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네스한 위그나라자 박사/게이트웨이 하우스(Gateway House)
스리랑카는 수십 년간 이어온 빈곤 퇴치 노력을 좌절시키고 사회 안정을 뒤흔들며, 안보 위협을 가중할 수 있을 정도로 막대한 부채와 맞서 싸우고 있는 인도태평양 개발도상국 중 하나이다. 스리랑카의 부채가 경제 번영을 위협하고 지역 안보에 어려움을 끼치고 있지만, 국내에서의 조정과 대외적인 파트너십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스리랑카가 말레이시아나 태국과 같은 국가들의 성공 사례를 재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좋은 투자처라고 말한다. 스리랑카는 인도양에 위치한 인구 2,200만여 명의 섬나라로, 경제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도의 남해안에 자리하고 있으며, 교역 및 제조업의 중심지로 번영하고 싶은 열망을 오래도록 품어왔다.
스리랑카의 경제는 주로 차, 의류 및 노동 수출과 따뜻한 날씨, 깨끗한 해변, 문화유산에 매료된 관광객들의 유입에 기반하고 있다. 제대로 기능하는 정부, 사법, 및 공무원 기관을 갖추고 있다.
채무 불이행 및 경제적 불확실성
그러나 급격한 재정 위기로 인해 스리랑카는 2022년 4월 69조 9,000억 원(미화 500억 달러)이 넘는 외채를 상환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광범위한 금융 불확실성을 특징으로 하는 심각한 경제 위축이 촉발되었다. 2022년 스리랑카의 국내총생산(GDP)은 7.8% 급락했으며, 그해 9월 인플레이션은 69.8%로 치솟았다. 식량, 연료 및 의약품 부족과 함께 급등하는 물가, 생필품 구매를 위해 긴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 발생되었다. 빈곤도 증가했다. 스리랑카 국민들은 일가 독재의 국가 통치와 지속되는 경제 운영 실패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결국 고타바야 라자팍사(Gotabaya Rajapaksa) 대통령과 그의 동생 마힌다 라자팍사(Mahinda Rajapaksa) 국무총리가 사임했다.
이후 2022년 7월, 라닐 위크라마싱헤(Ranil Wickremesinghe)가 대통령이 되었다. 위크라마싱헤 행정부는 인도 및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적 구제 금융 논의를 강화했으며, 연료 가격 보조금 제도를 폐지하고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등 안정화 조치를 실시했다. 이에 스리랑카 경제는 2024년 2월 인플레이션이 5.9%로 떨어지고, 사용 가능한 외환보유액이 4조 1,970억 원(미화 30억 달러)에 도달하면서 안정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생필품을 사기 위해 서던 줄도 사라졌다. 그러나 실업 문제는 지속되었고, 빈곤선 아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율도 두 배 증가한 25%가 되었다. 가족들이 더 싸고 덜 건강한 식단으로 전환해야 함에 따라 아동 영양실조도 증가했다.
붕괴의 원인은?
경제학자들의 이론에 따르면 스리랑카 경제 위기의 원인에는 중국의 “부채 함정” 외교, 잘못된 금융 관리와 같은 외부 충격 요인들도 포함된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출과 관광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서 50만 명 이상의 스리랑카 국민들이 빈곤에 처하기도 했다. 2021년 경제 회복세가 시작되었지만 2022년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연료 및 식량 수입에 대한 지출이 증가하게 되어 두 자릿수의 물가상승률과 미국 달러 대비 루피화의 가치가 30% 이상 하락했다. 이러한 외부 요인들이 지금은 끝났지만, 수십 년간 이어져 왔던 반군과의 갈등 및 만성적인 재정 적자 등으로 발생하는 비용 때문에 이미 휘청이고 있던 경제에 더욱 큰 일격을 가했다.
이러한 많은 외부 요인들은 역내 다른 개발도상국들에도 괴로움을 주었다. 2023년 7월 유엔 개발계획(UN Development Programme)은 세계 경제 침체와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악화하는 부채 문제로 고생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 내 12개 국가를 선정했다.
스리랑카는 고속도로, 항구, 공항 및 기타 인프라에 투자하기 위해 2006년부터 2022년까지 중국 국영 은행으로부터 약 18조 4,416억 원(미화 132억 달러)에 상응하는 거대한 자금을 빌렸다. 콜롬보 항구(Colombo Port)의 콜롬보 국제 컨테이너 터미널(Colombo International Container Terminal)과 같은 일부 프로젝트는 인도와의 교역 상황 개선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함반토타 국제항(Hambantota International Port), 마탈라 라자팍사 국제공항(Mattala Rajapaksa International Airport), 통신 구조물이자 관광 명소인 로터스 타워(Lotus Tower)와 같은 프로젝트들은 고금리 대출과 지속 불가능한 부채로 이어지는 장기 시행 지연으로 스리랑카를 옭아맸다. 함반토타 프로젝트로 발생한 부채를 메꾸기 위해 한 중국 기업에 99년간 함반토타항을 임대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스리랑카의 가장 큰 양자 채권국이 중국이고, 중국이 스리랑카의 채무 부담을 증가시키기는 했지만, 스리랑카 대외 부채의 대부분은 개인 채권자들의 빚이다. 스리랑카의 디폴트 사태는, 개발 프로젝트 자금 조달을 위해 금리가 높은 국채에 의존하든, 고금리 저수익의 중국 대출에 의존하든 무분별한 차관은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외부 요인과 중국에 진 빚이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정부의 실책 역시 큰 작용을 했으며, 팬데믹 상황에서 국내 상황만 고려한 자체적 경제 구제책 실시가 이를 더욱 악화시켰다. IMF의 긴축 조치는 인기가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IMF의 지원을 배제한 것,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 고도로 팽창적인 통화 정책, 외환 보유 지원 없이 고정 환율 정책을 지속한 것, 외채 관리를 위해 지방 중앙은행과의 양자 스왑을 진행한 것, 정부 수입을 감소시킨 포괄적인 감세 정책, 농민들의 동의 없이 화학 비료 수입을 금지하여 식량 가격의 급등을 촉발한 것 등 수많은 정책 실수가 이어진 데 따른 결과였다.
인도의 최초 대응자 역할
IMF의 구제를 기다리는 스리랑카의 긴급한 외부 자금 지원 요청에 따라, 인도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양자 원조 패키지를 동원했다. 이와 같이 인도가 결정한 배경에는 인도의 이웃 우선 정책(Neighbourhood First Policy)과 스리랑카 내 진행되고 있는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 난민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인도는 2022년, 신용 한도, 대출, 보조금을 포함하여 약 5조 5,920억 원(미화 40억 달러) 규모의 원조를 동원했다. 이는 스리랑카에 다른 모든 개발 파트너들이 지원한 총 양자 원조 금액을 초과하는 규모로 주요 기부자로서의 인도의 명성을 높여주었다. 이전에 스리랑카에 대한 인도의 원조는 갈등이 심한 지역 내 주택 재건, 인도 고등 교육 기관에서의 장학금과 안보 지원에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스리랑카의 경제가 개선됨에 따라 양국 관계가 원조에서 심화 무역 및 외국인 직접 투자로 전환될 시기가 무르익은 것으로 보인다. 인도의 대기업 아다니 그룹(Adani Group)은 스리랑카 북서부 해안의 만나르(Mannar) 유역과, 스리랑카 대기업 존 킬스 그룹(John Keells Group)과의 공동 프로젝트인 콜롬보 항구(Colombo Port) 내 웨스트 컨테이너 터미널(West Container Terminal) 풍력 발전소에 1조 5,937억 2,000만 원(미화 11억 4천 만 달러)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2005년에서 2019년 사이 안다니가 진행한 프로젝트는 스리랑카 내 인도 투자의 거의 67%를 차지했다. 인도의 최대 전력 기업 NTPC Ltd.와 스리랑카의 국영 기업 실론 전력 공사(Ceylon Electricity Board)는 양국 간 전력 교류 촉진을 위한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및 인도양을 지나는 송전 선로 설치에 1,929억 2,400만 원(미화 1억 3,8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하는 데 합의했다.
인도의 인프라 프로젝트는 자본뿐만 아니라 기술과 재능으로 스리랑카에 변화를 가져다주고, 인도의 경공업 및 서비스에 대한 추가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인도와 스리랑카는 마케팅, 진입 규제 자유화, 제안 과정의 디지털화 등을 통해 이러한 투자를 장려해야 한다. 포괄적인 인도-스리랑카 무역 협정의 체결 역시 스리랑카의 파트너를 중국이 아닌 인도로 전환하면서 스리랑카를 지역 공급망으로 편입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의 지원
스리랑카는 미국에 본사를 둔 밀레니엄 챌린지 코퍼레이션(Millennium Challenge Corp.)이 콜롬보의 교통 체증 감소, 버스 운송 및 농촌 도로 개선, 안전한 토지 소유권 제공 등을 통해 성장을 촉진하고자 제안한 6,705억 6,000만 원(미화 4억 8천만 달러)의 보조금을 거부했다. 비평가들은 다른 지정학적 동기에 대한 우려와 스리랑카 주권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근거없는 두려움을 퍼뜨렸다. 스리랑카의 경제적 어려움이 악화해 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환 의무가 없는 지원금 원조의 이득은 무시되었다. 이에 밀레니엄 챌린지 코퍼레이션 이사회는 2020년 12월 해당 제안을 철회했다. 그러나 미국은 계속해서 스리랑카에 원조를 보내왔다. 미국 국제개발처는 팬데믹 기간 340만 회분 이상의 코로나19 백신과 200개의 휴대용 인공호흡기와 같은 원조를 보내왔다.
이는 곧 개발 및 무역에 대한 민간 부문의 지원으로 이어졌다. 2023년 11월,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International Development Finance Corp.)는 콜롬보항 웨스트 터미널 프로젝트에 7,727억 9,400만 원(미화 5억 3,300만 달러)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IMF의 도움
IMF는 48개월 동안 4조 532억 원(미화 29억 달러) 투자하여 재정 및 부채 지속 가능성을 회복함으로써 스리랑카 경제를 안정화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IMF는 스리랑카에 세금을 더 많이 거두고, 지출 관리를 개선할 것과, 부패 방지 조치 실시, 빈곤 감소 프로그램 개선, 중앙은행의 독립과 은행의 재정적 안정을 요구한다.
디폴트 이후의 IMF 구제 금융 조치는 지정학적 영향을 초래했다. 인도와 미국은 조용히 IMF의 개입을 지지했다. 한편 중국과의 부채 구조조정 회담은 미뤄지고 있다. 중국은 결국 스리랑카 대통령과 중국 고위 관리들 간의 논의 끝에 IMF에 채권자 보증을 제공했다.
안정과 회복
스리랑카는 정부 정책, 외국인 투자, 인도 및 미국과 같은 개발 파트너의 원조, IMF의 회복 프로그램에 힘입어 경제 안정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IMF 프로그램을 지속하고 경제 개혁을 시행하면 스리랑카가 회복될 수 있으며, 외국인 투자자 유치와 재정 지원을 받는 것은 국가의 경제 성공에 여전히 중요한 요소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