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스태프
2000년대 중반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으로 출범한 뒤 이후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회원국으로 합류한 브릭스(BRICS)는 관계가 느슨한 협의체였으나, 확장을 계속하면서 점점 더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전 세계적인 경제 침체와 더불어 점차 첨예해지는 지정학적 긴장 및 회원국 간의 조정 문제, 의견 불일치, 우선순위 차이 등 내부적인 압박 역시 브릭스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2023년 8월 남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창립 회원국이 브릭스 확장을 승인함에 따라 2024년 초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가 신규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현재 브릭스 플러스(+)로 명명되는 이 협의체는 여전히 비공식적 동맹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이 그룹이 선진국 주요 7개국 그룹인 G7의 합법적인 대항마가 될 경우 국제 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워싱턴 DC에 위치한 대서양위원회(Atlantic Council) 산하 지리경제센터(GeoEconomics Center) 소속 헝 트란(Hung Tran) 비상주 선임 연구원은 2023년 8월 뉴애틀랜티시스트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확장이 브릭스의 위상을 높여줄 수는 있지만 “신규 회원국을 지나치게 많이 받아들일 경우 브릭스 그룹의 정체성이 희석될 위험이 있으며, 지금처럼 컨센서스 기반으로 운영될 경우 협의체의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옵서버 국가인 아프가니스탄, 벨라루스, 이란, 몽골 역시 정회원이 되기를 원한다. 여기에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캄보디아, 네팔, 스리랑카, 터키 등 6개의 대화 파트너국도 존재한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 당시 신임 대통령이 2023년 12월에 가입 신청을 철회했다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 그 외에도 20여 개의 국가가 브릭스 가입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향후 브릭스의 행보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 분석가들은 지금까지 브릭스가 지속적인 내부 분열로 인해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으며, 이러한 분열은 확장을 꾀하는 와중에도 계속되어 2024년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으며,
우선 인도와 중국이 브릭스라는 조직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견을 갖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인도는 다극화된(multipolar)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과 유사한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반면, 중국은 미국과 동맹국 및 파트너국에 대항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모색하는 것이다. 여러 면에서 인도가 브릭스 그룹 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동의 이익과 가치를 증진하는 데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 수석전무 및 국제통화기금 부총재를 역임한 트란 선임 연구원은 “브릭스 그룹이 인도의 접근 방식을 따른다면 개발도상국 간의 협력을 촉진하고, 이를 바탕으로 G7과 협력하여 국제 경제 및 금융 시스템을 개혁하고 기후 변화와 같은 글로벌 문제에 대처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G7 회원국은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영국, 미국이다.
트란은 “이러한 접근법은 현재의 국제 경제 및 금융 시스템을 개혁하고자 하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노골적으로 어느 한 쪽 편을 들고 싶지는 않은 많은 개발도상국에게 길은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라면서
“중국이 주도권을 잡으면 브릭스 그룹은 반미 정치 운동의 또 다른 장으로 변모하여 많은 개발도상국에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협의체의 역량마저 위태로워질 것이다”라고 기고문에서 밝혔다.
많은 분석가들은 브릭스가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 인프라 전략이나 글로벌 안보 구상 등 중국의 지정학적 야망을 증진하고 궁극적으로는 신흥경제국 다수의 이익이 아닌 중국만의 이익을 앞세우는 중국의 꼭두각시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의 권위주의가 그 강도를 더해가고, 많은 브릭스 국가가 권위주의 통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 역시 이 단체의 방향성에 대한 우려를 낳는 요인이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브릭스 플러스 10개국의 총 인구는 G7보다 훨씬 많지만, 경제 생산량과 1인당 국내총생산은 더 낮다.
한편 인도와 중국은 브릭스의 미래뿐 아니라 국경 문제와 경제 정책에서도 연일 충돌하고 있다.
중국은 지역 문제에서 인도와 대립하는 파키스탄을 일관되게 지지함으로써 인도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은 인도의 이웃인 파키스탄과 경제 및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외에도 군사 협력을 증진하고 무기를 공급한다. 그 사례로, 2024년 4월 말 중국은 파키스탄에 인도할 8척의 한고르급 잠수함 중 첫 번째 잠수함을 진수했다.
브릭스 문제에서 중국과 입장을 같이 하는 러시아 역시 소형 무기부터 Mi-35M 공격 헬기, 대전차 시스템, 방공 무기까지 다양한 무기를 파키스탄에 계속 공급하고 있다.
내년은 2020년에 도입된 브릭스 2025 전략을 갱신해야 하는 해다. 그 결과에 따라 인도가 신흥경제국을 부흥시키고 이들에게 더 큰 목소리와 대표성을 부여하는 다극적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이라는 비전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지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