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스태프
대만에 대한 중국의 공세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만에서 서쪽으로 4,000km 떨어진 곳에 중국을 억지할 수 있는 세력이 자리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중국과 오랜 국경 분쟁을 겪고 있는 인도다.
인도는 대만과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맺지 않았다. 2008년 중국과 공동 성명을 통해 하나의 중국 정책을 ‘변함없이 유지’하며 이에 반하는 모든 활동에 ‘반대’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아루나찰 프라데시를 인도의 영토로 규정하는 ‘하나의 인도’ 정책을 중국이 지지하지 않게 되면서 2008년 공동 성명의 뒤를 잇는 공개 선언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중국의 거부로 중국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인도 북동부 주에 대한 분쟁이 지속되었다. 이것 역시 인도의 메시지가 바뀌는 데 일조했을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2022년 8월 인도는 중국이 무력 합병으로 위협하는 대만과 관련해 현상태를 바꾸려는 일방적인 시도에 일체 반대한다고 밝혔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탄비 마단(Tanvi Madan) 선임 연구원은 해당 싱크탱크에서 진행하는 글로벌 인디아 팟캐스트 2024년 1월 방송에서 인도 외교관들이 이제는 중국이 아닌 대만에서 중국어 교육을 받는 등 인도와 중국의 관계가 미묘하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양국 관계가 하락세를 타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가리키는 예는 다음과 같다.
- 2023년 중국이 아루나찰 프라데시를 자국 영토로 표기한 새로운 버전의 국경선을 발표. 인도의 아루나찰 프라데시 주는 중국과 국경 분쟁 중인 3,380km에 달하는 실질통제선의 동쪽 끝에 위치해 있는데, 이 접경지역에 배치된 중국 인민해방군의 병력이 늘어남에 따라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던 중 2020년 전면전이 발발하기도 했다.
- 2022년 인도는 중국이 필수 국제 무역 항로인 대만 해협을 군사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인도의 이러한 강경한 수사가 새로운 협상 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호주국립대학교의 정치학자 웬티 성(Wen-ti Sung)은 가디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여러 전선에서 갈등이 심화되는 것을 중국이 꺼려하는 것을 알고 있는 인도는 이제 이전에는 고려하지 않았던 대만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림으로써 새로운 영향력을 구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 2024년 1월, 사실상 대만 주재 인도 대사관인 인도 타이페이 협회의 사무총장 만하르신 락스만바이 야다브(Manharsinh Laxmanbhai Yadav)는 새로 선출된 대만 지도자들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이번 대만 총통 선거에서 라이칭더(Lai Ching-te)가 승리함에 따라 독립노선을 주장하는 라이칭더에 대한 중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민진당은 3연임에 성공했다. 포커스 타이완 통신사에 따르면 야다브는 “우리[인도와 대만]는 민주주의 가치를 향한 확고한 일념을 공유하고 있으며,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러한 공동의 원칙을 증진하고 보다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스웨덴 안보개발정책연구소 산하 스톡홀름 남아시아·인도태평양 센터의 재간나스 판다(Jagannath Panda) 소장은 대만의 민주적 절차에 대한 인도의 찬사와 추가 협력 약속이 인도의 입장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
판다는 더 디플로매트 2024년 2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지금까지는 인도가 중국-대만 문제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면 이제는 “일본과 미국 등 중국의 군사적, 경제적 공세에 적극 대응하는 비슷한 입장을 지닌 나라들과 함께 새로운 역내 구조를 지지하는 쪽”으로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