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스태프 | 사진: 로이터
각국, 특히 인도태평양 국가들이 중국을 안보 위협으로 보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방위비 대폭 증액 계획, 중국의 강압적 태도에 비판적인 한국 대통령의 선출,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의 북대서양조양기구 연례 정상회담 최초 참석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움직임은 시진핑 중국 공산당 주석이 그 무엇보다도 안보가 우선이라는 기조를 발표하면서 더욱 불거지고 있다. 2014년 중국 특유의 안보관을 제시한 시 주석은 2022년 10월, 5년의 임기를 연장하며 3연임을 확정한 제20차 중국 공산당 당대회에서 해당 내용을 재차 강조했다. 이 종합적 국가안보 정책은 문화 안보, 식량 안보, 에너지 안보, 군사 안보 등 총 16개의 통치 영역을 아우르는 것이다.
베를린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의 수석 분석가 헬레나 레가르다(Helena Legarda)는 포럼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모든 것을 점점 안보문제로 가져가는 움직임이 보인다”면서 “정권과 정치 체제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는 모든 정책 분야를 국가안보 문제로 상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위협에 대한 중국의 인식이 일부 반영되어 있는 정책 목표는 ‘자립’인 것으로 보인다. 레가르다는 “사실상 중국이 서방과 단절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공세적 태도를 둘러싼 다양한 반응이 강압을 우려하는 국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들 국가 중 상당수는 중국을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 여기거나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고 싶어 한다. “이들 국가는 최대한 분쟁을 잘 해결하거나 적어도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것을 막아 역내 모든 강대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고 레가르다는 말했다.
하지만 상업 어업, 영토 주관, 군사력 투사 등의 분야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레가르다는 “국가들, 특히 인도태평양 국가들의 반응을 보면 어떤 패턴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고 평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민주주의 국가이자 4자 협의체 쿼드(Quad)의 미국 파트너국인 호주, 인도, 일본은 2012년 시진핑의 집권 이후 가속화되고 있는 중국 공산당의 군사력 증강에 대해 점점 과감한 대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4~5년간 중국은 실용주의가 이념에 밀리는 추세를 보였다.” “중국은 대전략의 목표와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에 따르는 경제적 비용이나 평판 리스크를 기꺼이 감수하려는 듯 보인다.”고 레가르다는 말했다.
미국 국방대학교 중국군사문제연구센터 소장 필립 C. 손더스(Phillip C. Saunders)는 여기에 모순이 있음을 지적한다.
손더스는 포럼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쿼드 국가들이 모여 보다 제도화된 틀을 갖추고 역내 안보를 위한 방안을 함께 추진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쿼드 국가들이 안보 공조를 강화하게끔 위협에 대한 인식을 자극하고…다른 국가들이 쿼드나 쿼드 플러스 가입을 고려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중국의 행동”라고 밝혔다.
손더스에 따르면 중국의 새로운 위협에 대한 주변국 인식의 기저에는 두 가지 요인이 바탕을 두고 있다. 첫째, 인민해방군의 군사력 성장과 더욱 강해진 군사력 투사 의지다. 이는 중국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자치섬 타이완 주변에 두 대의 항공모함을 배치하고 이후 남중국해로 이동시킨 점을 비롯해, 장거리 모의 폭격 훈련과 첨단 전투기 개발 등에서 확인된다. 둘째,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Nancy Pelosi) 미국 하원의장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이 타이완을 방문했을 때 중국이 보인 대응이다. 손더스에 따르면 “중국은 이 사실에 불만을 가졌으며, 그 불만을 군사적 수단을 통해 표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만이 주목한 것은 물론이고 역내 다른 국가들의 관심 역시 쏠렸다.” 낸시 펠로시 방문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인민해방군은 대만을 포위하고 대대적인 군사훈련을 벌였으며, 훈련 중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대만의 항구 인근 및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 안쪽에 떨어지면서 중국에 대한 외교적 항의를 촉발시켰다.
미국의 안보 연구 및 분석 그룹인 랜드 코퍼레이션의 정치학자 레이먼드 쿠오(Raymond Kuo)는 정세 불안정을 야기하는 중국의 행보에 우려하는 국가들이 대응책과 입장 마련을 위해 미국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오는 포럼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호전성으로 말미암아 국가들의 마음이 미국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으며” “미국은 중국의 도전에 대해 역내 차원에서 보다 통일된 대응을 이끌어내고자 리더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쿠오에 따르면 중국의 공세에 가장 큰 반발을 보이는 국가 중 하나가 일본이다. 일본은 2021년 미국과의 공동성명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핵심 해운로이기도 한 중국과 타이완 사이의 타이완 해협을 최우선 안보 문제로 지목했다. 동맹국 간의 그러한 공동성명은 50여년 만에 처음 이루어진 것이었다. 또한 일본은 공급망과 인프라, 선도 기술 등을 방어하기 위해 2022년 5월 경제안보국을 신설했다. 일본 쇼인 대학의 다카하시 도시야(Toshiya Takahashi) 교수는 동아시아포럼에 기고한 칼럼에서 일본의 이러한 움직임이 중국의 무역 방해주의와 경제 스파이 활동에 대한 커지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법적으로 일본은 대중국 경제 대응방안에 긍정적인 미국 및 호주와 안보공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2년 7월 일본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후폭풍, 중국의 타이완 위협, 취약한 기술 공급망을 점증하는 국가 안보 위협으로 지적하는 내용의 연례 방위백서를 발표하자 중국은 일본을 비판했다. 백서에는 일본의 국방 예산 증액 및 반격능력 개발 계획이 명시되어 있었다. 중국은 백서에 중국 국방 정책에 대한 “비난과 비방”이 담겨 있으며, 백서는 일본이 “방위력 강화를 정당화하기 위한 핑계를 찾으려는” 시도라고 맹비난했다.일본과 중국이 국교정상화를 한 것은 1972년으로 중국에 대한 일본의 호의적인 감정은 1980년에 최고조에 달했다. 온라인 뉴스잡지 더 디플로매트에 따르면 당시 정부 여론 조사 결과 국민의 79%가 중국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으나 40년이 지난 2021년, 민간여론조사는 일본 인구의 90% 이상이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음을 밝혔다.
중국의 공세성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반발은 다음과 같다.
한국은 2022년 3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및 일본과의 협력 강화를 꾀했다고 손더스는 말했다. 윤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중에 한국이 2017년북한 미사일 방어를 위해 미국의 종말고고도지역방어(사드,THAAD)를 배치하기로 결정하자 중국이 경제 보복 조치를 단행해 한국이 약 9조원(75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은 바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후보였던 윤 대통령은 포린어페어스지 2022년 2월호 기고문에서 중국과의 “고위급 전략대화” 개최를 촉구하면서도 중국 무역에 대한 의존도가 한중 양국 관계나 한국의 포괄적인 외교 정책을 좌우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더스는 중국이 사드를 자국의 이익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해 보복 조치를 취한 것은 “중국에 대한 대중의 견해뿐 아니라 정부와 군의 견해 역시 바꾸어놓았다”면서
“한국은 중국의 의도와 군사력에 대해 훨씬 솔직한 논평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중국의 강압적인 해양 활동에 아마도 가장 극렬하게 저항한 국가일 것이라고 쿠오는 설명한다. 베트남은 2014년 5월, 중국이 남중국해 분쟁 해역에서 탐사 석유 시추 작업을 강행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30척의 해군 함정으로160척의 중국 함정 및 선박과 맞선 바 있다. 대치 마지막 달에는 수백 척의 선박이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비롯해 파라셀 군도와 스프래틀리 군도에 대한 통제, 인공 암초 및 기타 해양 지형물을 준설하여 군사화하는 인민해방군을 겪은 베트남은 “상황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외부 세력의 개입을 바라게 되었다”고 손더스는 말한다. 2019년 방위백서에서 베트남은 자국이 겪은 중국의 공세에 대해 “일방적이고 힘에 기반한 강요, 국제법 위반, 군사화, 기존 질서의 변화 및 주권, 주권적 권리, 사법권에 대한 침해”라고 상술했다. 공군대학의 인도태평양 저널은 2021년 12월호에서 베트남이 미국 공군과의 협력을 통해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러시아 무기에 대한 의존과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손더스는 베트남이 중국과 강력한 경제 관계를 맺고 있고 이념을 공유하고는 있으나 “민족주의라는 강력한 힘이 중국에 대한 의심을 낳고 있다. 그들은 외교와 군사, 경제 문제가 얽혀 있는 미묘한 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와 중국은 1962년 국경 분쟁 이후 긴장 상태가 계속 고조되고 있다. 2020년 6월에 발생한 충돌로는 20명의 인도군이 사망하고 일부 출처에 따르면 최대 40명의 중국군이 숨졌다고 타임스 오브 인디아 신문이 보도했다. 2021년11월 인도 군 관계자들은 중국을 제1의 안보 위협으로 지목하고 국경 침입에 단호히 대처할 것을 맹세했다. 비동맹 국가인 인도는 공식적인 군사 동맹을 맺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과 그 동맹국 및 파트너국들과 정기적으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인도와 중국은 브라질, 러시아,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함께 브릭스(BRICS) 경제 그룹의 일원이지만, 인도는 쿼드(Quad) 회원국으로서 중국을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해 중국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벌이는 “분쟁 지역의 군사화, 해안경비정과 해상민병대의 위험한 활용, 타국의 연안 자원 개발 활동을 방해하려는 시도” 등의 행위를 비난했다. 손더스는 인도의 정책이 “중국에 대한 헤징 전략 중 하나이지만 안보 우려가 심화되면서 인도는 바로 그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미국과 더욱 공조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호주는 2021년 9월, 영국과 미국과 함께 안보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이를 통해 재래식 무장 핵추진 잠수함을 비롯한 첨단 군사 능력을 갖추게 될 예정이다. 싱가포르의 비비안 발라크리쉬난(Vivian Balakrishnan) 외교부 장관은 2023년 5월 호주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 이후 3국의 안보 협정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호주가 역내 안보에 더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고 발표했다. 더 가디언 신문은 “오커스가 역내 안보에 건설적으로 기여하는 한, 우리는 오커스를 지지한다”는 그의 입장과 함께 “우리는 오커스의 세 파트너국과 모두 편안한 관계다. 각 파트너국과 장기적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함께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그의 발언을 전했다.
중국의 강화되는 군사력 투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2022년 국방 지도자들은 더 많은 미국 육해공군을 호주로 순환 배치하겠다는 계획 역시 강조했다. 한편 호주는 중국에 코로나 19 발원지 조사를 촉구하고, 중국의 거대 통신사 화웨이에 5G 네트워크 제재 조치를 취하고, 호주의 새 내정간섭 차단법(foreign interference laws)에 따라 중국 국민을 조사했다. 이에 중국은 석탄, 해산물, 와인 등 호주산 제품에 제재를 가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또한 호주는 일본, 뉴질랜드, 한국과 함께 안보 동맹의 인도태평양 파트너국 자격으로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양기구(나토,NATO) 정상회담에 참석했다. 나토 2022 전략개념(NATO 2022 Strategy Concept)은 처음으로 중국을 동맹국의 가치와 원칙에 대한 위협으로 지목하고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의 “강압적 정책”을 비난하면서 중국이 “우주, 사이버, 해양 영역을 포함해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전복하려고 한다”고 결론지었다. 한편 호주와 중국의 지도자들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2022년 11월에 회담을 가졌다.
뉴질랜드는 중국의 공세에 의문을 제기했다. 2022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에서도 저신다 아던(Jacinda Ardern) 당시 국무총리는 중국의 팽창주의에 저항할 것을 촉구하며 중국이 “더욱 공세적이고 의도적으로 국제사회의 규칙과 규범에 도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며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신문은 전했다. 2022년 10월호 이코노미스트 신문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뉴질랜드는 중국 북서부의 무슬림 위구르족 탄압, 홍콩의 시민 권리 침해 등, 중국의 행동을 비판하는 20여 개의 국제 성명에 동참했다. 뉴질랜드는 또한 호주, 마셜 제도의 태평양 섬 국가들, 나우루와 팔라우를 비롯한 50개국의 일원으로서 2022년 10월 국제연합(유엔) 총회에서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이”국제범죄, 특히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발트 3국인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는 중국이 주도하는 중국-중동부유럽 경제협력체에서 최근 탈퇴했다. 이러한 결정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압박이 고조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와중에 내려진 것이다. 리투아니아의 경우에는 수도빌뉴스에 대만 무역대표처가 개소한다는 소식과 함께 리투아니아는 “인권과 민주주의 자유의 침해에 적극 반대하고 벨라루스에서 대만에 이르기까지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전 세계 사람들을 옹호하겠다”며 “가치 우선” 외교 정책을 채택한 것과 맞물려 중국과의 경제협력체로부터의 탈퇴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중국은 발트해 국가의 수출을 금지하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유럽연합은 2022년 2월 파리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장관급 협력 포럼에 인도태평양 30개 국가가 참석했다고 밝혔다. “공동의 열망”으로 논의된 주제 중에는 해양 안보와 사이버보안이 포함되었는데, 이 두 영역은 중국이 다른 나라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분야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항행권 및 섬 영유권에 대한 갈등을 비롯해 수십 개 국가들과 영토 분쟁을 겪고 있다. 또한 중국과 연계된 해커들은 전 세계 사이버공격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특히 그들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해킹집단과 연계된 맞춤형 멀웨어로 다수의 동남아시아 국가”를 타깃으로 한다고 전략 및 국제학 연구소가 2022년 10월 보고했다.
미국은 중국의 공세에 새로운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해양안보 구상은 남중국해 연안 국가와 남아시아 국가의 해양정보통합망을 강화할 것이다. 태평양 억지 구상에 약 8조원(61억 달러) 규모의 예산을 별도로 배정한 미국은 중국을 지목하면서
“[미국 국방부] 부서의 많은 투자와 노력이 이 위협 및 인도태평양 억지력 강화에 집중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2022년 2월 발표된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은 심화되고 있는 중국과의 경쟁에 주목하고 역내 5개국과의 조약 동맹 심화, 쿼드 강화, 인도의 역내 리더십 유지 지원, 미국의 외교적 입지 확대 등의 방안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손더스는 또한 마이크로칩의 대중국 수출 금지, 더 광범위하게는 미국 기술이 사용되는 제품에 대한 미국의 신규 제재를 지적했다. 이전의 대중국 제재는 중국의 핵 역량을 지원할 수 있는 기술에 집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큰 맥락에서 중국이 집적회로를 보유한 최첨단 경쟁자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중국이 세계적 수준의 인공지능 산업을 갖추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손더스는 말했다. 미국은 유사입장국에게 미국의 새 제재를 준수해줄 것과 자국의 경제와 공급망 일부를 중국으로부터 분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손더스는 “미국은 일본과 한국,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중국과의 교역에 신중을 기해주기를 기대한다”면서 “유럽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위협이 커지는 것을 염려하는 많은 국가들 중에는 아세안(동남아시아 국가 연합) 회원국도 있다. 아세안은 현재 남중국해의 항해, 영유권 주장 및 기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중국해 행동강령을 두고 중국과 협상 중이다. 하지만 랜드 연구소(Rand Corp.)의 분석가 쿠오는 이 논의가 10여 년간 진행되었음에도 진전 가능성은 여전히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남중국해 협상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쟁점 중 하나는 중국이 아세안 전체가 아닌 필리핀이나 베트남처럼 개별 회원국과의 양자 협상을 고집하는 것이다. “아세안이 하나의 블록으로서 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된다면 더 큰 권한을 갖고 역내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쿠오는 말한다.
하지만 손더스는 장기간 이어온 논의 속에서 중국의 진짜 의도가 드러난 바, 그것은 바로 아세안 국가의 자유와 주권을 제약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중국은 아세안 회원국이 비회원국과 군사 훈련을 실시하고 외국 기업의 지원을 받아 석유 자원 개발하는 것을 제한하고 싶어 한다. “중국은 아세안 기업 아니면 중국 기업만이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손더스는 설명한다. “이러한 협상 과정에서 많은 국가들이 두려워하던 것이 명백히 드러났다. 바로 중국이 이 지역을 지배하고 역내 정세를 좌지우지하거나 적어도 역내에서 벌어지는 일에 거부권을 행사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격적인 태도로 말미암아 역내 중국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커졌다. 싱가포르의 ISEAS-유소프 이샤크 동남아시아 연구소가 실시한 2022 동남아시아 현황 설문조사에서 아세아 국가의 응답자 중
64%가 미국의 지역적, 정치적, 전략적 영향력을 환영했으며 53%는 미국이 세계 평화, 안보, 번영, 통치와 관련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중국을 옹호하는 비율은 각각 24%와 27%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