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납 다스(Arnab Das) 박사/인도 해군 (퇴역) 중령
세계 권력의 중심축이 인도양과 태평양으로 이동했다. 인도태평양 전략공간은 21세기 지정학적, 전략지정학적 상호작용의 주무대로 등극했다. 전 세계적으로 자국의 전략적 입지를 다지고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역내에 자산을 배치하는 국가가 증가하는 추세다. 인도, 중국, 러시아는 이 지역의 주요 세력으로 부상하며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처럼 다극화된 세계질서에서 해양 영역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필수다.
계속 진화중인 이 인도태평양 전략공간의 두드러진 측면 중 하나는 현대 잠수함을 보유하는 국가가 더욱 많아짐에 따라 증가하는 수중 위협이다. 인도태평양의 안보 파트너국은 수중 영역 인식(UDA)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이를 국방 필요에 맞게 개선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예를 들어, 냉전시기에 수중 감시를 위해 개발된 소나 기술(Sonar, 수중음파탐지 기술)은 인도양과 태평양 같은 열대 연안 해역에서는 무용해진다. 맞춤형 음향 신호 처리 알고리즘 없이 하드웨어를 사용해 열대 해역의 구역별 특징을 분류 체계화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실제로 인도태평양 해역에서 소나의 성능은 60% 가량 저하되는데, 이는 시급히 해결되어야 하는 중대한 한계이다.
영역 인식
이러한 해역은 기회도 많지만 도전과제도 많다. 생물다양성과 천연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역내 개발도상국은 장기적인 음향 능력 및 역량 구축을 위해 과학기술(S&T)과 구역별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우선시할 수 없다. 게다가 신흥국은 자국의 수역에서 경제적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실현해내는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이 맞물려 신흥국은 전략적 안보와 경제적 복지를 외부 강대국에 의존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착취에 노출된다.
지역 불안정성은 역외 강대국들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이들 신흥국을 좌지우지하는 데 일조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역내의 비국가 행위자들은 종종 국가의 지원을 등에 엎고 활동한다. 비국가 행위자가 점하고 있는 파괴적이고 비대칭적 우위는 보안군이 무엇보다 재래식 수단으로 극복해야 하는 주요 문제로서, 비국가 행위자의 그러한 우세함은 수중 영역 인식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킬 뿐이다.
천해 음향 측정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열대 연해에서의 수중 영역 인식 개발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천해 음향 측정은 이러한 열대 연해에서 음향 능력 및 역량을 구축하는 검증된 방법이다. 첫 번째 단계는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수중 잡음과 채널 행위에 대한 이해를 구축하는 것이다.
미국은 수십 년간 잠수함, 천해 음향 측정, 수중 영역 인식에 대한 연구를 주도해 왔다. 1958년 8월 3일, 세계 최초의 핵추진 잠수함인 USS 노틸러스호는 최초로 북극점을 잠수횡단한 잠수함이 되었다.
그 이전에 스크립스 해양학 연구소가 실시한 딱총새우 지도화는 미국 해군의 승인 하에 1946년도에 시작된 수중 영역 인식에 관한 선구자적인 연구였다. 딱총새우가 내는 소리는 200 데시벨로 측정되었는데, 이것은 지구에서 가장 큰 포유류인 대왕고래가 비슷한 조건에서 내는 소리보다 더 큰 것이다. 해저의 특정 지역에 서식하는 대규모 딱총새우 군집은 수중 통신 및 연구를 방해할 수 있다. 스크립스(Scripps)의 연구에 따르면 딱총새우는 주로 열대 연해에 서식하는데, 특유의 소리 패턴이 음파 탐지 및 감시에 사용되는 주파수를 중첩시켜 핵잠수함을 음향적으로 교란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988년, 인도 비사카파트남에서 실시된 핵추진 잠수함의 첫 훈련 중 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는 증거가 있다. 잠수함이 침몰했을 때 대원들이 상황 해결을 위해 폭발파를 전송했으나 소나 스크린 전체가 암전되었고, 많은 근거가 이 문제의 원인으로 딱총새우를 가리키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잠수함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수중 영역 인식의 해당 측면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필요하다.
향후 전망
적절한 잠수함 배치 계획을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서식지 지도화와 이후 사운드스케이프 지도화가 앞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인도 아대륙 주변 해역에만 14종의 딱총새우가 서식하고 있으며 각 새우마다 소리가 다르고 생태계와 수명 주기 역시 다양하다.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구역별 연구개발이 필요하며 결론에 대한 반복적인 필드 테스트가 실시되어야 한다.
2000년, 3년간의 천해 음향 측정 훈련인 아시아 해양 국제 음향 실험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시작되었다. 해양 전략 커뮤니티는 중국이 상당한 수준의 해양 역량을 구축했으며, 군사력의 잠재적 배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수중 영역 인식이 필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국해군연구청이 자금을 지원한 아시아 해양 국제 음향 실험에서 워싱턴 대학교가 주도하는 6개 미국 대학은 1단계에서 모델을 개발하고 실험 검증 구역을 선정했다. 2단계에서는 중국, 싱가포르, 한국, 대만, 미국 및 기타 국가의 20여 개에 달하는 기관이 현장 데이터를 수집했다. 중국은 미국의 우려를 인지하고 있었으나 자체 수중 영역 인식 이니셔티브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수중 영역 인식 프레임워크 구축
동맹국과 당사자가 수중 영역 인식 프레임워크의 중요성을 온전히 이해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바탕으로 현대 세계 질서의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
2022년 5월 24일, 전 세계가 여러 전선에서 큰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호주, 인도, 일본, 미국의 정상들이 도쿄에서 열린 4자 안보 대화 쿼드(Quad)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연쇄적 타격과 그 이후 벌어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글로벌 경제 엔진에 전례 없는 위기를 초래했다. 쿼드 정상회의와 같은 시기에 스위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 회의에서는 글로벌 리더들이 모여 ‘전환점에 선 역사: 정부 정책과 비즈니스 전략’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이어나갔다.
쿼드 정상회담 결과,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위한 주요 방안으로 다음 두 가지가 발표되었다. 첫 번째는 해양정보통합망(MDA) 파트너십을 통해 상업용 위성의 새로운 데이터 스트림을 역내 국가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역내 번영을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12개국 경제 그룹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의 출범이었다. 이들 국가는 전세계 국내총생산의 40%를 차지한다. 이 경제프레임워크를 뒷받침하는 주요 요소 네 가지는 무역, 공급망 회복력, 청정에너지와 탈탄소화, 조세와 반부패 정책이다. IPEF는 공동성명을 통해 이 프레임워크의 목적이 참여국 경제의 “회복력, 지속가능성, 포용성, 경제 성장, 공정성 및 경쟁력”을 발전시키는 것임을 설명했다.
이번 해양정보통합망 발표는 실질적이고 중요한 쿼드 의제이자 지금까지 가장 기대되는 이니셔티브라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이는 쿼드가 공공재를 제공하고 인도태평양 전략공간 내 작은 국가들의 요구를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대다수 역내 파트너국의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었다. 쿼드가 해양정보통합망 파트너십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다면 이것은 지역 전체의 판을 뒤집어 놓을 결정적 패가 되어 모든 국가에 실질적 가치를 가져다줄 것이다.
추적 개선
기존의 해양 활동 모니터링 시스템의 대표적인 예는 해안 레이더와 공중 정찰기, 수상 경비정이다. 최근 국제 수역의 대형 선박 교통량을 모니터링하는 자동 식별 시스템(AIS)이 등장하고 일부 국가에서는 허가받은 어선의 선박 모니터링 시스템(VMS) 사용이 의무화되면서 식별 데이터와 위치, 항로 및 속도를 인근 선박 및 육상과 우주의 수신국으로 중계해 추적이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러한 시스템의 도입을 여러 해양 지역이 일관되게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AIS와
VMS의 커버리지 영역은 고르지 못하다. 게다가 불법 어업과 기타 불법 행위를 자행하는 행위자는 이러한 시스템이 실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온갖 훼방을 놓는다. 이에 해양 사법 기관은 해안 레이더와 공중 정찰기, 수상 경비정으로 대응하지만 이는 탐지 범위가 제한적이다. 기존의 지상 AIS와 VMS의 트렌스폰더 역시 같은 한계를 갖고 있다. 인도태평양의 불법 행위 규모에 대응하기에 해안 레이더와 지상 AIS/VMS은 역부족이고 열세인 셈이다.
그에 반해 위성 AIS/VMS는 넓은 바다 지역을 커버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지만 이용가능성이 제한적이다. 위성 시스템은 전기광학 및 합성개구레이더 센서로 지구 표면을 이미지화하는 것이다. 지구동기궤도를 도는 대형위성에서 저궤도를 도는 소형위성으로 전환이 일어나며 위성 데이터 비용은 절감되었지만, 배타적 경제수역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데 필요한 우주 기반의 원격 감지 데이터의 규모는 인도태평양의 개발도상국이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엄두도 내기 힘든 수준이다.
화상 위성은 해상도와 조리개가 서로 상충하는 관계로서 주파수가 낮으면 범위는 넓어지지만 해상도는 낮아지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넓은 영역은 저해상도 전자광학 센서나 레이더로 커버하고, 좁은 영역은 고해상도 화상 카메라로 매핑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필요하다.
분석 측면에서 자동화 및 기계 학습은 다양한 데이터 소스에서 의심스러운 행동을 실시간으로 식별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국가별로 균일하지 않은 규제체계부터 능력 및 역량의 한계, 개인정보보호 우려, 역내 원활한 협조의 부재, 구역별 연구개발의 부재까지 도전과제가 산재해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호크아이360은 선도적인 상업 회사로서 쿼드 회원국은 호크아이360의 데이터를 구매해 인도태평양 내 파트너국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또한 쿼드는 기존 채널을 통한 데이터 처리와 실시간 공유를 가속화할 것이다.
현대 인도태평양에서 운영 중인 데이터 분석 시설은 다음과 같다.
• 미국 해군의 시비전(SeaVision) 플랫폼
• 인도의 인도양 정보 융합 센터
• 싱가포르 정보 융합 센터
• 호주 자금으로 운영되는 바누아투의 태평양 융합 센터
• 솔로몬 제도에 위치한 태평양제도포럼 수산청 산하 수산감시센터
위 센터들의 고품질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역내 해양정보통합망 이니셔티브는 크게 향상될 것이다.
2021년 9월 호주, 영국, 미국이 체결한 안보 협정은 호주의 재래식 무장 핵추진 잠수함 확보를 지지하고, 수중 역량을 비롯한 첨단 기술에 대한 협력을 촉진한다. 핵추진 잠수함 함대는 엄청난 규모의 수중 영역 인식을 필요로 하므로 대규모 천해 음향 측정 훈련은 호주, 영국, 미국 3국의 필수 요소이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은 수중 영역 인식 강화를 위해 인도양 지역으로 연구 원정을 떠나 프랑스, 인도, 미국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수의 연구를 실시했다. 2019년부터 중국 선박은 수십 차례에 걸쳐 호주와 인도의 중요한 잠수함 작전 지역으로 꼽히는 벵골만, 아라비아해, 인도네시아 서쪽 해역의 심해 조사 임무를 수행했다.
인도 푸네의 해양연구센터는 니르 드와니 테크놀로지(Nir Dhwani Technology Pvt. Ltd.)와 협력하여 해양 안보, 청색경제, 환경과 재난 관리, 과학과 테크놀로지 커뮤니티의 이해관계자들이 자원을 한 곳으로 모으고 노력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수중 영역 인식 프레임워크를 제안했다. 지정학적 입장이 서로 다른 국가라 할지라도 환경 및 재난 관리 문제는 협력할 수 있으며, 이는 과학 기술이 여러 영역에서 활용되는 것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 (위의 그림 참조.)하지만 인도태평양 열대 해역의 핵심 요건은 여전히 음향 능력 및 역량 강화로서 효과적인 소나 기술 없이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적절히 추진된다면 제안된 수중 영역 인식 프레임워크는 여러 글로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세계 질서는 안보와 성장의 원활한 추진을 원한다. 인도태평양 열대 연해에 존재하는 기회와 도전과제는 수중 영역 인식 프레임워크의 실행으로 포괄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그만큼 환인도양연합, 쿼드와 같은 포럼은 의제에 이 프레임워크를 우선적으로 포함시키고 제도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