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분쟁/긴장

중국 정보 조작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가짜 뉴스와 유령 저널리스트

AP 통신

미국 외교관 커트 캠벨(Kurt Campbell)이 솔로몬 제도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는 중국에 대응하고자 남태평양의 이 섬나라를 방문했을 당시, 그는 중국이 자국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데 얼마나 집요한지를 목격한 바 있다.

현재 미국 국무부 부장관인 캠벨은 2022년 어느 날 아침,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생화학 실험실을 운영하고 있다는 현지 언론의 장문 기사를 접했는데, 이는 사실 명백한 거짓이었다. 러시아가 시작한 이 거짓 선동은 중국의 방대한 해외 선전 조직에 의해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다.

이 사례는 “명백히 큰 영향을 미친 러시아와 중국의 허위 정보”에 해당한다고 캠벨은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밝혔다.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온라인에서 사그러들지 않는 이 주장은 전 세계의 인식을 조작하려는 중국의 노력이 얼마나 전방위적인지를 보여준다. 중국의 이 캠페인은 인공 지능(AI)에 힘입어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작전은 정보 분석가들과 미국 정책 입안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핵심 전략은 합법적인 뉴스 매체로 위장한 웹사이트 네트워크를 통해 중국의 공식 성명 및 입장과 궤를 같이 하는 친중 가짜뉴스를 뿌리는 것이다.

홍콩자유위원회의 섀넌 반 산트(Shannon Van Sant) 고문은 언론 기관을 사칭하는 수십 개의 사이트를 추적했다. 그중에는 뉴욕타임스와 유사한 글꼴과 디자인을 사용해 소위 정통성을 흉내내려는 사이트도 있었다. 이 사이트는 강력한 친중 메시지를 전달했다.

반 산트 고문은 해당 사이트의 기자들을 조사했지만 어떠한 정보도 찾을 수 없었다. 중국에서 활동한다고 알려진 기자들의 이름도 아니었고, 그들의 사진은 AI로 만들어진 흔적이 역력했다.

반 산트는 “언론 조작은 결국 독자와 청중을 속이는 것이며, 이는 민주주의와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일”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정보대학원 연구 과학자 샤오창(Xiao Qiang)은 중국이 관영 매체뿐 아니라, 실재 여부와 상관 없이 외국 언론을 통해서도 메시지를 전파하고 친중 서사를 공신력 있는 것처럼 위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샤오 연구원은 중국의 수법이 광범위하고 정부와의 연관성을 증명하기 어려울 때가 많지만, 작성자가 미국식 이름을 가진 언론인이든 인도의 인플루언서든, 친중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지를 보면 식별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사이버보안 기업 로지컬리(Logically)의 분석가들은 러시아나 중국 국영 언론 기사를 게재한 1,200개의 웹사이트를 찾아냈다. 이 사이트들은 특정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으며, 기존 통신사 혹은 폐간된 신문사와 유사한 이름을 내세우는 게 특징이다.

중국은 자국에 대한 긍정적인 콘텐츠를 퍼뜨리는 데 주력한다.

이 사이트들을 중국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개제되는 기사는 중국 관련 콘텐츠다. 로지컬리가 미국 대선에 관한 기사 내용을 분석한 결과, 그중 20%는 중국 또는 러시아 국영 미디어가 출처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일부 미국 관리들은 중국의 이러한 전략에 동등히 맞서고자 관련 지출을 늘리고 싶어한다. 지난 9월 미국 하원은 허위 정보 캠페인과 같은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활동에 대응하기 위해 2027년까지 매년 약 4,304억 원(3억 2,500만 미국 달러)의 예산을 배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현재 상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뉴욕의 민주당 그레고리 믹스(Gregory Meeks) 하원의원은 “우리는 영향력 확대를 두고 중국과 글로벌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여기서 이기고 싶다면 중진국 예산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시진핑(Xi Jinping) 중국 주석은 자국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글로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중국 내러티브를 구축할 것을 요구해왔다.

중국은 허구의 인물을 사용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2023년 미국 국무부 보고서에 기술된 사례를 예로 들면, 이판(Yi Fan)이라는 이름의 작가는 처음에는 중국 외교부 분석가로 묘사됐다. 하지만 이후 그는 언론인으로 변신한 뒤 그 다음에는 프리랜서 분석가가 된다.

이판의 세부 프로필은 바뀌었지만 친중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은 바뀌지 않았다. 그는 기고문과 글을 통해 중국과 아프리카의 긴밀한 관계에 대해 자화자찬하고, 중국의 지속가능한 환경 정책을 상찬하며, 중국이 서구의 내러티브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외에 미국의 팬데믹 대응책을 비판한 코로나19 전문가로 중국 언론에 인용된 윌슨 에드워즈(Wilson Edwards)도 있다. 그는 소위 스위스 바이러스학자로 소개되었지만, 스위스 당국은 그가 존재한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베이징 주재 스위스 대사관은 소셜 미디어에 “당신이 존재한다면 만나고 싶습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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