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아브케(Tom Abke)
데이터는 어디에나 존재하며, 해저 케이블은 음성과 영상을 비롯해 금융 거래, 정부 기밀 통신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전송하는 데 필요한 요소다. 하지만 최근의 사고로 인해 취약성이 부각되면서 인도태평양 국가들은 ‘케이블 연결 및 복원을 위한 쿼드 파트너십(Quad Partnership for Cable Connectivity and Resilience)’과 같은 협력 구상을 출범하는 한편, 중요 인프라를 모니터링·보호·복구하는 개별 역량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2023년 4월 중국 인근에 있는 대만 마쭈 제도의 거주민 12,000명은 갑자기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게 되었다. AP 통신은 마쭈 제도와 대만 본섬을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 두 개가 중국 선박에 의해 절단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케이블 절단이 우발적인 것인지 고의적인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와이 대학교 산하 인도태평양문제센터(Center for Indo-Pacific Affairs)에 따르면 인도태평양은 최근 몇 년간 해저 케이블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선두 주자였다. 한편, 일본 게이오 대학교의 글로벌 교류 및 정보기술 부센터장인 모토히로 츠치야(Motohiro Tsuchiya) 박사는 2024년 5월 해당 센터가 주최한 패널 토론에서 해저 케이블이 분쟁 중에 공격의 표적이 되는 경우는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케이블의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전쟁 중에는 케절단되거나 파괴되는 경우가 많아, 오늘날에도 이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호주·인도·일본·미국 4개국 협의체인 쿼드(Quad) 파트너십은 인프라 개발 및 보호 조치에 대한 조정과 협력을 강화하는 등, 역내 해저 통신 케이블의 보안과 복원력 강화에 나섰다. 2023년 5월에 출범한 해당 구상은 정보 공유, 케이블 수리 역량 증진, 인프라를 물리적 위협 및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국제 표준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쿼드는 회원국들의 전문성과 자원을 활용해 해저 케이블을 안전하고 지속 운영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학 연구소 산하 국가안보우수센터(Centre of Excellence for National Security)의 아샤 헴라자니(Asha Hemrajani) 선임 연구원은 라자라트남 국제학 연구소가 발간한 2023년 11월자 논평에서 “쿼드 파트너십은 회원국이 보유한 케이블 인프라 생산, 공급, 유지 관리에 대한 전문성을 활용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케이블 시스템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아샤 연구원은 “쿼드 회원국 각각이 이 프로그램에 기여할 것”이라며 특히 “호주는 인도태평양 케이블 연결 및 복원 프로그램( Indo-Pacific Cable Connectivity and Resilience Programme)을 실시해 ‘모범 사례를 공유하고 인도태평양 정부에 기술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4년 7월 말 호주는 케이블 연결 및 복원 센터를 출범했으며, 향후 4년간 약 160억 원(1,200만 미국 달러)을 투자할 계획이다. 페니 웡(Penny Wong) 호주 외교부 장관은 성명에서 “해당 센터는 호주가 ‘케이블 연결 및 복원을 위한 쿼드 파트너십’에서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인도태평양의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쿼드의 노력을 입증하는 중요한 사례이다”라고 말했다.
호주, 일본, 미국은 또한 미크로네시아를 비롯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해저 케이블 시스템 건설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이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중국이 기술 인프라 프로젝트를 통해 역내에서 영향력 확장을 모색하면서 디지털 감시에 대한 우려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그밖에 뉴델리 소재 싱크 탱크인 전쟁합동연구센터(Centre for Joint Warfare Studies)는 쿼드 4개 회원국 모두가 해저 케이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으며, 대표적으로 해저 케이블 경로를 순찰하는 자율 수중 차량이 포함된다고 전했다. 센서와 카메라가 장착된 이 무인 잠수함은 해저 케이블 주변의 활동을 감지하고 모니터링하여 의심스러운 움직임이나 잠재적 위협을 식별한다.
톰 아브케(Tom Abke)는 싱가포르에서 활동하는 포럼 기고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