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확산특집 기사

용 과 곰

동맹보다는 편의의 파트너십에 가까운 중러 관계

포크 테트와일러, 마샬 센터 연구원 겸 분석가

중국-러시아의 2022년 2월 공동 성명은 세계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는 양국의 더욱 긴밀한 협력의 신호로 읽혔다. 일부는 이를 양국 관계가 제도화 되어가는 표식이자 동맹이라고까지 볼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불법 침공에 중국이 공식적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라 이러한 주장에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러시아와 중국 사이의 기존 협력과 성명서에서 선언했던 내용들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양국 간 공동의 이익과 공동의 적(자유주의의 서방)에 대한 인식이 존재함을 알 수 있으나, 별 새로울 게 없는 성명서는 또한 양국이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고 있지는 않음을 암시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와 중국은 보이는 것에 비해 맞추고 있는 부분이 없을 수도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서방과 기존 세계 질서에 도전하려면 안전한 본진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 성명에서 드러난 양국의 공동 안보 이익은 주로, 인접 지역 내 안보와 안정에 대한 비전을 보장하는 것, 양국이 ‘내정’이라 간주하는 사안에 대해 외부 세력의 간섭을 차단하는 것, 국민들이 더 많은 자유를 얻으려고 하는 시도를 저지하는 것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동의 이익을 차치하면 신 세계 질서를 바라보는 각국의 비전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러시아는 자국을 서방의 피해자로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것에 비해, 중국의 비전은 일부 국가들에 실질적인 대안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는 수십 년간의 깊은 불신으로 점철되어 있다. 일부 분야에서 협력이 증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차이들이 향후 양국 관계에서 우세해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은 수십 년간 굴곡을 겪어온 역사를 갖고 있다. 양국 군사 관계는 일방적이었고 언제나 불신이 가득했다. 소련/러시아가 기술과 노하우를 제공하기 때문에 비교적 최근까지 두 국가의 관계는 비교적 최근까지 비대칭적인 형태를 이루었지만, 중국 공산당은 결코 러시아를 지도자나 지배자 등 더 강력한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은 러시아를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 1920년대 소련은 당시 중국 내 새로 형성된 공산주의 운동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중국 내전 기간 붉은 군대(Red Army)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는 “정치력은 총 끝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유명한 말을 했던 마오쩌둥(Mao Zedong)이 당시 중국 공산당 내 존재하던 지역 군벌, 국민당 및 일본 제국 육군(Imperial Japanese Army)과 같은 자신의 라이벌들을 제치고 권력 지위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되었다. 소련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된 이후에도 중국 공산당 군(현재의 인민해방군)을 지속적으로 지원했다. 이는 당과 국가에 대한 마오쩌둥의 통치력을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2022년 8월 중국은 모스크바 외곽에서 열린 국제군사기술포럼(International Military-Technical Forum)에 참가했다. 러시아 국방부가 주관하는 이 전시회는 러시아에서 가장 큰 전시회다. GETTY IMAGES

중국 공산당은 소련의 지원에 힘입어 지역에서 실력 있는 공산군과 지속 가능한 군수 산업을 빠르게 구축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중국의 군수 산업은 소련의 전문 지식을 활용하여 1956년에는 최초의 자체 전투기(동펭-101(Dongfeng-101) – 현재 셴양 J-5(Shenyang J-5)의 전신)를, 1964년에는 최초의 자체 핵폭탄을 설계했다. 그러나 “국가 권력을 장악하고 유지하려는 자는 강력한 군대를 가져야만 한다”던 마오쩌둥의 또 다른 유명한 말이 수년 후 소련-중국의 관계에서 사실로 증명되었다. 중국 공산당의 힘이 커져갈 수록 양국의 이념적 차이 또한 뚜렷해졌다. 1960년대에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 분쟁이 고조되어 이것이 1969년에는
공개 분쟁으로까지 이어졌다. 1971년에는 인도와 파키스탄 전쟁 중 서로 반대편을 지지하게 되면서 소련과 중국이 완전히 갈라서게 되었다. 이후 18년간, 양국은 모두 공산주의 체제였음에도 불구하고 파트너라기 보다는 적에 더 가까운 관계였다. 이 기간 양국의 군사 협력은 중단되었다. 1989년, 소련의 경제력이 급락하고 천안문 사태 이후 중국 공산당이 정치적으로 고립되면서 양국의 군사 협력이 재개되었다.

1990년대 들어 양국 관계가 다시 활기를 띠면서 중국은 러시아의 대외 군사 판매에 의존하여 오래된 인민해방군의 장비들을 현대화했다. 1991년 걸프 전쟁 당시 미국의 성공적인 군사 작전을 보며 인민해방군 전략가들은 새로운 차원에 눈을 뜨게 되었고, 이것이 대대적인 군사 개혁으로 이어지며 러시아의 장비와 노하우가 각광받게 되었다. 또한 2003년, 인민해방군은 상하이 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의 프레임워크 안에서 다자 군사훈련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2005년에는 러시아 군과의 양자훈련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인민해방군은 중국 공산당의 중요한 권력 기구로 남아있었지만, 국가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빠른 경제 성장이었으며 이것이 정치 지도부의 주요 사안이었다. “부유해지자”는 것이 이 시기의 슬로건이었으며, 이는 2012년 시진핑이 중국 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되면서 끝이 났다. 시진핑 집권 시기의 슬로건은 “강해지자”는 것이기에 인민해방군이 중국의 미래를 위한 당의 계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군대를 가진 자가 권력을 얻는다는 마오의 생각은”중국의 꿈(China Dream)”과 “중국의 위대한 부흥(Great Rejuvenation of the Chinese Nation)”을 실현하는 것이 시 주석의 중심 개념이 되면서 다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시 주석이 개혁에 대해 가지고 있는 야심 찬 타임라인을 살펴보면 시 주석의 계획에 있어 인민해방군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민해방군은 21세기 중반 무렵 미군과 동등한 수준의 세계적인 군대가 되어있기를 원한다. 인민해방군은 육상, 해상, 항공, 사이버 및 우주와 같이 모든 영역에서 통합된 합동 작전으로 새로운 유형의 전쟁을 훈련하고 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인지전 영역에도 굉장히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중요한 몇 가지 단계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연되기는 했지만, 2020년까지
기계화를 이루는 것과 2027년까지 완전한 현대화를 완수하는 것이다. 후자는 “정보화” 및 “지능”전을 수행할 수 있는 인민해방군의 능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보화란 인민해방군이 지역 차원 및 세계적 차원에서 전영역 통합 합동 작전을 실시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지능화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인공지능을 위해 과학 기술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인공지능은 중국 사회 감시에 사용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정보화와 지능화가 완전한 기계화보다 훨씬 더 중요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왜냐하면 인민해방군이 단순한 기계화 전쟁의 시대가 끝났음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민해방군 개혁 실행에 있어 과학 기술 부문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또한, 일부 서방 국가에서와 마찬가지로, 과학 기술을 군대로부터 분리해 볼 수 없음을 의미한다.

2022년 모스크바 외곽에서 열린 국제 육군 경기(International Army Games)에서 중국 탱크가 경쟁하고 있다. GETTY IMAGES

지능 통합과 통합 합동 작전적인 접근 방식이 군사 문제 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인민해방군이 전쟁에 대한 서구의 개념을 버리고 전략에 대한 중국의 전통적인 방식에 더 기대게 될 것임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인민해방군의 목표는 더 이상 전형적인 서구의 개념에서와 같이, 단순히 관찰-판단-결정-행동(observe-orient-decide-act, OODA)이라는 과정을 더욱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거나 전장에서 적을 물리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의 목표는 적의 관찰-판단-결정-행동 과정 전체를 조작하여 폭력적인 갈등이 발생하기도 전에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일 수 있다. 만약 인민해방군이 적의 인지나 판단 과정 자체를 조작할 수 있다면 그들의 결정, 행동, 피드백 과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군대를 시스템으로 이해하고, 전쟁을 이러한 시스템의 대결로 개념화하는 이 아이디어를 실현하면 싸우지 않고도, 혹은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전쟁을 이길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개념에 있어 이와 같은 혁신적인 변화는 전략에 대한 손자의 접근 방식으로 회귀하는 것을 의미하며, 군사이론가 칼 폰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tz)의 결정적 전투의 가치에 대한 전형적인 해석에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개념 전환이 갖는 의미는 러시아-중국 군사협력 발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 내 강력한 과학 기술 부문의 중요성은 이미 2015년의 “메이드 인 차이나 2025(Made in China 2025)” 이니셔티브와 2020년의 “이중 순환(dual circulation)” 아이디어에서 잘 드러난 바 있다. 일부 기술 영역에서 리더가 되겠다는 중국의 야망은 기술 산업과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는 군수 산업에 잘 반영되어 있다. 국내에서 첨단 기술 제품들을 생산하려는 목표는 중국 군수 산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 현재 중국의 군수 산업은 급속한 현대화와 더 높은 자립도 및 자율성을 실현해 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러시아의 대외 군사 판매에 덜 의존하게 되었다. 현재 중국은 주로 러시아제 항공기 엔진을 수입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중국의 항공 산업이 따라잡고 있다. 또한 기존의 러시아-중국 관계 및 군사 협력은 중국의 기술 및 장비 복제, 역설계 관행과 지식재산권 절도 및 러시아 무기 생산 기업에 대한 중국의 사이버 공격과 같은 산업 스파이 활동으로 인해 긴장 상태에 놓여있다.

2003년부터 러시아-중국 군사 협력의 두 번째 축이 되어준 것은 군사 훈련으로, 지금까지 최소 79번의 양자 훈련과 다자간 훈련이 진행되었다. 러시아는 정치적 고립을 완화하고 군사 장비를 광고할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한편, 인민해방군은 다양한 지역과 기후에서 작전 경험을 쌓고 더 숙련된 러시아 군대로부터 전술과 절차를 배울 수 있다. 러시아의 기술 주도권이 축소되고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러시아 군대의 실적이 명백히 저조해짐에 따라, 중국이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조만간 감소할 것이다. 2022년 보스토크(Vostok) 훈련 기간 인민해방군은 처음으로 중국제 장비로만 훈련을 받았다. 중국이 생산한 군사 장비가 러시아와 동등하거나 우월해지는 즉시 인민해방군은 다자간 훈련을 통해 자국의 장비를 홍보할 것이고 러시아와 경쟁하게 될 것이다. 이는 양자 관계에 다시 부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것이다. 왜냐하면 대외 군사 판매는 천연자원 다음으로 러시아의 중요한 국가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자 및 다자 훈련의 상호 이익은 미국과 해당 지역의 동맹국 및 파트너에게 정치적 및 전략적 신호를 보내고 중국과 러시아 간의 긴장을 줄이는 데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중국 군사 협력은 전환점에 와있으며 점차 쇠퇴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가 여전히 전통적인 전쟁 개념에 갇혀 있음을 보여주었다. 침공 전 러시아의 기만 작전은 전쟁의 미래에 대한 중국의 생각과 일치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지상 상황에 대한 빈약한 평가와 인지전의 준비 부족은 러시아가 아직 중국과 비슷한 단계에 이르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 군대는 미국과의 경쟁을 위한 롤모델이 되어주길 바라는 중국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었고, 러시아 군비 산업의 기술 주도권이 축소됨에 따라 중국 공산당은 이러한 분야에서 더 강력한 협력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는 등 중국의 레드 라인을 넘지 않는 한 러시아와 중국 간의 군사 협력이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협력은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 서방에 도전하기 위한 상징적이고 정치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질 것이며, 러시아는 이 관계에서 덜 중요한 파트너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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