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통 사안동남아시아

한계에 다다른 말라카 해협에 대한 대안 무역로를 모색하는 국가들

포럼 스태프

2021년 7월 11일 자정을 넘긴 시각, 말레이시아 남부 해상에 위치한 말라카해협을 통과하던 벌크선 MV 갈라파고스(MV Galapagos)와 컨테이너선 제퍼 루모스(Zephyr Lumos)가 충돌했다.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좁은 통로를 매일 운항하며 전 세계 연료와 기타 물자를 수송하는 250여 척의 선박에서 뿜어져 나오는 항해등 불빛이 바다와 하늘을 뒤덮은 어둠을 뚫었을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갈라파고스의 조타 시스템 오작동으로 추정되는 이 사고로 인해 길이 225미터의 갈라파고스 선체 중앙에 구멍이 뚫려 오스트레일리아 동부에서 인도 동부까지 갈라파고스의 운항이 중단되었다. 몰타 국적의 갈라파고스 선과, 몇 달 전 취항하여 싱가포르에서 수에즈 운하로 향하던 길이 366미터의 영국 국적 제퍼 루모스 선에 부상자는 없었다. 하지만 갈라파고스의 우현에 난 구멍에서 바다로 기름이 유출되었다.

이 충돌 사고는 사고, 봉쇄, 분쟁, 해적 행위가 발생하면 세계 무역을 위축시킬 수 있는 해상 요충지의 취약성을 몸서리치게 일깨워주었다. 말레이 반도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을 가르는 깔때기 모양의 말라카 해협은 길이가 2.7킬로미터로, 제퍼 루모스 약 7척이 일렬로 늘어설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아세안 및 동아시아 경제연구소(Economic Research Institute for ASEAN and East Asia)에 따르면 매년 약 10만 척의 선박이 대양 사이의 가장 짧은 바닷길이자 대부분의 수심이 23미터에 불과한 말라카해협을 항해한다. 일본과 한국 에너지 수입의 약 90퍼센트, 중국의 약 80퍼센트를 차지하는 액화천연가스와 석유를 포함하여 약 4,509조 4,000억 원(3조 5,000억 미국 달러)어치의 화물이 이곳을 통과한다.

그러나 2030년이 되면 해운 물동량이 말라카 해협의 수용 능력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인도태평양 전역은 물론 그 밖의 지역에서도 대안 무역로를 찾는 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 및 파트너는 안전한 해상 통로를 통해 경제적 번영을 보장한다.

방콕 포스트(Bangkok Post)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말라카 해협에 대한 대안은 이 항구 도시가 주요 무역 거점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하던 16세기 무렵부터 제안되어 왔다. 여기에는 말레이반도의 “끄라 지협(Isthmus of Kra)을 통과하는 운하를 준설하자는 수세기 전의 제안”도 포함된다.

미국 에너지 정보청에 따르면, 파나마와 수에즈 운하를 합친 것보다 약 3배 많은 화물이 이동하는 말라카 해협을 이용할 수 없게 되면 “전 세계 선박의 거의 절반이 롬복(Lombok)이나 순다(Sunda) 해협을 경유하는 등 인도네시아제도 주변으로 경로를 변경해야 할 것”이다.

롬복 해협으로 우회할 경우 약 4,600킬로미터 항해 거리(170시간의 항해 시간)가 늘어날 것으로 추청돼 20퍼센트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에너지 정보청은 “항로 변경은 전 세계 운송 능력을 마비시키고, 운송 비용을 증가시키며, 잠재적으로는 에너지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같은 파트너들은 정보를 공유하고 합동 해상 순찰을 실시하여, 해적에 대응하고 말라카 해협에서의 충돌과 좌초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다른 이니셔티브들도 원활한 통상을 보장한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공급관리연구소(Institute for Supply Management)가 발행하는 인사이드 서플라이 매니지먼트(Inside Supply Management)지 11월호는 “이러한 잠재적 파급 효과를 고려할 때, 말라카 해협 같은 요충지를 통한 상품의 개방적 흐름을 유지하는 것은 인접 국가뿐만 아니라 글로벌 커뮤니티 전체에 필수적이라는 것이 분명해졌다.”며 “이러한 과제는 또한 업계와 기업이 공급망을 재평가하고 다각화하여 잠재적 위험을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파트너십과 경로를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화물 추적과 예측 분석 개선 같은 기술 발전을 통해 업계는 준비를 강화하여 보다 효과적으로 지장 상황을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달, 세타 타위신(Srettha Thavisin) 태국 총리가 태국 남부를 통과하는 36조 1,480억 원(280억 미국 달러) 규모의 말라카 해협 우회 육교 건설에 대한 투자를 요청했다고 방콕 포스트는 보도했다. 타위신 총리는 도로, 철도, 파이프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안다만해(Andaman Sea)와 태국만(Gulf of Thailand)의 항구를 연결하는 100킬로미터 길이의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운송 시간은 4일 단축되고 비용은 15퍼센트 절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타위신 총리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참석하여 “육교는 운송을 지원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경로이자 말라카 해협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옵션이 될 것이다.”며 “더 저렴하고, 더 빠르며, 더 안전한 경로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시드니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로위 연구소(Lowy Institute)가 2023년 11월에 발표한 기사에 따르면, 이러한 프로젝트는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일본, 미국로 구성된 쿼드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국가들에 동남아시아에 대한 참여를 강화하는 동시에 차관을 제공하여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중국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으로 어필할 수 있다.

로위 연구소는 해당 기사에서 해상 무역에 대한 의존성이 높은 오스트레일리아에 이 지역은 “안보 관문”으로 여겨진다고 지적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이러한 개발에 투자하여 관계를 강화하고, 새로운 무역로를 만구축하며, 말라카 해협의 해상 요충지에 대한 압력을 줄이고, 잠재적으로 태국 양측의 심해 항구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는 가능성을 열 수 있다.”

관련 기사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Back to top bu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