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군 특수작전사령부(SOCOM AFP) 부사령관 라눌포 A. 세빌라(Ranulfo A. Sevilla) 대령과 그의 미국측 파트너인 제1특전단(공수) 제3대대 사령관 빈센트 엔리케즈(Vincent Enriquez) 중령은 지난 4월 필리핀에서 열린 발리카탄 2023 훈련 중에 포럼과 인터뷰를 가졌다. 세빌라 대령은 또한 발리카탄 2023 특수작전부대(SOF 또는 SOFOR) 실기동훈련(FTX)의 총괄 책임자이자 발리카탄 지휘소 훈련(CPX)에서 특수작전부대 사령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동맹국 및 파트너국과의 지속적인 대면 교류가 양자 관계의 기반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두 사람은 필리핀군 특수작전사령부와 미국 태평양특수작전사령부가 필리핀-미국 파트너십 강화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했다.
포럼: 발리카탄 2023에서 당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설명해달라.
세빌라 대령 Col. Sevilla: 나는 필리핀군 특수작전사령부의 부사령관이고 발리카탄에서는 특수작전부대 실기동훈련의 책임자를 맡고 있다. 2년 전 발리카탄 훈련의 큰 틀이 기획되고 있던 당시, 특수작전사령부의 플레이어들을 감독할 훈련 전담 부서를 특수작전사령부가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래서 작년 [2022]에 이 훈련 전담 부서가 만들어졌고 내가 현재 훈련 책임자를 맡고 있다. 특수작전사령부 특수작전부대 일을 총괄하는 훈련 책임자 외에도 특수작전부대 지휘소 훈련 사령관까지 맡고 있기 때문에 훈련 책임자와 특수작전부대 지휘소 훈련 사령관이라는 두 개의 감투를 쓰고 특수작전부대 일을 지휘하고 있는 셈이다. 지휘소 훈련과 테이블톱 훈련 계획에 모두 참여하는 일은 녹록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옆에 있는 엔리케즈 중령이 실제 시나리오를 진행할 때 이를 감독하는 임무도 수행해야 한다.
엔리케즈 중령 Lt. Col. Enriquez: 수퍼비전을 환영한다! 나는 [미국 워싱턴주에 있는] 루이스-맥코드(Lewis-McChord) 합동 기지에서 복무 중이며 팔라완과 북부 루손, 막사이사이 요새에 배치된 특수작전 태스크포스의 일원으로 이곳에 왔다. 내 임무는 상호운용성을 구축하고, 장기적 파트너, 특히 필리핀군 특수작전사령부와의 협업 능력을 강화하고, 우리 군이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훈련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다. 이번 훈련에 대한 우리 군의 기대가 무척 크다. 이 정도 규모의 훈련에 참가한 게 너무 오랜만이고, 파트너십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전 세계에 우리의 파트너십이 얼마나 강력한지, 그리고 함께할 때 우리의 전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포럼: 이전에도 발리카탄 훈련에 참여한 적이 있었나?
세빌라 대령 Col. Sevilla: 아직 대위였을 때 참여했던적이 있다. 2000년에 나는 특수부대연대(공수) 교육훈련 담당 부참모장 G8이었는데 그때가 나의 첫 발리카탄 훈련 참가였다. 특수부대 훈련장교로 근무하는 것 외에 ODA 186(알파 작전분견대 또는 특수부대 작전단위)의 전술 레벨에도 참여했다. 내가 참여한 것은 소부대 전술 훈련이었다. 그로부터 7년이 채 안되었을 때 또다시 발리카탄 훈련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당시 내 소속은 필리핀군 합동 특수작전단(AFP JSOG)이었다. 당시 특수작전단은 특수작전사령부가 아닌 필리핀군 직속이었다. 정보 장교였던 나는 두 차례에 걸쳐 발리카탄에 참여하라는 임무도 부여받았다. 발리카탄이 발전해가는 모습을 직접 본 사람으로서 말해보자면 발리카탄 훈련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전의 발리카탄 훈련은 전술, 기법, 절차(TTP)의 훈련 교류와 소부대 전술에 더 중점을 두었다. 하지만 이제 훈련의 무게 중심은 작전 개념으로 이동했으며, 훈련의 범위와 관점 역시 크게 확장되었다. 이번 훈련에 특수작전 유형의 다른 임무들이 도입된 것이 매우 반갑다. 또한 현재 우리는 하이브리드 위협에 대한 대응뿐만 아니라 우리의 주권과 영토를 수호하는 영토 방어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엔리케즈 중령 Lt. Col. Enriquez: 나는 필리핀에서 열렸던 많은 훈련에 참가했는데, 희한하게도 발리카탄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훈련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그 규모가 사상 최대라는 사실이다. 앞서 세빌라 대령이 언급했던 것처럼 이것은 더 높은 수준, 즉 더 높은 작전 수준이나 심지어는 전략적 수준에서 훈련을 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전 발리카탄에서 했던 전술 훈련은 관계 정립에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훈련만으로는 실제 전투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리가 제대로 협업할 수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우리는 전투를 이어나가야 하며 서로 소통하며 다수의 작전을 조율해야 한다. 이전 발리카탄의 경우 부대가 전국에 흩어져 있는 상태에서 훈련 규모도 작았기 때문에 모두가 독립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다. 물론 이것도 좋은 훈련이다. 하지만 서로 공조하는 합동 훈련의 효과는 얻지 못했다. 반면 올해는 필리핀과 우리 측 파트너뿐 아니라 호주 특수작전부대 등 국제 파트너까지 그 수가 많기 때문에 대규모 합동 훈련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것이 올해 훈련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포럼: 발리카탄 2023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세빌라 대령 Col. Sevilla: 올해 호주가 훈련에 동참했는데 사실 발리카탄에 호주가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는 상호운용성을 넘어 시스템 통합이 더욱 중요한 주제가 된 것 같다. 이것은 매우 바람직한 변화다. 우리 시스템이 미국에 비해 훨씬 뒤쳐져 있다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공동의 적이 있다면 그 적과 함께 싸우기 위해서는 미국의 시스템을 우리 것에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
엔리케즈 중령Col. Enriquez: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필리핀의 영토 주권과 관련된 우려들이 존재하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파트너십을 통해 필리핀의 주권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침략을 억지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협력할 수 있으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다는 것, 필리핀에게는 매우 유능한 파트너가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가족도 필리핀 출신인데 그런 만큼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 필리핀의 문화와 파트너, 그리고 오랜 우정을 통해 협력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 나에게는 이 점이 정말 기대된다. 또한 군인으로 지금까지 복무하며 우리의 특수작전부대 파트너 및 필리핀군 특수작전사령부와의 관계가 점점 발전해 나가고 그들의 본부와 역량이 확장되는 과정을 목격한 것 역시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중대 규모 수준의 파트너 부대로 시작된 것이 사단으로, 장성급 장교가 이끄는 전투사령부로 발전했으며 이 과정에서 우리 제1특전단은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어떤 면에서 우리는 함께 성장한 것이다.
세빌라 대령 Col. Sevilla: 이번 발리카탄에서 제일 기대되는 점은 오늘 아침 특수작전부대 행사의 짧은 개막식에서 내가 언급한 내용이다. 2021년 중반 미국측 기획자들이 내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의 일인데 나는 그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발라카탄의 시나리오나 훈련 개념으로 다른 것을 생각해보는 것은 어떤가? 이제는 소부대 전략에만 주력해서는 안 된다. 훈련에 비재래전(UW)을 통합하되 제한된 규모로 실시하는 것을 고려해보자. 훈련 기간이 정해져 있으므로 비재래전의 7단계를 모두 따르는 대신 몇 단계는 건너 뛸 수도 있겠다.” 다행히 그들은 내 아이디어를 채택했다. 비재래전이 연습에 통합된 것은 작년 발리카탄 때였는데 그것은 대단히 시의적절한 일이었다. 발리카탄 훈련이 시작되기 몇 주 전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기 때문이다. 미국 기획자들이 내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그들과 논의했던 시나리오는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거의 동일하다. 지금 나는 우리가 하는 연습과 모의훈련 그리고 새롭게 정립할 개념들이 우리 군의 장병들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필리핀 군 역시 침략이 발생할 경우 더 잘 대항하며 더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이렇듯 발리카탄 훈련은 시범 케이스가 될 것이며 아마도 내년[2024년]에는 규모를 더욱 확장하여, 단독 비재래전 훈련 뿐만 아니라 합동으로 실시하는 공조 유형의 비재래전에도 주력해야 할 것이다.
엔리케즈 중령 Lt. Col. Enriquez: 아, 전적으로 동의한다! 특히 이곳에는 특수작전부대가 상주하고 있다. 육군 특수부대 작전분견대가 다른 특수작전부대 파트너들과 상주하고 있는데 앞으로 몇 달 안에 그 규모를 대대본부 수준으로 확장할 계획도 있다. 이는 파트너십에 대한 투자를 더욱 늘리겠다는 의미다. 특수작전과 관련해 우리는 “최초대응”이라는 수식어를 쓰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파트너들과 함께 침략에 대항할 준비가 언제나 되어 있다.
포럼: 발리카탄을 비롯한 다른 양자 훈련을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래의 훈련 책임자와 참가자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가?
세빌라 대령 Col. Sevilla: 나는 우리나라의 국가위기관리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이다. 이는 내가 필리핀 정부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국에서 근무할 때 맡은 업무이기도 했다. 실제로 나는 베니그노 아키노(Benigno Aquino) 전 대통령이 서명한 2012년 국가위기관리 매뉴얼과 그에 따른 행정명령 82호를 만든 사람 중 한 명이다. 즉, 나는 우리의 안보 부문이 긴급한 위협과 급변하는 위기에 대비해 비상 계획을 수립하고 리허설과 훈련을 통해 해당 계획을 검증할 것을 언제나 권고하는 사람이다. 이때 비상 계획과 관련된 사람들은 리허설과 훈련에도 참여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최근 시작한 프로젝트에 대한 후속 조치를 위해 미국과 필리핀이 곧 합의하여 다음 연습을 시작하게 될텐데, 바로 이런 이유에서 나는 이를 지지한다. 내가 컨퍼런스와 회의에서 사람들에게 강조하는 말은 한결같다.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하여 경험을 통해 배우고 상대방이 하는 일을 관찰한 뒤 부대로 돌아가 그 내용을 사람들과 나누자는 것이다. 내가 고위 관리로서 이에 참여할 수는 있겠지만, 실무 수준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번 훈련이 끝나면 나는 특수작전부대의 훈련 책임자로서 당연히 사후 검토를 실시할 것이고, 이를 통해 우리가 배운 것, 관찰한 것, 경험한 것들을 취합하여 이번 훈련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두 부대에 해당 내용을 전달할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이 기회를 잘 활용하여 우리의 시스템도 잘 연구해보고 기술뿐만 아니라 절차가 만들어지는 과정까지도 자세히 들여다보라고 진심으로 강조한다.
엔리케즈 중령 Lt. Col. Enriquez: 나는 내 부하들에게 말한다. “지금 본인의 팀을 꾸리고 그 팀에 투자하라. 다음에 파트너와 함께 이 땅을 밟을 때는 실제 전투를 위해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기회를 통해 대비해야 한다. 사람들은 주로 상호운용성과 그들의 역량 개발에 대해서 말하지만 나는 인간적인 면모나 사람들과의 관계에 더욱 깊은 감사를 느낀다. 나는 누구를 신뢰하며, 그들도 나를 신뢰하는가? 이번 훈련은 그러한 관계를 쌓을 수 있는 기회다. 알다시피 진짜 위기가 닥치면 신뢰를 쌓을 시간은 없는데 발리카탄의 정신(‘어깨를 나란히 한다’라는 뜻을 지닌 타갈로그어 단어)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손발을 맞춰 서로 협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기의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인 만큼 우리는 빠르게 결단을 내리고 신속하게 행동해야 한다. 우리가 지금 훈련하는 것은 바로 그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지금 이러한 역랑과 신뢰를 쌓는 것이 침략을 억지하는 길이다. 그 누구도 우리 팀에 맞서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함께한다.
포럼: 발리카탄 훈련이나 필리핀-미국 파트너십에 대해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세빌라 대령 Col. Sevilla: 훈련에 함께 했던 상대국 동료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앞으로 발리카탄보다 더 큰 규모의 훈련에서 만나 또 한 번 함께 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특히나 [필리핀군] 특수작전사령부는 이제 막 창설 5주년을 맞이한 신생 조직으로 여전히 성장통을 겪고 있기 때문에 더욱 이런 훈련에 고마움을 느낀다. 우리는 미국 특수작전사령부의 운영 방식에 대해 여전히 많은 교육과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앞으로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를 넘어 미국 특수작전사령부와도 직접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엔리케즈 중령 Lt. Col. Enriquez: 필리핀군 특수작전사령부 동료들이 보여준 따뜻한 환대와 파트너십, 형제애, 동지애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 병사들은 필리핀에서 근무하는 것을 언제나 기뻐한다. 전술적 수준에서부터 국가적 수준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환영받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마치 오랫동안 헤어졌다 만난 가족이나 친구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이렇게 대규모 훈련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계속해서 팀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호주군 역시 이 훈련에 함께할 수 있다. 앞으로 발리카탄을 최대 규모의 훈련으로 계속해서 키워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