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육군 제8전구지원사령부, 국가안보법률팀
중국과 러시아는 해외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국제 제재를 회피하고 있다. 관련 규제와 법 집행이 느슨한 사법관활지역에 설립되어 있는 이 불투명한 법인들은 제재 대상인 개인, 기업 및 국가가 미국과 동맹 및 파트너국이 부과하는 엄격한 제재를 피해, 지속적으로 주요 상품, 기술 및 금융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에 대응하여, 국제 사회는 경제 제재 이행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국가들은 협력 및 규제 강화, 첨단 기술 등을 활용하여 법의 허점을 없애고, 제재 회피 조력자들 역시 책임을 면하는 것이 더욱 어렵도록상황을 개선하고 있다.
수십년 간 페이퍼 컴퍼니들은 초부유층, 유명인, 정치인, 범죄조직 및 국가들이 조세를 회피하고 자산을 은닉하며 소유권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주었다. 소위 파나마 문서, 판도라 문서라 불리는 자료들을 통해 이 어둠의 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해외 조세 회피처에 위치한 로펌에서 유출되어 각각 2016년과 2021년에 공개된 해당 문서들은 중국 공산당 총서기 시진핑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의 핵심 세력과 연계된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규모의 숨겨진 자산을 폭로했다.
중국의 첨단 마이크로칩 기술 추구에서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불법 전쟁에 이르기까지, 두 정권 모두 페이퍼 컴퍼니를 활용하여 불법 행위 방지를 위해 마련된 제재를 회피하고 있다. 서방 정부들이 제재를 부과하고 이를 시행하기 위해 애쓰는 한편, 페이퍼 컴퍼니들이 중국과 러시아의 수족 역할을 하고 있어 현재 제재 시행 전략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페이퍼 컴퍼니들은 군사, 산업, 기술 개발에 있어 중요하면서도 제재 대상인 상품과 기술에 대한 접근권을 제공한다. 또한 이들은 서방 정보 기관에 감지되지 않고 군용 부품이나 이중 용도 기술을 거래할 수 있는 길까지 열어준다.
중국은 고성능 반도체, 리소그래피 기술 및 인공지능(AI)과 같이 군사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해 미국의 수출 통제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이 제조업에 있어서는 여전히 글로벌 허브로 남아있지만, 이와 같은 수출 통제로 인해 여러 중국 기업들이 제한을 우회하고 국내 역량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기업들, 그 중에서도 특히 통신 및 인공지능 분야의 기업들은 미국 및 유럽산 제품과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유령회사 및 제3국에 의존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홍콩이나 마카오, 동남아 지역 내 법인들을 중개자로 활용하기도 한다. 홍콩은 외국 기술에 접근하고자 하는 중국 기업들의 금융 허브다. 많은 경우, 서방 국가들의 상품은 해당 지역 내 위치한 유령 회사로 배송된 후, 중국이나 규제 검사가 덜한 다른 목적지로 재수출된다.
한편, 2014년에는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2022년에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방위, 에너지, 기술과 같은 주요 분야를 타겟으로한 서방 제재에 직면했다. 이러한 조치는 방위 산업과 경제 전반에 중요한 반도체 및 기타 첨단 장비에 대한 러시아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해당 제재를 통해 러시아의 교역이 중단되지는 않았으며, 오히려 러시아가 유령 회사들을 활용하여 민감한 제품들의 최종 목적지를 은폐할 수 있도록 중개국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일례로, 러시아는 외국 국적의 노후 유조선들로 구성된 대규모의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을 활용해 국제 가격 통제, 제재 및 해상 보험 금지조항을 회피하여 자국 석유를 시장으로 운송하고 있다.
이 전략에서는 제3국의 존재가 굉장히 중요하다. 감독과 규제 집행이 상대적으로 덜 엄격한 국가들이 러시아 교역의 주요 허브가 되고 있다.
페이퍼 컴퍼니의 유효성은 글로벌 공급망을 모니터링하고 통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준다. 미국은 특정 산업에 대한 제재 및 수출 통제를 강화했지만, 이를 시행하는 데에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령회사 네트워크의 불투명성 때문이다. 이에 미국은 중개 주체들을 겨냥하기 위해, 제재 기관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에도 처벌을 부과하는 2차적 제재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해당 조치 역시 식별 및 집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페이퍼 컴퍼니를 정의하는 기업 소유권이나 국경 간 거래의 망을 추적하는 것 또한 어렵다. 크립토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하면서 점점 더 많은 소비재 및 금융 거래가 디지털 상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이와 같은 거래를 규제자들이 감시 및 통제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해외 네트워크는 투명성과 집행 측면에 있어 어려움이 존재하지만, 제재를 부과하는 국가가 실행할 수 있는 옵션도 있다. 제재 부과국은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 페이퍼 컴퍼니의 실질적 소유자를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더욱 강력한 글로벌 규제 추진
- 제재 대상이 페이퍼 컴퍼니 뒤에 숨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도록 해외 사법관할권에 대한 국제적 압박 증대
- 중국 및 러시아 법인들의 제재 회피를 돕는 기업들에 대한 2차적 제재 사용 확대로 제한된 시장으로의 상품 및 서비스의 흐름 저지
- 부상하는 블록체인 기술 및 인공지능을 활용한 분석을 통해 금융 거래를 추적하고 페이퍼 컴퍼니와 제재 대상 사이의 연결 고리 식별
미국, 유럽연합, 아시아 및 중동 내 파트너들과의 국제적 공조를 확대하는 것 또한 글로벌 제재 시행의 허점을 메우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세계 무역이 점점 더 상호 연결되고 디지털화됨에 따라 미국과 동맹 및 파트너국들은 글로벌 안보 과제 해결에 있어 제재가 강력한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기술 혁신과 외교적 압박을 모두 활용하여 지속적으로 전략을 조정해 나가야만 한다.
제8전구지원사령부(8th Theater Sustainment Command)는 하와이 호놀룰루에 주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