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럼 스태프
보도에 따르면, 2023년 7월과 8월 초 중국 북부에 상륙한 태풍 독수리가 기록적인 폭우를 쏟아내면서 저수지 유입량이 한계를 넘어 최소 60명의 사망자와 150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번 홍수로 인해 자동차와 다리, 집과 살림이 모두 떠내려가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많은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지방 당국이 여러 저지대 홍수 통제 구역의 인구 밀집 지역으로 홍수 물길을 돌려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많은 이의 공분을 사고 있다. 더 가디언 지에 따르면 이번 홍수로 발생한 이재민 중 약 100만 명은 베이징과 삼면을 접하고 있는 허베이성 주민이다.
이전까지는 홍수 발생 시 이용된 홍수 통제 구역은 대부분 거주자가 없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2017년, 시진핑(Xi Jinping)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베이징 주변의 습지를 슝안신구로 조성해 제2의 수도 역할을 할 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더 디플로매트 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슝안 신구를 뉴욕시보다 더 큰 규모의 주(州)정부 차원의 지역으로 조성하고자 했다.
이번 홍수로 인해 특히 베이징에서 남쪽으로 약 80km 떨어진 인구 60만 명의 줘저우시 등 허베이성 중부 지역이 큰 타격을 입었는데, 이 지역은 슝안신구와 근접한 곳이다. 한편, 시 주석이 국유 기관 및 사무실의 입주 지역으로 지정한 슝안신구의 주요 도시 지역들은 침수되지 않았다.
CNN에 따르면, 이와 같이 근접한 두 지역 내 상반된 상황이 벌어진 것을 두고, 중국 공산당 관리들이 저수 시설 수문 및 배수로를 열어 소위 저류 지역으로 물을 방류하여 해당 지역들을 희생시킴으로써 베이징과 슝안신구를 지킨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는 이번 태풍이 슝안신구가 건설된 이래 이 지역을 강타한 가장 큰 규모의 폭풍이었다고 보도했다.
8월 초 허베이성의 니 웨펑(Ni Yuefeng) 중국 공산당 서기는 줘저우시를 비롯한 여타 홍수 피해 지역들이 “수도를 위한 해자 역할을 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 가디언 지에 따르면 이와 같은 니 웨펑 서기의 발언은 이후 줘저우시의 공식 위챗 채널에서 삭제되었다. 이번 홍수로 이재민이 된 줘저우시 주민은 13만 4천 여 명에 달한다.
한편, 중국 공산당 관리들이 소셜미디어 플랫폼 웨이보에서 홍수와 관련된 내용을 검열함에 따라 암호를 사용하는 이용자들도 생겨났다. 더 가디언 지에 따르면 한 웨이보 사용자는 “서기의 이런 표현은…정말 뻔뻔하다”는 글을 남겼다. 검열된 게시물 중 일부는 삭제된 콘텐츠를 추적하는 프리 지후(Free Zhihu) 웹사이트에서 여전히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검열 삭제된 컨텐츠 중 하나는 “이것이 작은 도시가 겪는 무력감이다 … 전 세계가 베이징에서 일어나는 일에 주목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이었다고 더 가디언 지는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농촌 지역을 희생해 대도시를 보호하는 것은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오랜 관행이었다고 설명한다.
호주국립대학의 홍장쉬(Hongzhang Xu) 박사후 연구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슝안신구의 새로운 홍수 통제 인프라를 고려해봤을 때, 해당 지역에 대한 홍수 압박을 선제적으로 완화하기 위해 당국이 줘저우시에 물을 방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중국 공산당은 인구 밀집 지역으로 홍수 물길을 틀었을 뿐 아니라 지방 정부와 중앙 정부 모두 줘저우시에 즉각적인 지원이나 재난 구호를 제공하지 못했다.
한 주민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지방에서는 일선으로 달려가 구조 활동을 진두지휘하는 지도자들을 볼 수 있지만 줘저우시에는 그런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리며, 자신은 전기가 끊긴 아파트에서 3일간 갇혀 있었다고 덧붙였다.
생존자들은 정부 공무원들이 나타나지 않아 민간구조단체들이 조직적으로 대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홍수로 집과 공장이 모두 침수된 주민 우춘레이(Wu Chunlei)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전화 신호가 잡히지 않아 지역 공무원과 전혀 연락이 닿지 않았다.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홍수 피해자들은 쥐저우시에서 남동쪽으로 130km 떨어진 바저우시에서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로이터는 해당 시위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게시되었다고 보도했다.
더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많은 피해자들이 자신들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으로 물이 방류될 것이라는 경고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이야기 했다.
한 주민은 해당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물 방류 소식을 안내해준 사람도, 대피 준비를 하라고 알려준 사람도 없었다. 이런 정보를 미리 알았더라면 그렇게 많은 것을 두고 나오지 않았어도 됐을 것”이라며, “모든 게 침수됐다. 손해가 얼마인지 가늠이 안 될 정도”라고 말했다.
뉴스 보도에 따르면 주민들, 특히 허베이성의 주민들은 정부의 재건 약속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 법에 따르면 홍수 물길 전환으로 재산상의 손해를 입은 주민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 정부 관리들은 이재민들이 집에 돌아가기까지 1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