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리
차세대 방어 체계는 그 속도와 정확성, 위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며, 미국과 동맹국 및 파트너국은 새롭게 떠오르는 위협에 대해 한층 더 강화된 방어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미군과 파트너국 군의 현대화와 최신 기술에 따른 역량 강화로 인도태평양 및 그 외 지역을 위협하는 요인을 탐지하고 대응하는 능력이 증진되었다. 한편 미국과 동맹국의 방어 체계를 교란시키려는 러시아와 중국의 시도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중국은 자체 무기 체계를 계속해서 실전배치하고 있다. 북한과 이란 역시 핵무기고를 확장하고 핵 역량을 강화하는 중이다.
미국 국방부 우주·미사일 방어 정책 담당 존 D. 힐(John D. Hill) 차관보는 2023년 12월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지금과 같은 미사일 중심 전쟁의 시대에 미군과 전 세계의 미국 동맹국 및 파트너국에게 능동적 미사일 방어는 신뢰할 수 있는 군 태세의 필수 요소다”라고 말하면서 “사전적 의미에서 통합 방공 미사일 방어(IAMD)는 여러 센서와 격추수단, 그것을 서로 연결시키는 지휘통제체계를 통합해 전장 지휘관에 각기 다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최적의 요격 수단을 제시하는 게 목표다. 하지만 더 넓은 의미에서는 적의 핵심 군사력을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 타격 역량 등 기타 군사 태세 요소들 역시 통합 방공 및 미사일 방어에 반드시 통합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위협, 새로운 기술
미국과 동맹국 및 파트너국은 점차 커지는 안보 위협에 대응하고 글로벌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우주를 비롯한 모든 영역에서 방어·경보 프로그램을 발전시키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최첨단 무기 탐지·추적·요격 기술이 결합될 미래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예로 들 수 있다. 진화하는 방어 체계의 예는 다음과 같다.
• 장거리 극초음속 무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센서 아키텍처가 발전하고 있다. 미국 소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마사오 달그렌(Masao Dahlgren) 미사일방어프로젝트 연구원은 2023년 12월 패널 토론회에서 “세계는 현재 미사일 방어의 변곡점에 서 있으며, 그 시작은 센서로부터 출발한다.”라고 밝히며 “센서는 미사일 방어 킬체인(kill chain)의 첫 번째 연결 고리다. 미사일 방어를 위한 그밖의 필수 기능은 모두 이 센서를 중심으로 설계된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극초음속 탄도추적 우주센서(HBTSS)는 다중파장 광학 센서를 이용해 극초음속 무기, 탄도 미사일, 혼잡한 환경에 묻혀 구분하기 어려운 위협 등을 모두 탐지·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군의 요격 능력을 향상시킨다. 2024년 2월 미국 미사일방어국과 미국 우주군 산하 우주개발국은 6개의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발사했는데, 이 중 2개에 극초음속 탄도추적 우주센서 프로토타입이 탑재되어 있다. 그 외에도 현재 미국이 개발 중인 적외선 센서 네트워크는 로켓 발사 시 뿜어져 나오는 불기둥을 감지하여 미군과 연합군이 대응할 시간을 벌어준다. 이 센서는 지구정지궤도(지구 자전 속도에 맞추어 이동하여 특정 위치에 고정)와 고타원 궤도(높은 위도와 극 지방 커버리지 제공)를 돌고 있는 위성군 덕분에 수만 킬로미터 상공에서도 미사일의 유형, 발사 지점, 목표 위치 등을 찾아낼 수 있다. 향후에는 지구 저궤도와 중궤도에도 위성을 배치해 감시의 층위를 더욱 촘촘히 할 예정이다.
• 적의 영토 깊숙한 곳에 위치한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차세대 장거리 원거리 공격 미사일에는 최신 기술을 적용해 유도 및 항법, 사거리, 스텔스 및 생존성 등이 개선될 것이다. 현재 미국 공군은 통합 대공방어시스템을 뚫고 생존할 수 있는 핵탄두 장착 공대지 순항 미사일을 개발 중이다. 저-중급 수율의 2단 열핵탄두가 장착되어 있는 이 AGM-181 순항 미사일은 B-52H 스트라토포트리스(Stratofortress) 및 B-21 폭격기에도 탑재 가능하다. 2,500킬로미터 이상의 최대 사거리를 자랑하는 이 미사일은 늦어도 2030년부터는 실전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워싱턴 DC 소재 온라인 간행물인 디펜스 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해군은 시속 6,000킬로미터 이상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극초음속 공중발사 공격(HALO) 대함 미사일을 개발 중이다. 이 미사일은 항모 탑재가 가능한 초음속 트윈엔진 다목적 전투기 F/A-18E/F 슈퍼 호넷(Super Hornet)에 탑재 가능하며 늦어도 2028년부터는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 현재 개발 중인 MGM-35 센티널 지상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미국 내 미사일 400개, 사일로 45개, 시설 600여 개를 대상으로 한 현대화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2075년까지 운영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센티널 프로그램에는 안전하고 강력한 지휘·통제·통신 역량, 시설 업그레이드,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광섬유 네트워크와 관련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작전 능력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미니트맨(Minuteman) III의 폐기에 맞춰 도입될 예정인 센티널 미사일은 2024년 3월 몬태나주 말스트롬 공군 기지의 새로운 무기 생산 시설에서 생산이 시작되었다.
• 고에너지빔무기(DE)는 기존의 탄약 대신 레이저, 고출력 무선주파수나 마이크로파 장치, 입자빔 기술 등의 전자기 에너지를 사용해 적을 무력화, 훼손, 파괴 또는 기만하는 무기다. 그 외에도 고에너지빔무기는 표적 식별, 방첩, 정찰 등에 활용되거나, 전자전에 동원돼 신호를 교란·방해하고 표적을 무력화·파괴하는 역할을 한다. 상업 부문의 혁신은 지향성 에너지의 개발을 촉진시켜 향후 더 작고 효율적이며 저렴한 시스템이 상용화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개발 및 시험 중인 시스템은 주로 대(對)드론 작전을 위한 것으로, 군 지도자들은 군집드론을 격퇴하는 데 레이저보다 더 효과적인 고출력 마이크로파 무기에 특히 관심이 많다. 2024년 3월 의회에 출석한 미국 중부사령부 사령관 마이클 ‘에릭’ 쿠릴라(Michael “Erik” Kurilla) 대장은 “더 큰 문제는 군집 드론에 대한 우려이며, 몰려오는 군집 드론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출력 마이크로파를 활용한 무기에 대한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면서 “다층적인 방어체계를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미국 국방부가 인공 지능(AI)을 시스템에 도입한 것은 이미 60년이 넘었다. AI가 점점 더 정교해짐에 따라 국방 지도자들은 머신러닝이나 자율 시스템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전장에서 더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 중이다. 미국 중부사령부 부사령관인 브래드 쿠퍼(Brad Cooper) 미국 해군 중장은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열린 ‘전략적 경쟁 시대의 AI’ 컨퍼런스의 기조연설에서 방위 및 안보 전문가들에게 “AI와 무인 시스템과 같은 최신 기술은 군이 안보를 지키고 전쟁을 억지하는 방식을 변화시켰으며, 궁극적으로는 전쟁 시 누가 승리할지를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중부사령부는 해역에서 패턴을 감지하는 데 AI를 도입하여 위협을 식별하는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면서 “우리는 악의적 행동보다 언제나 한 발 더 앞서 나가기를 바라며 그런 면에서 AI는… 매우 효과적인 도구임이 입증되었다.”고 밝혔다. AI는 공격 감지 센서를 갖춘 우주기반 적외선 시스템의 핵심 요소다. 이러한 시스템 덕분에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의 상업용 선박 공격처럼 공격이 발생할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2024년 2월 미국 우주군 참모총장인 B. 챈스 살츠만(B.
Chance Saltzman) 장군은 더 월스트리트 저널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사일 인바운드와 해당 미사일의 발사지 및 현재 위치’를 알려주는 미사일 경고가 가능하다면, 이는 수많은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귀중한 정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AI가 의사결정에 필요한 데이터를 신속하게 제공하기는 하지만 시스템을 통제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라고 지적하며 “우리는 지금껏 상상할 수 없었던 속도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파트너십의 구축과 강화
전 세계가 다양한 안보 위협에 직면한 가운데 미국은 동맹국 및 파트너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데이터 공유와 AI에 특히 중점을 둔 새로운 연합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의 AI 도입 전략은 “데이터, 분석 및 AI가 지닌 가능성을 온전히 구현해내는 것은 단일 조직이나 프로그램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모든 부대와 리더, 군인을 비롯해 전 세계의 파트너국과 동맹국이 모두 힘을 합해야 가능한 일이다.”라고 명시한다.
최근 프로젝트 컨버전스(Project Convergence)로 알려진 실험에서 호주, 뉴질랜드, 영국의 대원들은 미국 합동군과 함께 정보 교환 및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쳐 위협 대응에 가장 최적인 무기를 선택하는 연습을 했다. 이 훈련은 전례 없는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수집·해석하기 위한 미국 국방부의 전략인 연합합동전영역지휘통제(CJADC2)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해당 훈련의 목표는 군 조직 및 동맹국 간의 정보 흐름과 피드백을 막는 조직적 장벽을 제거해 노력 중복과 자산 낭비를 막는 것이다.
2024년 2월부터 3월까지 총 4주간 진행된 프로젝트 컨버전스는 인상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대원들이 평소 대비 훨씬 짧은 시간 내에, 간혹 단 몇 초 내에도 표적을 식별해낸 것이다. 2024년 3월 앨라배마주 헌츠빌에서 열린 미국육군협회(AUSA) 글로벌 포스 심포지엄 및 박람회에서 미국 육군미래사령부 사령관 제임스 E. 레이니(James E. Rainey) 대장은 “프로젝트 컨버전스와 워게임을 통해 단순히 파트너국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진정으로 배우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최고의 발상 중 일부는 미국이 아닌 지역에서 나온다. 우리는 가능한 모든 것을 배우고 관찰해야 할 도덕적 책임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또한 점차 커져가는 역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인도태평양 파트너국과도 협력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일본이 미국산 F-35 전투기, E-2D 공중 조기경보기, KC-46 공중급유기, 글로벌 호크 무인 항공 체계, MV-22 틸트로터 항공기는 물론 공중요격미사일(AIM) 120 첨단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UGM-84 하푼(Harpoon) 대함 미사일 체계, SM-3 블록 IIA 탄도 미사일 방어 요격미사일 등을 구매하는 것을 지원했다. 일본과 한국은 미국산 패트리어트 미사일 방어 체계를 국산 방위 체계에 통합했다. 그 외에도 일본과 한국과 미국은 2023년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 체계를 가동했다고 발표하고, 역량 및 공조 강화를 위한 3국 군사훈련 다년 계획을 수립했다.
필리핀 역시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서 중국 해안 경비대가 필리핀군 선박을 지속적으로 괴롭히자 이에 맞서 미국과 베트남 등 동맹국 및 파트너국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추세다. 2024년 1월 필리핀군 참모총장인 로미오 브라우너 주니어(Romeo Brawner Jr.) 대장은 커져가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남중국해 전초기지를 개선·현대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70여 년 전 필리핀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미국은 지원을 약속했으며 매년 1,606억 원(1억 2천만 미국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필리핀 방위군에 조달할 것이라고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보도했다.
공공정책 싱크탱크인 렉싱턴 연구소의 맥 캐리(Mac Carey) 창립자 겸 CEO는 미국육군협회 심포지엄에서
“미국은 중국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미국은 35개에 달하는 법적 동맹국이 그 곁을 지키고 있다.”면서 “반면 중국에게는 단 하나의 동맹국이 바로 북한인데, 그마저도 동맹국이라기보다는 의존국에 가깝다.”라고 지적했다.
센트리는 미국 전략사령부에서 발간하는 잡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