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스태프
필리핀군 참모총장 로미오 브라우너 (Romeo Brawner) 대장은 2023년 5월 하와이에서 열린 태평양 지상군 심포지엄 및 박람회(Land Forces Pacific (LANPAC) Symposium & Exposition)에서 포럼과 별도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전쟁 억제야말로 가장 중요한 전쟁 준비라고 말했다. 브라우너 대장은 기조연설에서 인도태평양 전역의 가치관이 비슷한 국가들 사이에서 다자간 훈련과 연습이 폭넓게 받아들여지면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강대국들은 그러한 훈련이 역내에서 제도화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브라우너 대장은 다자간 행사들을 통해 군이 작전 및 조직 개념과 정교한 무기 시스템에 접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다자간 행사는 우선순위 역량에 대한 학습 곡선을 빠르게 향상시킨다. 군은 가상의 적이 존재하는 현실적인 시나리오와 수많은 환경 속에서 훈련할 수도 있다. 그는 또한 다자간 훈련으로 상호운용성을 촉진하고 파트너 간의 유대를 강화하여 미래 임무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 중요한 것은 [다국적 훈련을 통해] 전략적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군이 더 많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다자간 훈련은 참여국 간 공통의 비전과 하나의 목표가 담긴 그림을 그려 통합 억제 효과를 창출해낸다.” 브라우너 대장은 필리핀 육군은 세계 무대에서는 규모가 작은 군이기 때문에 미국과 같은 동맹국과의 훈련을 통해 “세상에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집단적 목소리”를 키울 수 있다고 포럼에 말했다.
그는 “함께 훈련함으로써 각자의 역량을 강화하고, 상호운용성을 구축하여, 필요시 함께 협력할 수 있다.”며 “목표는 전쟁을 억제하는 것이다. 협력하고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면 치명적인 충돌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통 영역
필리핀군은 인도태평양 전역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다자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영유권 주장을 무효화한 2016년 국제사법재판소 판결에 맞서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연안국의 자원 접근을 공격적으로 거부하고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서 필리핀 선박을 일상적으로 괴롭히고 있다.
브라우너 대장은 한 지역이 글로벌 문제에서 갖는 중요성과 안보 역학 관계가 다자간 훈련의 성격과 범위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 간 세계 정세에서 인도태평양의 중심성이 커졌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인도태평양에는 미국, 중국, 일본이라는 세계 3대 경제 대국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가들도 자리하고 있다.
인도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이 지역은 석유와 천연가스를 비롯한 국제 무역의 중요한 통로다. 전 세계 해운의 약
60퍼센트가 수익성 높은 어장과 해상 석유 및 가스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인도태평양을 통과한다(중요한 요충지,
32~33페이지 참조). 태평양 지상군 심포지엄 및 박람회에서 브라우너 대장은 청중에게 “따라서 역내 국가들은 이 지역의 방대한 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놓고 경쟁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글로벌 경쟁 혹은 협력의 장이 되고 있다.”며 “그래서 우리는 다양한 우발 상황에서 군이 기대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진지하게 준비함으로써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 바로 이런 측면에서 다자간 훈련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방 지출을 추적하는 글로벌 파이어파워(Global Firepower)의 2023년 순위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25개 군과 방위군 중 절반 이상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강대국들의 존재로 인해 발생하는 과제들은 지역 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협력의 기회가 되어주기도 한다. 브라우너 대장은 “실제로 가치관이 비슷한 강대국들이 협력하면 일종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유 상황, 임무 및 가치가 다자간 훈련의 중요성을 더욱 높인다고 말했다.
- 지역 안보 환경에는 법치에 위배되는 반접근/지역 거부 전술을 야기하는 영토 분쟁이 존재한다. 다자간 훈련을 통해 각국은 대응을 조율하고, 모범 사례를 공유하며, 역량을 강화하고, 안보 문제에 대한 공동 접근법을 개발할 수 있다.
- 공통 위협에 대해서는 인적 요인에 의한 것이든 자연적 요인에 의한 것이든, 첩보 공유 및 상호운용성을 강화하며 공동 전략을 개발하기 위한 훈련이 필요하다.
- 지역 육군의 역할에는 국민과 영토를 보호하기 위한 전통적 및 비전통적 책임이 포함된다.
-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과 같은 공동 비전은 국제법, 항행의 자유, 평화적 분쟁 해결, 경제 발전의 가치를 강조한다.
브라우너 대장은 이와 같은 요소들이 “가치관이 비슷한 국가들에 일종의 긴박감을 조성한다”며, 해당 국가들이 아직 위협을 억제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는 시간이 있을 때 군사훈련을 통해 연합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포럼에 “함께 구축해나가고 있는 관계야말로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며 “단순한 역량 개발, 상호운용성 그 이상으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함께 모일 때 큰 의미를 갖는 관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트너십 구축
국제적 협력은 군 역량을 강화하고, 작전 지원을 보완해주며, 기술을 개발하는 동시에 공백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상호 이익이 된다. 브라우너 대장은 필리핀 군이 다자간 훈련에 비교적 최근에 새로 참여한 주체인 만큼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을 여전히 확대해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방 및 안보 파트너십은 이미 물자 솔루션, 역량 강화, 위협 감소 프로그램, 해양 안보 프로젝트, 훈련 및 교육과 같은 이득을 필리핀에 가져다주었다.
필리핀군과 미군이 주최하는 연례 군사 훈련 중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발리카탄(Balikatan) 2023 훈련에는 17,000명 이상의 병력이 참가하여 상륙 작전, 실사격 훈련, 시가전, 방공, 사이버 보안, 테러 대응, 인도주의적 지원 및 재해 구호 대비 등 다분야 역량을 강화했다. 해당 훈련에 브루나이, 캐나다, 프랑스,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한국, 태국, 영국, 베트남은 옵서버로 참여했다.
브라우너 대장은 발리카탄 훈련에 이어 약 3,000명의 필리핀군과 미군이 2023년 살라크닙(Salaknib) 훈련에 참가했으며, 양국은 살라크닙 훈련을 다자간 훈련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 일로카노어로 “방패”를 뜻하는 살라크닙 훈련은 방위 준비 태세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일본이 옵서버로 참가했다.
2022년 말 미국 합동 태평양 다국적 준비 센터(U.S. Joint Pacific Multinational Readiness Center)에서 열린 또 다른 다자간 훈련에서도 필리핀군은 인도네시아군, 태국군, 미군과 함께 훈련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여기에는 6,000명
이상의 병력이 참가했다. 이 훈련에는 오스트레일리아, 방글라데시, 프랑스, 일본, 말레이시아, 몽골, 뉴질랜드, 싱가포르, 한국이 옵서버로 참여했다. 알래스카에도 캠퍼스가 있고 인도태평양의 다른 지역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이동식 훈련 역량을 갖추고 있는 하와이의 전투 훈련 센터는 전역에서 벌어질 수 있는 동급 및 근동급 전투를 재현하는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제공한다.
브라우너 대장은 또한 오스트레일리아 육군이 주최하는 카라바루(Carabaroo) 훈련을 예로 들며, 카라바루 훈련이 필리핀과 미국 장병들이 복잡한 환경에서 종합 무기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 훈련의 목표는 전쟁 수행 상호운용성, 국제 관계 강화 및 전투 준비 태세 개선 등이다. 마닐라 불레틴(Manila Bulletin) 신문은 카라바루 훈련이 인도네시아군과 말레이시아군도 참여하는 프레데터스 런(Predator’s Run) 및 서던 타이거(Southern Tiger) 훈련과 카르티카부라(Kartikaburra) 교환 프로그램의 일부라고 보도했다.
필리핀 육군은 일본 육상자위대와 미군이 진행하는 야마 사쿠라 훈련에 옵서버로 참가하고 있다. 브라우너 대장은 필리핀이 해당 훈련의 정식 참가국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국 육군이 실시하는 퍼시픽 패스웨이스(Pacific Pathways) 작전의 구성 요소인 야마 사쿠라 훈련은 다국적 육군 간 합동 군사력을 키우는 데 주력한다.
브라우너 대장은 다자간 훈련에서 가치관이 비슷한 파트너를 더 많이 수용하기 위해 프로토콜을 간소화할 것을 권고하며,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에 부합하는 공동 이상을 공유하는 군들을 신속하게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규모 국가들의 지속 가능한 참여를 위해 부담 분담 메커니즘을 옹호했으며, 동료 리더들에게는 인도태평양군 간 발전 격차를 인식할 것과 완전한 상호운용성을 강화하는 보완적 노력의 가치를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역사적 교훈
브라우너 대장과 미국 육군 태평양사령관 찰스 플린(Charles Flynn) 대장은 2023년 중반 필리핀의 코레히도르 섬(Corregidor Island)을 방문하여 80년 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필리핀을 방어한 필리핀군과 미군의 공동 희생을 기념하는 장소를 둘러보았다.
1900년대 초에 지어진 시설에 대한 역사적 표식을 읽으며 플린 대장은 브라우너 대장의 말에 공감을 표했다. “브라우너 대장은 1905년 초에 이미 양국군이 미래에 일어날 수도 있는 일에 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일은 40년 후에 일어났다.”
“플린 대장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브라우너 대장, 우리는 여기서 역사를 반복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 양국군은 다시 한 번 함께 일하고, 함께 훈련하고,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에 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일은 어쩌면 40년이 지나기 전에 일어날 수도 있다.'”
브라우너 대장은 태평양 지상군 심포지엄 및 박람회에서 청중들에게 “우리는 지금부터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전쟁에 대비하거나 전쟁을 억제하는 방법 중 한 가지는 함께 훈련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