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남중국해에서 자국 어민 공격한 중국 규탄

AP 통신
2024년 9월 말, 남중국해의 분쟁 수역인 파라셀 제도(Paracel Islands) 인근에서 중국 해경이 베트남 어민 10명을 폭행하고, 조업 장비를 파손하고, 4톤 가량의 물고기를 압수한 것에 대해 베트남이 강력 항의했다.
당시 어민들은 중국이 관리하는 섬 인근에서 무전으로 공격 사실을 보고했지만 공격자의 신원은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후 베트남은 중국 당국을 배후로 지목하고 해당 공격을 규탄했다.
베트남 국영 언론에 따르면, 당시 자리에 있던 모든 베트남 어민들이 다쳤으며, 그 중에서도 3명은 팔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쾅응아이(Quang Ngai) 주로 돌아온 뒤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베트남 외교부는 중국 해경이 “파라셀 제도에서 베트남의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했으며, 국제법은 물론 양국 정상이 원활한 영토 분쟁 관리를 위해 합의한 협정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베트남은 하노이 주재 중국 대사에게 이번 공격에 대한 항의와 경고를 전달했다.
팜 투 항(Pham Thu Hang)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베트남이 중국에 파라셀 제도에 대한 베트남의 주권을 존중하고, 즉시 조사에 착수해 이번 공격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남중국해 거의 전 영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점점 더 공세적으로 나오고 있다. 남중국해는 매년 약 6,750조 원(5조 미국 달러) 규모의 글로벌 무역이 이뤄지는 요충지로서 가스 및 석유까지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 불법적으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이 전략적 수로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나라는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필리핀, 대만, 베트남 등이다.
로이터 통신은 필리핀이 베트남 어민들에 대한 중국의 ‘부당한 공격’을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에두아르도 아노(Eduardo Ano) 필리핀 국가안보보좌관은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그러한 무력 사용은 노골적인 국제법 위반이며 … 인간의 기본적인 품위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중국 해안경비대원들은 남중국해의 필리핀 배타적 경제수역에 위치한 군사 전초 기지에서 보급 임무를 수행 중이던 필리핀 선원들을 거듭 공격한 바 있다.
미국은 남중국해에 영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해군 함정과 항공기를 배치해 분쟁 수역을 순찰하고 항행의 자유를 강조해 왔다. 베트남 어민들에 대한 공격 이후 미국 국무부는 남중국해에서 “위험하고 불안정한 행동을 중단할 것”을 중국에 촉구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에 아시아 지역의 분쟁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어민 중 한 명인 트란 티엔 콩(Tran Tien Cong)은 베트남 신문 티엔퐁(Tien Phong)과의 인터뷰에서 두 척의 외국 선박에서 사람들이 몰려 나와 베트남 선박에 승선한 뒤 1미터 길이의 장대로 어민들을 구타했다고 증언했다.
신문은 베트남 어민들이 약 40명으로 추정되는 공격자들의 수에 압도당해 반격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어민 응웬 투옹(Nguyen Thuong)은 공격자들이 통역을 통해 베트남으로 돌아갈 것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가해자들은 어민들의 조업 장비와 어획물을 압수한 뒤 떠났다.
중국은 1974년 파라셀 군도를 베트남으로부터 뺏은 뒤 해당 지역을 지배 중이다.
2023년 위성 사진에 따르면 중국은 파라셀 군도에 속한 트리톤 섬(Triton Island)에 활주로를 건설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섬에는 작은 항구와 건물, 헬기장과 레이더 시설 등이 배치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