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미국은 세계에서 생물다양성이 가장 풍부하다고 알려진 바다의 산호초를 복원 및 보존하는 대가로 향후 9년 동안 인도네시아 부채 약 483억 원(3,500만 미국 달러)을 탕감할 예정이다.
산호초는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온 상승으로 열 스트레스에 노출돼 백화현상이 나타나는 등 현재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백화현상은 산호가 자기 조직 내에 서식하는 다채로운 색의 조류를 내보낼 때 발생한다. 조류가 없으면 산호는 색을 잃고 하얗게 변해가며 굶주림, 질병 또는 죽음에 취약해진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U.S. 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은 전 세계 산호초의 54% 이상이 백화현상 수준의 열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인도네시아-미국 협약은 2009년 이후 양국이 체결한 네 번째 ‘자연 담보 채무(debt-for-nature)’ 스와프로서, 이를 통해 산호 삼각지대로 알려진 두 주요 지역의 보존 작업에 최소 15년간 자금이 지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협약의 대상인 새머리 해역(The Bird’s Head Seascape)과 소순다-반다 해역(Lesser Sunda-Banda Seascape)은 그 면적이 모두 수십만 헥타르에 달하며, 전체 산호 종의 4분의 3 이상과 3천여 종의 물고기, 거북, 상어, 고래, 돌고래가 서식하는 곳이다.
인도네시아 관광부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는 전 세계 산호초의 18%에 해당하는 약 510만 헥타르의 산호초가 살고 있다.
이번 협약 체결을 지원한 국제보존협회의 법률 고문 알렉산드르 포트노이(Alexandre Portnoi)는 “이 두 지역 모두 생물 다양성의 진원지다”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2009년, 2011년, 2014년 미국과의 채무 스와프를 통해 총 967억 원(7천만 미국 달러)에 달하는 혜택을 받은 바 있다. 이번 계약은 팜유 농장의 증가로 위기에 처한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이 아닌 산호초에 초점을 맞춘 첫 번째 협약이다.
산호초는 주로 글로벌 기후·기온의 변화와 오염이라는, 인도네시아 혼자 힘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원인에 의해 위기에 처한 것이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보존하기가 훨씬 어렵다.
이번 협약을 통해 인도네시아는 미국 열대림 및 산호초 보호법에 따라 약 359억 원(2,600만 미국 달러) 상당의 부채를 탕감받게 된다. 국제보존협회가 약 41억 원(300만 미국 달러)을 기부했으며, 채무 스와프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또 다른 단체 네이처 컨서번시(The Nature Conservancy)가 약 20억 원(150만 미국 달러)을 추가로 기부할 예정이다.
부채 탕감의 대가로 인도네시아는 산호초 복원에 전념하고, 현지 비영리 단체는 보존 기금을 사용해 산호초 생태계를 직접적인 대상으로 하는 보존 프로젝트 및 산호초에 의존하는 사람들의 지속가능한 생계를 모색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할 것이다.
포트노이 고문은 부채 부담이 환경 파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제도가 자연 담보 채무 스와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