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태평양의 긴장 고조 상황이 탄생시킨 역사적인 일본-필리핀 방위 협정

포럼 스태프
일본과 필리핀이 전투 훈련 및 재난 구호를 비롯한 합동 작전을 위해 상대국에 병력을 배치할 수 있도록 허용할 예정이다. 이와 같은 양국의 군사 협력 강화는 남중국해 및 동중국해 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중국의 행동으로 인해 촉발된 것이다.
양국 의회의 비준을 앞두고 있는 상호접근협정(RAA)은 더 많은 양자 및 다자간 협력의 발판이 될 예정이다. 일례로 일본은 필리핀에서 개최되는 미국-필리핀의 연례 군사 훈련인 발리카탄에 정식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일본 자위대는 참관국 자격으로 참여했다. 또한 이 협정에는 남중국해 내 필리핀 배타적 경제수역에 대한 순찰 및 기타 안보 조치에 대한 내용 역시 포함되어 있다.
영상 제공: 로이터
2024년 7월 초에 체결된 해당 협정은 일본이 아시아 국가와 맺은 최초의 상호접근협정으로서 호주, 필리핀,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필리핀을 비롯한 기타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주요 해운 항로와 근접해 있기 때문에 전략적 중요성이 크다.
일본 외무성은 마닐라 회담 후 “역내 안보 환경이 갈수록 엄중해지는 가운데, 해로 요충지에 위치해 있을 뿐 아니라 일본과 핵심 가치 및 원칙을 공유하는 전략적 파트너인 필리핀과 이 중요한 안보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양국은 향후 안보 및 방위 협력을 더욱 촉진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확고히 뒷받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기하라 미노루(Minoru Kihara) 방위상과 가미카와 요코(Yoko Kamikawa) 외무상은 2022년 4월 도쿄에서 열린 1차 회의에 이어 이번 7월 회의에서 필리핀의 길베르토 테오도로 주니어(Gilberto Teodoro Jr.) 국방장관과 엔리케 마날로(Enrique Manalo) 외교장관과 회동했다. 가미카와 외무상과 테오도로 국방장관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Ferdinand Marcos Jr.) 필리핀 대통령의 참관 하에 상호접근협정에 서명했다. 페르디난드 대통령은 이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일본을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번영을 보장하는 파트너’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마날로 외교장관은 필리핀과 중국 간 영토 분쟁에서 일본이 필리핀의 손을 들어준 것에 감사를 표했다. 중국은 필리핀인들이 서필리핀해라고 부르는 필리핀 배타적 경제수역을 비롯해 남중국해의 거의 대부분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 해안경비대는 지난 수개월간 세컨드 토마스 암초의 군사 전초 기지로 향하는 필리핀 보급선을 가로막고, 들이받고, 물대포를 발사했다. 2024년 6월 중순에는 칼과 창, 도끼를 든 중국인들이 전초기지 근처에서 필리핀 보급선 승조원들을 공격해 부상을 입히고, 그들이 타고 있던 고무 보트를 훼손하고 소총을 탈취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필리핀 지도자들은 13억 7,930만 원(100만 미국 달러) 상당의 보상금과 화기 반환을 요구했다. 일본과 필리핀 관리들은 7월 회담 이후 공동 성명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중국의 위험한 행동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나라로는 필리핀 외에도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대만, 베트남 등이 있으며, 일본은 동중국해에서 일본이 관리하고 있는 센카쿠 열도를 두고 중국과 영유권 다툼 중이다. 중국 해안경비대는 영유권을 두고 분쟁 중인 국가들이 관리하고 있는 해역 내에서 군용 선박, 어선, 과학연구용 선박 및 석유 및 가스 조사 선박들을 괴롭히고 있다.
마날로 외교장관은 또한 중국이 필리핀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필리핀의 주권을 침해했다는 2016년 국제 재판소의 판결을 일본이 지지한 것에 대해 환영을 표했다. 재판소는 중국 정부의 광범위한 영유권 주장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으나 중국은 이에 불복한 채 불법적인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마날로 외교장관은 이번 마닐라 회담에 대해 “이 지역과 다른 지역의 지정학적 상황으로 인해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공통의 관심사인 글로벌 이슈 및 역내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미국 소재 싱크탱크 허드슨 연구소(Hudson Institute)의 일본 전문가 무라노 마사시(Masashi Murano)는 더 재팬 타임스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특히 이번 협정을 통해 일본의 지대함 미사일 부대가 필리핀 루손 섬(Luzon Island)에서 고기동 다연장 로켓발사기 및 중거리 미사일 체제 같은 미국 무기로 훈련하는 게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일본 육상자위대 수류기동여단은 미군 병력과 함께 지상발사소구경폭탄과 드론으로 훈련할 수 있게 되었다.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Fumio Kishida) 일본 총리는 2024년 4월 워싱턴에서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과 만나 회담을 가졌다. 미국은 중국의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동맹을 공고히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과 필리핀을 지지하겠다는 미국의 철통 같은 의지를 재확인했다.
필리핀 싱크탱크 국제개발안보협력(International Development and Security Cooperation)의 체스터 카발자(Chester Cabalza) 대표는 베나르 뉴스(Benar News)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상호접근협정의 중요성에 주목하며 “이 군사협정은 전략적, 기술적으로 진일보한 일본 같은 이웃국의 비약적인 지원으로 필리핀의 민첩성과 억지력이 강화된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