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통 사안분쟁/긴장특집 기사

잘못된 움직임

러시아의 석유 제재 회피를 돕는 그림자 선단

포럼 스태프

제재 대상인 러시아산 석유를 운송할 현대식 유조선이 부족해지면서 원유 및 정제 석유를 수입국에 공급하는 600여 척의 노후 유조선으로 구성된 “그림자 선단”이 나타났다. 이 선박들은 소유권은 숨기고 자동 식별 시스템을 끄며, 해상 환적과 “스푸핑(spoofing)”을 통해 탐지를 회피하고 있다. 스푸핑은 조작된 전송 신호 전송을 통해 선박의 위치를 위장하는 기술이다.

2023년 7월 로이터는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석유 수출국이며, 양국이 유가를 높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과 다른 국가들은 러시아 석유 수입을 금지하거나 가격 상한선을 부과했다. 러시아의 부당한 전쟁에 들어가는 자금 조달을 막는 동시에 러시아 석유가 국제 항구로 유입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미국 재무부는 가격 상한제가 “모순적으로 보이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안된 경제 전략의 새로운 도구”라고 밝혔으며 관측통들은 이 조치가 효과적이었다는 데 동의한다.

캐나다, 영국,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의 직접 수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은 러시아산 원유 및 정제유 제품의 해상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유럽연합 및 주요 7개국(G7) 그룹은 전 세계 러시아산 원유 및 기타 석유 제품의 해상 운송에 가격 상한선을 설정했다. 유조선이 러시아 석유를 운송하는 것은 합법이지만, 가격 상한제는 대부분 서방 보험 회사들이 원유는 배럴당 7만8,534원(60 미국 달러), 연료유와 디젤유 같은”더러운” 석유 제품은 배럴당 5만 8,900원(45 미국 달러), 가솔린, 제트 연료, 플라스틱 제조에 사용되는 석유인 나프타 같은 “청정” 석유 제품은 배럴당13만 890원(100 미국 달러)를 초과하여 판매하는 러시아 석유를 운송하는 선박을 보장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2023년 5월 더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 신문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선박이 대부분의 주요 항구에 입항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국제 제재로 인해 러시아는 노후 선박을 동원해 석유를 운송하거나 중국과 다른 먼 곳으로 향하는 대기 선박으로 환적하면서 이란과 베네수엘라가 국제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사용했던 시도를 따라하고 있다. 종종 사용되는 은밀한 방법 때문에 석유 운송을 모니터링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2023년 1월 더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신문은 “목적지를 알 수 없는 화물의 양이 급증했다. 한때 추적하기 쉬웠던 러시아산 석유가 이제는 더 어두운 경로를 통해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운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인해 낡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유조선이 혼잡한 항로와 항구를 항해하면 인적 및 환경적 재난의 가능성을 크게 증가시킨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우려는 2023년 5월 말레이시아 연안 남중국해에서 유조선 파블로(Pablo)가 폭발하여 불에 타면서 현실화되었다. 가봉 등록 선박인 파블로에 타고 있던 근로자 세 명이 실종되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보다 더 나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싱가포르의 더 스트레이츠 타임스(The Straits Times)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25명의 선원이 구조됐으며, 파블로의 갑판이 폭발한 시점에 해당 유조선은 거의 비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엄청난 기름 유출을 피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파블로 호는 중국 산둥성에서 이란산 중질유를 하역했다.

2023년 6월, 해양 뉴스 사업자 스플래시247닷컴(Splash247.com)은 파블로의 커다란 선체가 폭발과 화재가 발생한 지 수개월이 지난 후에도 선원이나 추적할 수 있는 선주, 보험사가 없는 상태로 기울어진 채 바다에 정박해 있었다고 보도했다.

해상 운송 관계자들은 이러한 사고가 석유 제재를 회피하려는 노력의 불가피한 결과라고 말했다. 국제 선박 중개업체 EA 깁슨(EA Gibson)의 조사 책임자 리처드 매튜스(Richard Matthews)는 2023년 3월 뉴스 방송사 CNN에 “선박이 노후되어 유지보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선단이 증가함에 따라 대형 유출이나 사고의 가능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옴스크의 정유 공장 로이터

어두운 회색 선단

러시아의 주요 석유 시장인 유럽이 사라지면서 러시아의 사업 방식이 바뀌었다. 러시아는 석유를 구매할 의향이 있는 새로운 고객과 석유를 공급할 경제적인 방법을 찾아야 했다. 2023년 1월 미국의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National Public Radio)는 중국이나 다른 신규 고객국의 먼 항구로 연결되는 파이프라인이 존재하지 않아 해상 원유 수출량 중 러시아의 유조선이 처리할 수 있는 양은 20퍼센트 미만이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더 많은 선박이 필요했다.

더 뉴욕 타임스가 “정부와 비즈니스 파트너의 감독을 피하기 위해 위치나 신원을 숨긴 채 뒤섞여 있는 선박들”이라고 묘사한 노후 유조선들이 러시아의 석유 운송을 돕기 위해 움직였다. 이러한 “암흑 선단” 중 상당수는 이미 이란과 베네수엘라에서 석유를 운송하고 있었다. 한편, 러시아 석유를 유럽 항구로 운송하는 것이 금지된 유럽 소유의 선박은 대부분 중동 및 아시아 기업에 매각되어 “회색 선단(gray fleet)”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CNN은 러시아가 두 선단을 모두 사용했으며, 업계 관측통의 추정을 인용하여 이들의 규모를 전 세계 대형 유조선의 약 10퍼센트라고 보도했다. 일반적으로 그림자 선단라고 불리는 두 유형의 선박은 러시아가 제재를 회피하고 서방 화주 없이 석유를 이동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분석 회사 크플러(Kpler)는 2023년 1분기에 인도와 중국에 대한 러시아의 원유 수출이 양국이 침공 이후 할인된 가격으로 원유를 구매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CNN에 밝혔다. 한때 러시아 원유 수출의 거의 3분의 2를 차지했던 유럽 시장의 점유율은 8퍼센트로 떨어졌다고 크플러는 보고했다. 크플러의 애널리스트 매트 스미스(Matt Smith)는 2023년 4월 미국 언론사 인사이더(Insider)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인도 모두 할인된 러시아산 원유를 이용해 다른 나라들이 러시아산 자재에 가한 제재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림자 선단이 이러한 변화를 부추겼다. 2023년 2월글로벌 화물 시장을 모니터링하는 프레이트웨이브스(FreightWaves)는 러시아의 석유 제한 조치로 인해 서구의 보험, 금융, 해운 서비스 네트워크 외부에서 운영되는 소유주와 등록이 모호한 노후 유조선의 가치와 수명이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같은 달, 더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그림자 선단이 주요 공급자의 보험 없이 석유를 운송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 해상 석유를 분석하고 추적하는 보르텍사(Vortexa)에 따르면 유조선은 파나마, 라이베리아, 마셜제도 등 여러 국가에 등록되어 있거나 해당 국가의 “깃발”을 달고 있다.

프레이트웨이브스는 유조선은 약 15년이 지나면 노후 유조선으로 간주된다고 전했다. 이전에는 많은 유조선들이 고철로 팔렸다. 그러나 평균 선령이20년인 제재 회피 선박의 등장으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일례로 파블로는 1997년에 건조되었다. 원유 유조선 소유주인 DHT 홀딩스(DHT Holdings)의 CEO 스베인 목스네스 하펠드(Svein Moxnes Harfjeld)는 프레이트웨이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부활한 선박들은 새로운 고물 활용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변화하는 패턴

더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은 점점 더 분산되고, 분열되고, 위험해지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제재와 가격 상한제는 운송 패턴을 극적으로 변화시켰다. 2023년 4월 로이터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에너지 공급국도 이제 길고 비용이 많이 드는 항해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원유 수출과 함께 브라질, 모로코, 나이지리아, 터키에 청정 석유 제품을 공급하는 반면, 아시아, 중동, 미국은 유럽으로 디젤 같은 연료를 더 많이 운송하고 있다. 로이터는 러시아의 풍부한 공급으로 아프리카와 지중해에서 쫓겨난 아시아 수출업체들이 싱가포르로 석유를 보내 저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 이코노미스트는 두바이와 홍콩의 “미스터리한 새 기업”들이 제재 이전 스위스 제네바의 회사들이 취급하던 러시아 석유를 거래하고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미국에 본부를 둔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선임 펠로우이자 에너지 안보 전문가인 벤 케이힐(Ben Cahill)은 2023년 3월 에사데지오(EsadeGeo) 글로벌 경제 연구 센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년 동안 국제 유가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케이힐은 ” 순조롭게 전환되었다.”며 “유럽연합의 금수 조치와 가격 상한제는 궁극적으로 시장의 공급을 원활하게 유지하고 러시아의 수입을 박탈하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2023년 2월 보텍사의 수석 경제학자 데이비드 웨흐(David Wech)는 웨비나에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자 공급망이 길어지면서 바다를 이동 중인 석유가 두 배 많아졌다고 말했다. 더 이코노미스트는 일주일 이내에 러시아산 원유를 유럽으로 운송하던 선박이 이제는 먼 항구까지 운송하는 데 최대 45일을 바다에서 보낸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미국 기업이 유럽에 청정 석유 제품을 배송하는 데 18일이 걸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유조선이 장거리 항로를 운항할수록 기후 변화에 기여하는 탄소 배출량도 증가한다.

그림자 선단 유조선의 소유주를 찾는 것은 어렵다.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비영리 연구 단체 고등국방연구소(Center for Advanced Defense Studies)는 당국과 해운 분석가들이 러시아 석유를 운송하는 선박에 대해 점점 더 많이 문의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고등국방연구소의 국가후원위협팀(State Sponsored Threats team)의 분석가인 마고 가르시아(Margaux Garcia)는 포럼에 “일반적으로 당국과 해운 분석가들은 의심스러운 행동 패턴, 알려지지 않은 제재 회피자에 대한 새로운 단서 또는 알려진 우려 선박과 선단에 대한 보다 완전한 실소유주 정보를 찾고 있다.”라고 말했다.

2023년 5월 남중국해에서 폭발한 유조선 파블로가 불타고 있다. 말레이시아 해양경찰청

가르시아는 러시아 석유를 운송하는 기업들이 다른 제재 국가의 석유를 운송하는 기업들과 다른데, 가격 상한제 규정을 준수하면 러시아 석유를 합법적으로 운송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당국이 러시아 석유를 운송하는 선박에 탑승하면 그럴듯하게 부인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다.

책임감 있는 해운사들은 바다를 누비는 노후 선박이 너무 많아서 업계의 평판이 나빠질까 걱정하고 있다. 파블로가 폭발한 며칠 후 국제 해운 웹사이트 시트레이드 마리타임 뉴스(Seatrade Maritime News)는 “이 무정부 상태를 막을 의지가 있는가, 아니면 바다의 주권과 자유에 대한 지루한 법적 논쟁으로 모든 것을 잃어야 하는가?”라며, “이 사건이 전 세계 해운업계에 파급될 훨씬 더 심각한 국제적 스캔들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하고, 국제적이고, 즉각적인 대응책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논평했다.

정부와 해운업계가 제재 위반 관행을 단속하는 데 직면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고무적인 징후가 있다. 2023년 5월 월리 아데예모(Wally Adeyemo) 미국 재무부 차관은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가격 상한제는 매우 잘 작동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에너지 거래를 지원하기 위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돈을 써야 하기 때문에 미사일을 만들거나 탱크를 사는 데 쓸 돈이 없다.”고 말했다.


공해 기만

그림자 선단 선박은 소유권, 석유 화물의 출처와 가격, 위치를 감추기 위해 다양한 기만 수단을 사용한다.

편의 치적(flags of convenience)은 상선이 등록되어 있는 국가를 나타낸다. 선박은 노동, 환경 또는 검사 규정이 거의 없는 국가에 등록할 수 있다. 일부 선주는 등록을 반복적으로 변경하여 선박의 이력을 추적하기 어렵게 만든다.

전 세계 해상 석유를 추적하는 보르텍스사의 분석가 아르멘 아지지안(Armen Azizian)은 해상 비규제 운송이 화물의 원산지를 모호하게 만들 수 있다고 포럼에 말했다. 아지지안은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 또 다른 단계가 생긴다.”며 “중개인이 개입한다.”고 말했다.

운송비, 관세, 보험, 화물과 관련된 기만적인 회계 관행으로 인해 구매자가 석유 선적에 얼마를 지불했는지, 가격 상한제를 피했는지 계산하기 어렵다.

선박의 자동 식별 시스템을 끄고 스푸핑을 하면 선박의 위치를 숨기거나 전자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자동 식별 시스템 트랜스폰더는 지상 및 위성 기반 장비를 사용하여 다른 선박과 규제 기관에 선박의 위치를 알린다. 스푸핑은 가짜 선박 위치 신호를 방출하는 것이다. 한 예로, 위성 사진을 통해 동해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러시아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실제로는 4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중국 항구에서 하역 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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