌하고 있다. 2024년에 미국은 필리핀 군대 및 해안경비대 현대화를 위해 전례 없는 규모인 약 7,161억 원(5억 미국 달러)의 지원을 약속했다. 일본은 5척의 신규 순찰선에 대해 약 5,729억
2,000만 원(4억 미국 달러) 이상의 저리 대출을 제공하고 있으며, 양국은 각국 군대를 훈련, 교육 및 인도적 구호 임무를 위해 상대국 영토로 파견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은 필리핀과의 관계를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격상시키면서 필리핀군 현대화를 지원하고 해안경비대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캐나다는 필리핀이 영해 내에서 법적으로 요구되는 자동 식별 시스템을 끄고 운항하는 ‘암흑’ 선박을 탐지할 수 있도록 위성 추적 기술을 제공했다. 베트남은 필리핀과 함께 처음으로 해안경비대 훈련을 실시했다. 필리핀은 또한 호주, 캐나다, 일본, 미국 등과의 남중국해 내 합동 해상 순찰을 강화했다. 파웰 책임자는 “필리핀이 남중국해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인도 및 베트남과 같이 방위 관계를 심화시키고자 하는 국가들을 포함하여 유사 입장국들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에 있는 해군대학원 교수이자 은퇴한 미국 해병대 장교인 로렌스 월처(Lawrence Walzer)는 포럼과의 인터뷰에서 그와 같은 다국적 협력이 파트너의 역량을 구축함으로써 억제력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에 대한 도발 없는 침공을 개시했을 때, 우크라이나의 안보 파트너들은 그들이 제공할 수 있는 지원을 강조하지 않았고, 세계는 우크라이나의 결의와 강인함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걸 러시아가 알았다면, 침략을 감행했을까? 가정에 불과하긴 하지만, 러시아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았다면 크게 망설였을 수도 있다고 주장해볼 수 있을 것이다.”
파웰 책임자는 또한 적극적 투명성은 중국 공격의 지역적 성격을 드러내는 데 도움이 되었으며 호주, 일본, 대만을 포함한 “동맹의 격자 구조”를 촉진했다고 밝혔다. 이제 국가들은 중국의 강압적 전술이 국경을 넘어 모든 영역으로 확대되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공격적인 공습의 목표는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지역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사이버 공격과 조작 정보 캠페인은 경쟁 국가의 국가적 복원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목표다. 경제적 강압은 해당 국가가 중국에 유리한 정책을 수립하도록 강요하는 시도이다. 파웰 책임자는 “필리핀이 이 모든 것을 공개하여 지역적 접근 방식을 더 구체화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지역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영역 유틸리티
중국의 강압적 활동을 폭로하는 것은 중국의 모호한 책략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2023년, 미국 국방부는 인도 태평양에서 중국이 저지른 공격적이고 불법적인 공습에 대한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고, 인민해방군과의 회담을 재개했다. 이와 같은 조치 덕분에 미국 고위 관계자들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미국 조종사를 위험하게 요격하는 일이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파웰 책임자는 미국과 그 동맹국 및 파트너국이 중국에 대한 복원력을 구축하고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이러한 행동에 대한 정보를 일관되고 즉각적이게 공개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이버 영역에서도 적극적 투명성을 활용할 수 있다. 중국뿐만 아니라 이란, 북한, 러시아의 정부와 연계된 해커들이 외국 의원, 기업, 유권자를 공격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파웰 책임자는 이 메시지를 설명하기는 더 어려워졌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며,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그는 “특히 그래픽을 사용하여 … 사이버 공격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면 사람들이 중국의 캠페인이 필리핀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잠재적 적대국을 상대로 한다는 사실을 실제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와 같은 투명성을 달성하기 위해 어려움에 직면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파웰 책임자는 정부와 군 기관이 안보 우려 때문에 정보를 신속하게 공개하는 데 주저할 수 있으며, 그 때문에 필리핀의 성공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국가들은 또한 전쟁에 노출되는 위험이 증가하는 것을 감수하고 싶어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의 전략의 경우 대응을 피하는 것이 행동 억제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고 파웰 책임자는 말했다. 그는 “몸을 낮추고 파도가 당신을 지나가기를 바랄지도 모르겠지만, 파도는 반드시 온다”고 덧붙였다. “사건을 축소하는 것은 중국이 공개적으로 나서 밝은 낮에 침략을 수행하는 대신, 어둠 속에서 이득을 공고히 하도록 허용하는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