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징하오 저우(Jinghao Zhou) 박사
중국 외교부는 2023년 2월 국제 안보 문제와 해결책을 다룬 보고서를 발표했다.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Global Security Initiative)는 이보다 10개월 앞선 시점에 시진핑(Xi Jinping) 중국 주석이 연설에서 제안했던 개념을 반영한 것이다. 최근 중국의 행보에 의문을 갖고 있다면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를 이해하고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국가 안보에서 글로벌 안보로 전환
안보는 위협과 무단 접근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국가, 지역, 글로벌 수준에서 경제, 금융, 정치, 교육, 정보, 사이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국가의 안보는 그 국가의 국력과 세계관의 결과다. 1949년 건국 당시 중국은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된 채로 국가 안보와 영토 보전에 주력했다. 일당 국가인 중국의 안보 개념은 지도자의 연설과 공식 문서에 명시되어 있다. 마오쩌둥(Ma Zedong) 체제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중국 정치 체제의 안정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중국은 국내 안정을 위해 영토와 주권의 상호존중, 상호불가침, 내정불간섭, 평등과 호혜의 원칙, 평화적 공존을 포괄하는 평화 공존 5대 원칙을 내세웠다.
중국은 마오쩌둥 이후 초기에는 전 세계적인 안보 이니셔티브를 추진하지 않았다. 대신 중국 경제를 발전시키고 국내 생활 수준을 향상시켜 정치적 불안정을 피하고 정부의 정당성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덩샤오핑(Deng Xiaoping)의 통치(1978-97년) 하에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체제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대외 정책을 소극적으로 유지했다. 1990년 덩샤오핑은 중국 관리들에게 서방과의 대립을 피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냉정하게 관찰하고, 위치를 확보하고, 차분하게 사태에 대처하고, 능력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고, 낮은 자세를 잘 유지하고, 절대 주도권을 주장하지 말라.”고 독려했다. 이 전략 덕분에 중국은 큰 외부 간섭 없이 현대화를 이룰 수 있었다. 중국은 후진타오(Hu Jintao) 정권(2002~2012년)에서도 매우 실용적인 정책을 유지하면서 국내 경제 성장, 선의, 파트너십, 주변국과 관계를 장려하는 접근 방식을 통해 우호적인 국제 관계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2010년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된 지 2년 후, 시 주석은 취임과 동시에 미국과 새로운 유형의 관계를 수립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전략적 변화는 세계 정세에 대한 시 주석의 평가에서 비롯되었다. 시 주석은 세계가 동양의 부흥과 서양의 쇠퇴라는 큰 변화를 겪고 있다고 믿었다. 2014년 5월, 시 주석은 주요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 안보 프레임워크를 제안했다. 이 제안은 중국이 동양과 서양 사이에서 미국과의 패권 균형을 추구한다는 것과 국경을 넘어서는 중국의 야망을 의미했다.
중국은 2019년 백서 “새로운 시대의 중국 국방”에서 시 주석의 아시아 안보 비전을 자세히 설명했다. 백서에 따르면 미국은 외교 정책의 초점을 인도태평양으로 전환하여 일방적인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강대국 간의 경쟁을 심화시키며, 군사비 증강, 국방 능력의 발전 가속 및 글로벌 전략적 안정의 훼손을 야기했다. 백서에서 중국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아시아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 안보 우선순위를 재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 지도자들은 2035년까지 세계 최고의 군사력을 구축하겠다고 천명했다.
한편 시 주석은 새로운 패권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자신의 국방 비전에 대한 미국의 반응에 실망한 시 주석은 결국 러시아와 동맹을 맺었고 국내 국가주의자들의 압력에 굴복했다. 2022년 2월 시 주석은 러시아가 부당하게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에 러시아와의 “무제한” 우호 관계를 선언했다. 중국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분쟁을 미국의 지배력을 상쇄할 기회로 인식하고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대안 글로벌 프레임워크로 국제 안보 질서를 변화시키려 했다. 시 주석은 전쟁이 시작된 지 몇 주 만에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시 주석은 중국이 러시아의 침략에 외교적 엄호를 제공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평화조성자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유사점과 차이점
중국 외교부의 문건과 시 주석의 발언은 모두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에 도전과 희망으로 가득 찬 시대적 상황이라는 맥락을 더한다. 중국 외교부는 2022년 4월 보아오 아시아 포럼(Boao Forum for Asia)에서 시 주석이 “세계, 시대, 역사의 변화가 전례 없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는 국제 사회가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최선의 수단이 바로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에서 불가침 안보 수호, 균형 잡히고 지속 가능한 안보 구조 구축, 타국의 불안정성을 악용한 국가 안보 강화 반대, 협력을 통한 공동 발전과 안보 증진, 분쟁 해결을 위한 대화와 협의 진전, 글로벌 안보 거버넌스에 대한 조정과 협력 개선 등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의 핵심 원칙과 6가지 지지 약속을 제시했다.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는 중국의 기존 안보 개념과 일치하며 시 주석의 세계관을 통합한다. 각각의 핵심 초점은 당내 시 주석의 입지를 강화하는 것이다. 시 주석은 중국 지도자만이 경제 성장, 적극적인 외교 정책, 서구의 가치에 대한 거부 등을 통해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중국적 특성을 지닌 사회주의 체제의 국내 발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가 안보에서 지역 안보, 글로벌 안보로 진화하는 중국의 안보 개념은 중국의 자신감을 나타내며 강대국 지위를 추구하려는 의도를 표현한다. 글로벌 안보 브랜드를 홍보하는 중국의 목표는 서방과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은 글로벌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를 확장할 계획이다. 중국이 글로벌 강대국이 되려면 아시아 본토를 넘어 동쪽과 남쪽 해안의 열도국을 뚫고 서태평양과 다른 지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힘을 투사해야 한다.
이론적으로 중국은 자국의 이익과 가치를 증진하기 위해 주권 수호, 비간섭, 다극성 옹호,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 및 다자 조약에 대응함으로써 지역 안보 개념을 글로벌 안보 구조로 확장해야 한다.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는 중국이 대만 합병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의 일환으로 외교적, 군사적으로 대만을 고립시키고 대만을 계속 압박하면서 중국의 글로벌 활동을 합법화하려 한다.

언행불일치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 보고서는 공정하고 정당한 것처럼 보이는 공약과 함께 모호하고 추상적인 용어를 포함하고 있다. 중국 외교 정책과 그 이행의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면 중국의 신뢰성을 우려하는 것이 타당하다. 중국의 말과 행동은 종종 일치하지 않는다. 일부 분석가들은 시 주석 아래에서 중국의 공격적인 국제적 행동이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에서 지지하는 것과 상반된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는 “안보 불가분 원칙”을 지지한다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남중국해 분쟁 해역에 인공섬과 기타 해양 시설을 건설하고 군사화하고, 필리핀의 해양 권리를 지지하는 국제 재판소의 2016년 판결을 거부하는 등 다른 국가를 희생시키면서까지 자국의 이익을 추구해왔다.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는 분쟁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대화와 협의”를 지지하지만, 중국은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되었다는 주장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오스트레일리아에 무역 제한을 부과하고 캐나다가 중국 기술 회사 임원을 체포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캐나다 시민을 구금하는 등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국가를 처벌하기 위해 강압과 제재를 사용한다.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는 “냉전적 사고방식을 거부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중국은 마오쩌둥 시절부터 미국을 적국으로 간주하고 있다.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는 비전통적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생 협력, 상호 존중, 평등, 상호 이익의 원칙”을 지지하지만, 중국은 코로나19의 기원을 조사해 달라는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의 요청을 거부했다.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는 “내정 불간섭”을 옹호하고 “각국 국민의 독립적인 발전 경로와 사회 시스템 선택”을 지지하지만, 중국은 50여 개국, 특히 서방 국가에 100개 이상의 비밀 경찰서를 설립하여 해외 관할권을 수립했다. 또한 중국은 독재 및 전체주의 정권의 개인 자유 침해를 지지하는 동시에 자국의 광범위한 인권 침해를 옹호하고 있다.
중국은 스스로를 평화조성자로 묘사하지만 주변 국가에 대한 군사적 압력을 강화하여 인도와 분쟁 중인 국경에서, 필리핀과 영유권 분쟁 해역에서 충돌했다. 대만 해협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평화와 거리가 멀다. 대만 주변에서 대대적인 정치 선전 캠페인과 도발적인 군사 훈련은 중국이 겉으로 내세우는 평화적 해결보다는 공격적인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인정하지 않는데, 이는 중국이 러시아의 잔학 행위를 중립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중국은 위기 해결 방안을 제안하고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대가로 영토를 포기하라고 부추기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러시아가 침공하기로 선택한 국가를 방어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중국의 평화 제안은 러시아에 유리하고 우크라이나의 희생을 확대한다.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이 소위 평화적 해결을 환영하는 반면 우크라이나는 이를 거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는 중국을 문제 해결사로 묘사하는 반면, 미국을 문제 유발자로 묘사한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 중립적이고 유려한 산문으로 표현된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는 현실을 반영하지도 않고, 이해관계가 다른 국가 간의 갈등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도 제시하지 않는다. 실질적인 내용과 실현 가능성이 부족하다.

사고만 치는 종이 호랑이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가 아시아를 강조하는 이유는 시 주석이 아시아가 “세계 평화의 닻, 글로벌 성장의 동력, 국제 협력의 새로운 페이스 메이커(pacesetter)”가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시 주석과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는 인도태평양 국가들에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BRICS)의 경제 그룹,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China-Central Asia Summit), 동아시아 협력 메커니즘 같은 지역 기구와 모임의 역할을 활용하고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 시 주석은 아시아 국가들이 외부의 간섭 없이 아시아의 안보 문제를 처리한다는 비전을 실현하고자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중국은 “공격을 통한 방어”라는 중국의 전통적인 군사 교리를 채택하고 있다. 중국은 공세를 취함으로써 방어 목표를 달성하고 아시아에서 중국의 지배적 지위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서방의 영향력을 줄이려 한다. 미국은 중국의 접근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면 글로벌 자원 배분을 희석시키고 강대국 경쟁의 최전선인 인도 태평양에서 억제력을 상실할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는 미국과 동맹국 및 파트너에 즉각적인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이면에 숨겨진 저의는 심각한 문제를 유발한다. 중국이 추구하는 아시아 안보 개념의 목적이 다른 아시아 국가 및 단체의 안보 개념과 다르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아세안은 10개 회원국 간의 평화, 안정, 협력을 옹호한다. 일본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개념은 규칙에 기반한 질서, 국제법 존중, 항행의 자유, 개방적이고 투명한 경제 시스템을 지지한다. 인도의 지역 내 모든 국가를 위한 안보 및 성장 이니셔티브(Security and Growth for All in the Region initiative)는 해양 안보, 연결성, 지속 가능한 개발, 인도양 국가 간 협력 강화에 주력한다.
한편,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는 세계 다른 지역에 대한 안보 비전을 제시한다. 아프리카, 카리브해, 라틴 아메리카의 국가를 지원하고 중동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할 것을 촉구한다. 중국은 중국 국경 너머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를 열망하고 있다.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는 더 많은 국가와 안보 관계를 발전시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전략적 플랫폼을 제공한다.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는 일대일로 인프라 계획, 상하이협력기구, 중국 아프리카 협력 포럼, BRICS 등의 플랫폼과 메커니즘을 통해 중국이 전 세계적으로 야망을 확장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중국은 미국 달러보다 중국 통화를 장려하기 위해 BRICS, 일대일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을 활용했다. 40개 이상의 국가와 지역에 5조 820억 위안(817억 미국 달러)을 배포했다. 25개 이상 국가가 BRICS 가입을 계획하고 있으며 30개국이 BRICS 통화 제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하룻밤 사이에 세계 기축 통화 지위를 잃지는 않겠지만 중국은 미국의 패권을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는 중국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 국가 간 분열을 조장함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안보 동맹과 파트너십에 도전하고 있다. 2023년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 정상들이 모여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 긴장을 논의하는 동안, 시 주석은 중국 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주최하고 다른 5개 참가국에 260억 위안(37억 미국 달러) 규모의 차관과 보조금을 약속했다.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에 대응하기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의 의도와 역사적 맥락, 그리고 중국의 말과 행동 사이의 불일치를 면밀히 살펴보면 문제와 발생 가능한 부정적인 결과를 알 수 있다.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는 중국을 긍정적으로 반영하는 국제 안보 프레임워크를 제안하지만, 그 외교적 언어는 중국을 전 세계의 안보 조치 제공자로 묘사하려는 목표를 모호하게 만든다.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는 종이 호랑이에 불과하지만, 미국을 희생시키면서 시 주석의 중국몽을 세계 무대로 옮기려 한다. 중국의 동기에 의문을 제기하는 국가는 이에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시 주석의 비전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중국의 국내 및 국제 안보 의제에 대응하기 위한 하드파워 및 소프트파워 조치와 함께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를 완전히 이해해야 한다.
중국은 미국과 동맹국 및 파트너에 가장 큰 도전이자 잠재적으로 세계 평화를 저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중국이 규칙에 기반한 세계 질서를 옹호하는 국가들과 보조를 맞출 것이라고 믿는 것은 순진한 생각일 것이다. 중국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단결된 행동을 취해야 할 때다. 인도태평양과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에 명시된 다른 지역인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중동에서 중국의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확고하고 일관된 정책에 기반한 경쟁력 있는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가 필요하다. 새로운 국제 안보 역학 관계의 맥락에서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개발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