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 캐니언(Deon Canyon) 박사와 벤자민 라이언(Benjamin Ryan) 박사
다니엘 K. 이노우예 아시아 태평양 안보 연구 센터(Daniel K. Inouye Asia-Pacific Center for Security Studies)
신흥 전염병은 세계 보건 안보에 지속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위치, 인구 밀도, 급속한 도시화, 야생 동물 지역의 개발 증가, 자원 과잉과 같은 요인들로 특히 감염병에 더욱 취약하다. 최근 몇 년 동안 인도태평양은 코로나19(COVID-19),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신종 플루(H1N1 influenza), 조류 독감, 지카 바이러스의 발병을 경험했다. 이와 같은 질병의 발병 사태는 동남아시아 내 신속한 바이오디펜스 및 생물 감시 시스템과 전략이 필요함을 보여주었다. 확신하건대 인도태평양 지역은 이제 신종 감염병 발병에 맞서 싸우는 최전선이며, 역내 국가들이 국가 차원에서 바이오디펜스 전략을 강화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군대는 전염병 위험을 예측하고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기존 바이오디펜스 전략
몇몇 동남아시아 국가는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바이오디펜스 전략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는 조기 탐지, 신속한 대응, 생물학적 위협의 효과적인 관리를 포함하는 포괄적 전략을 세웠다. 이 전략에는 국립 감염병 센터(2019년에 설립)와 수준 높은 생화학 봉쇄 연구소(biocontainment laboratory), 공중 보건 비상 운영 센터를 설립하는 것이 포함되었다.
태국은 생물 테러 감시 시스템 구축, 실험실 및 역학 감시를 위한 역량 강화, 의료 인력 교육 등 생물 테러 대비 및 대응 전략 계획을 수립했다.
말레이시아는 2015년에 국가 재난 관리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여기에는 국가 생물 테러 대응 위원회와 생물 테러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생물학적 위협에 대한 실험실 및 의료 대응 지침을 만드는 것이 포함되었다.
필리핀은 1991년 동남아시아에서 최초로 이 문제에 대한 국가 안보 지침을 채택한 국가였다. 필리핀은 교육 프로그램 수립, 실험실 안전 및 보안 지침 개발, 국가 감독 위원회 구성 등 생물 안보 및 생물 안전을 위한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인도네시아는 생물학적 제제를 취급하고 운송하기 위한 정책과 지침을 개발했으며, 이의 이행을 감독하는 생물 안보 및 생물 안전을 위한 국가위원회를 설립했다. 2020년 인도네시아는 보건 안보를 위한 5개년 국가 행동 계획을 출간했으며 인간과 동물, 농업 시설에 대한 범정부 생물 안전 및 생물 안보 시스템을 발표했다.
10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아세안(동남아시아 국가 연합)은 2009년 감염병 예방과 통제 조항을 규정한 재난관리비상대응협정(Agreement on Disaster Management and Emergency Response)을 비준했다.
모든 동남아시아국이 국가 바이오디펜스 전략을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모두 감시와 생물 안전 지원, 생물학적 위협에 대응하는 정책과 지침을 개발했다. 이제 이 플랫폼을 활용해 각 국가와 지역 전반에 걸쳐 바이오디펜스를 확장해나가면 될 것이다.
남아시아의 신흥 병원체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남아시아의 신종 질병 병원균에 대응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 예를 들어, 방글라데시와 인도에서는 전염병이 공중 보건이나 지역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방글라데시와 인도의 높은 인구 밀도는 전염병 발생과 확산 위험을 증대시킨다. 양국 모두 결핵, 뎅기열, 콜레라, 코로나19 같은 전염병 발생을 경험했으며, 자국뿐 아니라 이웃 국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다수의 동남아시아 국가는 인구가 많을 뿐 아니라 남아시아 국가들과 밀접한 교역 관계에 있으며 서로 많이 오가고 있어 전염병이나 감염증 위험이 존재한다.
다제내성 결핵(multidrug-resistant tuberculosis, MDR-TB)의 세계적 확산 또한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는 중요한 문제인데, 그 이유는 항생제의 오용, 낮은 치료 이행율, 부적절한 감염 통제 등의 요인 때문이다. 게다가 질병 전파 경로와 지역 간 질병의 전파 범위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다제내성 결핵 예방, 검출 및 치료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남아시아 국가 및 국제기구와 협력함으로써 공중 보건 시스템을 강화하고, 질병 감시 및 보고 체계를 개선하고, 실험실 역량 및 연구 개발을 강화하고, 정보 및 자원 공유를 촉진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새로운 질병 병원체에 대한 탄력성을 구축할 수 있으며 발병 시 조직화되고 효과적인 대응을 보장할 수 있다.
중국 내 신흥 병원체
또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의 신종 질병 병원균에도 대응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중국은 세계 최대의 질병 인큐베이터이자 유력한 질병 전파국이다. 예를 들어, 1957년 아시아 독감과 1968년홍콩 독감 모두 중국에서 시작되어 세계적으로 100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1996년에는 H5N1 조류 독감, 2002년에는 사스(SARS)로 750명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2017년에는 A-H7N9 조류 독감, H1N1 인플루엔자, 코로나19로 세계에서 690만 명이 사망한 바 있다. 중국 돼지의 거의 절반이 죽은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중국에서 시작된 질병은 아니었지만, 중국 정부의 정책과 관리로 말미암아 다른 나라까지 이 질병이 확산되었다.
중국 공산당은 국제 사회와 투명하게 협력하기를 꺼려왔다. 동남아시아는 중국과 가까이 위치하며 교역 및 관광 등을 통한 교류가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렇게 부실한 거버넌스는 중국으로부터 확산되는 신종 질병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중국은 전염병 탐지, 예방 및 대응을 위해 다른 국가와 협력해야 한다. 공중 보건을 수호하고, 세계 보건 안보를 유지하고, 무역, 관광, 투자에 발생하는 지장이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려면 협력을 통한 접근은 필수적이다. 이러한 상황이 전혀 제어되지 않을 경우, 심각한 경제적 손실과 광범위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새로운 병원균에 대한 대응
국가 바이오디펜스 전략은 새로운 병원균의 국경 간 확산을 효과적으로 제한하기 위해 중요한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모든 계획의 중추는 조기 발견과 신속한 대응이어야 한다. 초기에 국경이나 지역사회 내에서 병원체를 검출할 수 있는 감시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감시 시스템에는 반드시 신속한 식별 및 분석을 통해 병원체의 기원을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의 실험실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의료 서비스 및 격리 시설 제공 등을 통한 발병 대응을 위해서는 적절한 자원과 물품을 갖춘 신속 대응 팀이 존재해야 한다.
폐수 모니터링은 소아마비, 사스, HIV 및 B형 간염 바이러스 등 병원체를 탐지하고 추적할 수 있는 비싸지 않으면서도 효율적인 방법이다. 변기 물과 함께 쓸려 내려간 소아마비 바이러스는 4일 이상 지난 후에도 하수 처리장에서 검출될 수 있다. 해당 검출 방식은 코비드19 팬데믹 기간 동안 사용이 크게 늘어났다. 이 방법을 통해 지역적 발병을 예측할 수 있기에 병원은 더 잘 대비할 수 있고 바이러스 진화를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 역시 확립될 수 있다.
국가 바이오디펜스 전략은 장비 및 인프라 개선, 교육, 신종 감염병 진단 테스트 개발과 같은 실험실 시설 및 과학적 역량 개발을 우선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조기 감지 및 신속 대응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지원 역량만 있다면 백신 개발이 국가 바이오디펜스 전략의 필수 요소일 것이다. 백신 개발 지원 역량이 없더라도 백신 개발 과정이나 시험에 참여하는 것은 어느 국가든 할 수 있다. 신종 전염병 백신을 개발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국가 바이오디펜스 전략은 백신을 최대한 빨리 공급하기 위해 백신 개발 노력을 우선 순위에 두어야 한다.
국경 통제 및 여행 제한은 많은 국가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늦추는 데 필수적인 조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사회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지역 사회와 국가가 어떻게 취약 계층을 보호할 수 있는지 배우는 시간을 버는 데 도움이 되었다. 바이오디펜스 전략에는 발병 기간 동안 증상이 있는 여행자를 선별해 내고 환자를 격리하는 등 전염병 감염 사례가 있는 국가로의 입출국을 제한하는 조치를 동반해야 한다. 코로나19의경우, 많은 작은 섬나라에서 이와 같은 전략이 좋은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팬데믹이 지속되면서 바이오디펜스가 흔들렸고 이에 따라 병원균이 유입되었다.
모든 위기 대응의 기본은 효과적인 의사소통과 정보 공유다. 바이오디펜스 전략은 새로운 병원균 확산 및 적절한 대응 실행에 관한 신속한 정보 공유가 가능하도록 다른 국가와 의사소통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 현재 이와 같은 네트워크가 여러 개 존재하는데, 세계보건기구(WHO) 와 태평양공동체(Pacific Community)가 1996년에 창설한 태평양 공중보건 감시네트워크(Pacific Public Health Surveillance Network)가 그 한 예다. 태평양 공중보건 감시네트워크는 공중 보건 감시를 개선하고 뎅기열, 홍역, 풍진, 인플루엔자, 렙토스피라증, 장티푸스, 사스, HIV 및 기타 성병 감염 관련 응급 상황에 대응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는 건강 데이터, 감시 시스템, 컴퓨터 응용 프로그램, 교육, 네트워크 홍보를 융합해 이루어진 성과다.
군의 역할
군의 자산도 생물학적 위협을 탐지하고 이에 대응하여 바이오디펜스와 생물 감시를 담당하는 국립 센터를 지원할 수 있다. 첫째로, 군사 실험실 시설은 새로운 기술과 숙련된 인력에 대한 접근권을 제공함으로써 현지 실험실 역량을 보완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시설은 신종 감염병에 대한 진단 검사 개발 및 검증, 병원균 검출 및 특징 분석 연구 수행, 백신과 치료제 생산 지원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군대 인력은 생물학적 제제의 취급 및 보관, 생물안전 조치 시행, 병원균의 우발적 방출 방지와 관련된 올바른 방법에 대해 민간 조직을 교육하고 지원할 수 있다.
군사 첩보력은 생물학적 잠재 위협에 대한 조기 경보를 가능케 할 수도 있다. 감시 시스템, 정찰 플랫폼, 인적 첩보 네트워크 등 첩보 자산을 통해 생물학적 제제의 기원과 확산, 보건에 끼칠 위험에 관한 중요 정보를 제공하여 전염병 발생을 식별하고 추적할 수 있다.
군 의료 대응팀을 국가 바이오디펜스 및 생물 감시 센터가 배치하여 치료 및 돌봄을 제공하고 감염 집단의 격리, 물자 및 장비 배포를 위한 물류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의 글로벌신속대응팀(Global Rapid Response Team)은 2015년부터 미국 내외에서 공중 보건 지원을 위해 2,400회 이상 동원되었다. 글로벌신속대응팀은 콜레라, 코로나19, 뎅기열, 에볼라, A형 간염, 홍역, 소아마비, 황열병, 지카 바이러스, 기근과 자연재해에 대응한 바 있다.
또한 미국 국방부와 해군은 백신 및 의료 장비와 같은 제품을 전달하거나 운송, 물류망 같은 서비스를 확장하기 좋은 위치에 있다. 미군은 또한 지역 조직이나 국제 NGO, 의료진과 함께 임상 수행을 위한 물류 지원과 훈련 서비스의 주요 제공자가 될 수 있다. 공동의 책임과 헌신에 기반한 이와 같은 전략은 인도네시아 반다아체(Banda Aceh)에서 USNS 머시(Mercy) 병원선을 이용해 쓰나미 구호 활동을 펼칠 때 효과적이었다.
군은 또한 인력, 의료 용품, 장비를 신속하게 수송하고 생물학적 제제의 안전한 보관 및 운송을 제공하며 백신 및 치료제 유통을 조율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대규모 물류 및 공급망 관리 능력을 지녔다. 최상의 대응은 군과 민간, 인도주의 단체의 물류 시스템에서 주요 역량을 결합하는 것이다.
준비태세 향상하기
국가 바이오디펜스 전략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생물 테러를 예방하고 신흥 및 재발 전염병의 탐지와 대응을 확실히 더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여기에는 조기 발견을 위한 강력한 감시 시스템과 위험 평가, 의료 대책을 포괄하는 계획이 수반되어야 한다. 생물 안전 및 생물 안보를 위한 실험실은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며 연구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제 협력, 교육 및 훈련, 투자를 통해 커뮤니케이션과 정보 공유를 촉진해야 한다.
바이오디펜스 및 생물 감시를 위한 국립 센터는 군과 민간의 역량을 활용하여 정부의 위협 감지, 대응 능력과 공중 보건을 수호하고 국가 안보를 유지하는 능력을 증진할 수 있을 것이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중국 및 미국과 같은 파트너들과의 협업 및 소통을 강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투자를 통해, 역내 신종 질병 병원균의 위험을 완화하고 공중 보건과 국가 안보를 수호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가 바이오디펜스 전략은 세계 보건 안보를 수호하고 신종 감염병이 인간의 건강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다.
본 기사는 2023년 3월 대니얼 K 이노우예 아시아 태평양 안보 연구소의 온라인 저널 시큐리티 넥서스(Security Nexus)에 처음 실린 글을 포럼 형식에 맞게 편집한 것이다.
국가 바이오디펜스 전략의 구성 요소
위험 평가: 생물학적 잠재 위협 및 취약점 식별하기.
조기 탐지 및 감시: 전염병 발병을 신속하게 감지할 수 있는 강력한 감시 시스템 개발 및 유지. 여기에는 실험실 역량 향상, 감시 현장 네트워크 구축, 공중 보건 기관의 대응 능력 향상이 포함된다.
실험실 역량: 생물학적 제제의 식별과 특징 분석이 가능한 높은 수준의 실험실 시스템 구축 및 유지. 교육과 장비, 인프라 개선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의료 대응 조치: 감염 예방과 치료를 위한 백신, 의약품 및 진단 가용성 확보하기.
대응 계획 및 대비: 의심 사례 관리, 접촉 추적, 의료 제공을 위한 프로토콜뿐만 아니라 유관 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설명하는 대응 계획 수립.
공중 보건 대응: 비상 대응 계획, 공중 보건 대응 활동 조정 등 생물학적 위협에 대한 전략 개발 및 실행.
생물 안전 및 생물 안보: 우발적인 방출이나 의도적인 오용을 방지하기 위해 생물학적 제제의 안전한 취급, 운송, 보관 보장하기.
연구 및 개발: 생물학적 제제에 대한 이해 증진과 의료 대응책 개발을 위한 활동 추진.
커뮤니케이션 및 정보 공유: 감염병 발생에 대한 시의적절하고 효율적인 정보 공유를 보장하고 조율된 대응 을 지원하기 위해 국가 간 통신 네트워크 구축을 우선순위에 두기.
국제 협력: 글로벌 보건 안보를 강화하고 국경을 넘는 생물학적 위협의 확산 방지를 위해 다른 국가 및 국제 기구와 협력하기.
교육 및 훈련: 생물학적 위협에 대한 의식을 강화하고 탐지, 예방, 대응 역량 구축하기.
자금 및 지원: 국가 바이오디펜스 전략의 실행과 유지를 위한 자금과 자원 확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