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긴장통합 억지특집 기사

중국의 신경제 시대

시진핑 주석의 행동주의적 하향식 리더십, 성장 전망을 저해하고 시민의 기회 제한

셰일 호로위츠(Shale Horowitz) 박사/위스콘신 대학교 밀워키 캠퍼스

사진: AP 통신

시진핑(Xi Jinping)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2012년 집권 이래 1970년대 말 덩샤오핑 전 주석이 시작하고 두 전임자인 장쩌민과 후진타오 전 주석이 이어갔던 ‘개혁개방’ 제도 및 정책 합의를 체계적으로 전복시켜 왔다. 2020년 이후 도입된 일련의 정책은 이미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던 중국 경제를 휘청이게 했다. 이러한 예에는 중국 최첨단 IT 기업에 대한 다각적인 규제 강화, 급작스러운 부동산 대출 규제와 이로 인한 유동성 위기, 혹독한 ‘코로나 제로’ 정책 고수로 인한 예측 불가능하며 장기간 지속된 봉쇄 조치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정책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며, 중국의 미래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시진핑 주석의 ‘신시대’

먼저 2017년 당헌에 삽입된 시 주석의 사상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으로 불린다. 시 주석의 사상은 덩샤오핑 전 주석이 1978년부터 2012년까지 개혁 개방 시대의 새롭고 시장 지향적인 경제 정책을 위해 만든 ‘중국 특색 사회주의 시장경제’에서 유래했다. ‘신시대’는 시 주석이 덩샤오핑 시대와 결별하고 있다는 뜻이며, ‘시진핑 사상’이란 용어는 이러한 일이 이뤄질 시점과 방식을 시 주석이 결정할 것이란 뜻이다.

제로 코로나 조치로 2020년 중반 베이징 내 쇼핑몰을 비롯한 여타 사업 대부분이 영업을 중단했다.

시 주석은 공산당 및 국가 회의에서 세간의 이목을 끄는 대중 연설을 통해 정치, 경제, 외교 정책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선언한 바 있다. 정치적 측면에서 그는 중국 공산당이 과거의 내부 결속력, 정치적 통제력, 문화적 지배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표면적으로는 당 지향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으나, 사실상 시 주석은 전면적인 ‘반부패’ 캠페인을 구실로 실질적 및 잠재적인 정적들을 숙청하고, 모든 주요 영역의 정책 결정을 직접 통제하고, 덩샤오핑 전 주석이 개인 독재를 막기 위해 도입한 최고 지도자 10년 임기 제한 규정을 삭제하고, 마오쩌둥 스타일의 시진핑 개인 우상화를 복원하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시 주석은 더 이상 성장에 최우선 순위를 두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혀왔다. 후진타오 전 주석의 원론적인 연설과 달리, 시진핑 주석은 국가 소유권과 국가 감독 및 규제 강화를 통해 공산당과 국가가 더욱 안정적으로 경제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이러한 통제는 공동 번영(평등 확대)과 사회주의 문화(당 충성도, 전통 도덕, 중국 민족주의의 혼합)와 같은 당의 이념적 목표에 봉사하는 데 더욱 결정적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 정책 측면에서 ‘도광양회'(韜光養晦·칼집에 칼날의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은밀하게 힘을 기르며 기다린다)로 요약되는 덩샤오핑의 인내심 있고 협력적인 접근 방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목표로 대체된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부상하는 군사, 경제, 문화적 힘을 사용하여 세계 중심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한다.

시 주석의 경제 정책은 부진한 출발을 보였다. 2012~17년 첫 번째 임기 동안 시 주석은 권력 공고화 및 당-국가 체제의 정치적 통제 강화에 중점을 두었다. 시 주석의 경제 정책에는 국영 기업의 금융 및 시장 지위를 강화하고 정부 통제하에 잠재적으로 불안정한 자본 시장 자유화 실험을 중단하는 것이 포함되었다. 2017년부터 시작하여 2020년부터 본격화된 시 주석의 경제 정책은 더욱 공격적이고 예측 불가능하며 혼란을 더했다. 이러한 여러 정책의 공통점이라면, 당-국가 체제의 통제/감독 강화가 정책 목표 자체이거나, 다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주된 방법이거나, 이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한다는 사실이다.

중국 공산당의 마윈 군기 잡기

중국 당국이 검색, 소셜 미디어, 결제, 금융, 게임, 쇼핑, 음식 배달 등 첨단 기술 온라인 서비스 부문에 대한 강도 높은 단속을 시행하면서, 중국의 성공적인 주요 민간 기업들은 대중의 비판과 당국의 위협적인 조사, 더 강력해진 규제와 통제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소비자 정보 보호, 대기업의 독점적 지위 제한, 금융 및 경제 안정성 유지, 공공 도덕성 보호 등 ‘공공의 이익’이라는 구실로 정당화되고 있다. 아마 이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IT 기업들이 당-국가 체제에에 복종하고 기업의 이익과 목표보다 당과 국가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강요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0년 말 기업공개를 추진하던 중국 최대의 핀테크 회사인 앤트 그룹은 중국 금융 당국을 비판한 마윈 회장의 발언 이후 상장을 중단해야 했다. (앤트 그룹은 마윈이 세운 알리바바 그룹의 계열사다) 소비자와 소상공인에게 대출 기회를 제공한 앤트의 비즈니스 모델은 주로 국영기업 및 당국과 커넥션이 있는 민간 대기업에 대출해주는 대형 국유 은행의 시장 지배력에 위협을 가했다. 앤트와 여타 금융 IT 기업들이 전통적인 은행 및 금융 기관에 적용되는 엄격한 규제 하에 놓이면서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 및 대출 관행 역시 새로운 제약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와 동시에 중국 정부는 빅 데이터와 이의 사용을 당-국가 통제하에 두기 위한 노력을 강화했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와 같은 거대 기업을 포함해 대규모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는 IT 기업들은 중국 내에 데이터를 보관해야 하며, 데이터 수집 관련 새로운 제한 사항을 준수하며 당국에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이들 기업의 데이터 사용 방식을 감독하고자 한다. 중국 정부는 소비자 개인정보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해당 데이터를 중국 공산당의 첨단 감시 체제에서 감독 및 선전 목적에 사용하고자 한다. 당-국가는 또한 선호하는 중국 기업을 키우기 위해 외국 기업의 데이터를 포함한 기업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데, 이는 당국에서 기술 이전을 강요하거나 사이버 절도를 통해 기술을 훔치는 것과 비슷하다.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 공동 창업자는 중국 정부의 단속 이후 회장직에서 사퇴하고 2020년 10월부터 2021년 1월까지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이후로도 마윈 전 회장은 좀처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 밖에 다른 새로운 규제의 경우, 소위 공공 도덕 또는 삶의 질을 높인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텐센트를 비롯한 온라인 게임 회사들이 당국에서 승인받는 게임 타이틀 건수가 줄어들었으며, 청소년 게임 시간을 주당 3시간으로 제한하는 등 게임 콘텐츠 자체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었다. 또한 연예인과 이들의 종종 사치스럽고 방탕한 생활 방식을 전달하는 대중매체와 소셜 미디어 기업에도 제약이 가해졌다. 지난 2021년 규제 당국은 기업들에게 ‘프로그램 배우와 게스트 선정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정치적 문맹퇴치, 도덕적 행위, 예술적 수준, 사회적 평가를 선정 기준으로 준수’할 것을 지시했던 바 있다. 아마 가장 의외인 부분은 2021년 중국 정부가 높은 교육열을 비판했다는 사실일 것이다. 중국 교육부는 수백만 명의 아이들에게 방과 후 과외를 제공하며 급성장하는 사교육 사업은 “국가 교육 시스템 밖에서 또 다른 교육 시스템을 형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9학년 이하(초·중) 학생을 대상으로 한 과외 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육 회사나 부서는 이를 영리 사업으로 운영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가격과 과외 시간 또한 규제 하에 놓였다. 시장 가치가 무너졌고, 대규모 해고가 뒤따랐다. 갑자기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게 된 부유한 IT 기업가들은 당이 승인한 자선 목적의 기부를 서두르게 되었다.

음식 배달 플랫폼 운영사인 메이퇀(Meituan)의 경우 약 6700억원(5억 3천만 달러), 디디(Didi)의 경우 1조 5천억원(12억 달러), 알리바바의 경우 약 3조 6700억원(28억 달러, 모두 2021~22년 진행) 등 규정 위반에 따른 강제 벌금은 제외하고, 기업 총수의 ‘기여금’에는 핀두오두오(Pinduoduo)의 약 2조원(15억 달러), 샤오미는 약 2조 9천억원(22억 달러), 메이퇀의 약 3조원(23억 달러), 텐센트의 1조 8천억원(14억 달러), 알리바바의 약 20조 2천척원(155억 달러)가 포함된다. 회사 경영진 차원에서도 당 위원회의 감독 역할이 강화되었고, 중국 국영기업들은 이들 기업의 주요 주주 지분을 사들였다.

이러한 당-국가 통제 및 감독 강화는 성장 전망을 갉아먹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곤 한다. 여기에는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대한 제한, 시장 점유율에 대한 반독점 제한 및 관련 사항을 홍보하기 위한 비즈니스 활용에 대한 제한, 고객 데이터의 소유 및 사용에 대한 제한, 공공 도덕과 정치적 충성심과 관련된 보다 엄격한 콘텐츠 제한, 크고 작은 경영진 결정에 대한 감독 강화 및 이에 대한 자의적 해석, 변덕스럽고 정치적 의도가 담긴 규제 집행, 향후 수익성 흐름 유지 관련 불확실성이 포함된다. 이러한 경제적 타격은 주가에 즉각적으로 반영된다. 2021년 2월부터 8월까지의 기간 동안 중국 6대 IT 기업들의 가치는 무려 40% 감소했다. 특히 이 중 가장 큰 기업 두 곳인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2020년과 2021년 정점 이후 시총의 절반 이상을 잃었다. 더욱 엄격해진 규제 환경은 신생 기업과 중소기업에게 훨씬 더 큰 부담을 가할 것이고, 이는 결국 장기적으로 시장 집중도를 높이고 혁신의 발목을 잡으리란 점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중국 예금자 길들이기

중국인들은 검소하기로 유명하다. 중국은 국가가 국내 주식시장을 관리하고 외국인 투자금의 유출을 제한하기 때문에 중국 도시 가구는 평생 저축한 금액의 78%를 부동산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가구의 35%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이다. 중국의 고속 성장이 급속한 도시화와 맞물리며 아파트 가격은 폭등했고, 개인 및 개발업체의 부채 규모가 잠재적으로 불안정한 수준까지 높아지며 최근에는 지속 불가능한 ‘거품’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019년 가처분소득 대비 중국의 집값은 미국보다 대략 두 배 비쌌고, 2021년 6월 기준 상하이, 베이징, 선전의 가처분소득 대비 집값은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에 비해 4~5배가량 높았다. 이와 함께 2주택 이상 소유자가 보유한 주택의 공실률이 높고 임대수익률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학자들은 안전하게 거품을 꺼뜨릴 방법은 없다고 본다. 그러나 2017년 집은 “주거를 위한 것이지 투기 목적이 아니다”라고 발언했던 시 주석은 이에 대해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2020년 8월 중국 정부는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대출 제한 규제인 3대 ‘레드라인’을 도입했다. 대형 개발업체들이 장기간 고성장을 추구하면서 부채는 높은 수준에 도달했고, 이들 업체는 통상 공사 중인 아파트를 미리 팔고 하도급 업체에 차용증서를 작성해주는 등의 우회적인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헝다(恒大·에버그란데)와 같은 중국의 대형 개발업체에 대한 대출이 갑자기 중단되면서, 부동산 가격은 하락했고 건설업계는 흔들렸으며, 국제적인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뒤따랐다. 건설경기 악화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거나 이미 분양 대금을 납부한 많은 수분양자들이 입주하려던 아파트의 공사가 중단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고, 일부는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거부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베이징 기술 박람회에 게시된 전자 상거래 대기업 알리바바 그룹의 로고를 배경으로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0년 말, 중국 당국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계열사인 앤트그룹이 약 45조원(345억 달러) 규모의 상장을 추진하는 것을 중단시켰다.

시 주석은 수분양자들이 무사히 아파트에 입주하도록 하고 부동산 부문 피해를 최소화하는 문제를 성 및 지방 정부에 떠넘겼다. 유동성 위기에 봉착한 건설 프로젝트에 대해 선별적인 구제 금융 투입 및 정부 인수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현지에서는 주택 건설 경기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인프라 프로젝트에 집중된 공기업들은 지방 정부에 세입이 계속 유입되도록 토지 매매 시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애당초 실패한 정책을 재검토하고 보다 적당한 대출 규제로 대체하고자 하는 조짐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과도한 건설에 도시화 둔화가 맞물리며 중국의 부동산 시장의 성장 속도는 더뎌질 운명이었다. 하지만 급작스럽고 경직된 당국의 접근 방식은 개발자와 지방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심각하게 훼손했고 소비자의 신뢰를 흔들었다. 중국 경제의 2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는 부동산 부문의 침체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끝나지 않은 바이러스와의 전쟁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발발했을 당시, 치명적인 방치와 부실 대응에 이어 중국 공산당의 강도 높은 테스트, 감염 추적 및 봉쇄 체제는 적어도 초기에는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은 후일 문제의 씨앗을 낳았다. 시 주석은 백신 민족주의를 추구했다. 중국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효과가 떨어지는 중국산 백신에 의존한 것이다. 한편, 수백만 명의 중국 노년층은 중국산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했으며 봉쇄로 인해 백신 접종이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 가운데 전파력이 강한 변종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중국 최대 도시이자 경제적 중심지인 상하이가 두 달간 봉쇄된 것을 포함하여 중국 주요 도시와 지구에 대한 봉쇄 조치가 반복되었고 경우에 따라 장시간 지속되었다.

이렇듯 혹독한 방역 정책이 공급망에 예측할 수 없는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투자, 소비 심리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사실이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은 2022년 말까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했다. 중국 공산당이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더 일찍 전환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시 주석은 쉽게 입장을 바꾸지 않았고 자신의 대표적인 치적 중 하나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했다. 둘째, 수백만 명의 중국 노년층이 백신 미접종 상태로 남아 있으며, 중국 백신의 효과는 불확실하다. 셋째, 제로 코로나 정책 덕분에 또 다른 유용한 감시 및 통제 체계가 들어섰다. 이를테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감염자의 이동을 제한하는 데 사용된 기술은 정저우 은행 관내에서 예금 반환을 요구하는 예금주들의 시위를 막는 데 악용된 바 있다.

만약 시 주석이 코로나 제로 정책에 그렇게 전념했다면, 이렇듯 갑작스럽고 무조건적인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전환한 이유는 무엇인가? 중국 공산당의 모든 방역 노력에도 코로나19는 종식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은 오랜 기간 기존 정책을 고수했다. 중국 경제 전반에 걸쳐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의무 테스트와 봉쇄 체제가 더 빈번하게 진행되었다. 이는 중국의 공급망과 비즈니스 활동을 심각하게 교란시켜 고용에 타격을 가하고 재정을 악화시켰다. 이에 중국의 여러 도시에서 1989년 이래 처음으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지방 정부 재정도 위기에 처했다.

사실상 시 주석은 후퇴할 수밖에 없었지만, 과도한 자신감 때문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기에 결과는 심각했다. 무엇보다 더욱 효과적인 외국 백신과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대규모로 도입하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 기초 의약품을 비축하고 병원과 임상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중국의 의료 시스템을 준비하려는 노력도 거의 없었다. 그 대신 중국은 경제 위기가 심화되자 경제를 살리기 위해 집단 면역 쪽으로 선회했다. 그러자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감염자 수가 폭증했다. 춘절을 맞아 중국 당국은 귀향 인구 이동을 막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노령층 인구가 많고 의료 서비스가 미약한 농촌 지역에서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당-국가의 과신, 부실한 대응 체계, 경제적 이유로 서두른 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불필요하게 사망했는지 등, 중국 당국이 관련 통계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2021년 9월 베이징 에버그란데 주택 건설 현장에 크레인이 멈춰 서 있다.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의 정책으로 일부 개발업체들은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으며, 이로 인해 야기된 국제 채무 불이행 급증은 장기적인 부동산 위기로 이어졌다.

시장 길들이기

시 주석은 경제 성장 둔화를 야기하는 두 가지 주요 원인을 떠안고 시작했다. 첫째, 개발도상국이 부유해짐에 따라 성장률은 자연스럽게 감소한다. 둘째, 중국 공산당 정책이 남긴 유산은 성장을 더욱 제한한다. 과거 중국 정부가 실시한 한 자녀 정책은 급격한 노동력 감소를 초래했다. 도시 주거 허가제, 농촌 토지 사용 제한, 몇몇 주요 도시에 집중된 상대적으로 좁은 경제적 성공 경로 등 다른 규제 정책의 집합으로 인해 경제적 기회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고 생산성 개선은 둔화되었다.

한편, 시 주석의 목표와 방식은 성장을 옭죄는 정책을 줄줄이 만들어냈다. 이는 부분적으로 성장 대신 ‘공동 번영’을 강조하고자 하는 시 주석의 열망, 그리고 중하층과 중산층의 생활 수준을 높이기 위한 임시방편식 노력에 의해 추진된다. 그러나 모든 경제 목표를 능가하는 시진핑의 최우선 목표는 당-국가의 권력과 통제를 강화하는 데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 주석이 선호하는 방법은 특정 결과를 얻기 위해 거창하고 대부분 연관성이 낮으며 종종 모순되는 상명하달식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다. 시 주석의 정책이 성장을 더디게 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초래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중국 정부가 접근 방식을 바꿀 가능성은 낮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로 인한 위험 증대

성장률이 둔화됨에 따라 개혁 개방 시대에 당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고 정치적 권력의 주요원천인 공산당 치적이 약화되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써 시 주석은 억압과 선전 정책, 중국 민족주의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시 주석의 행보는 이념적 신념에서 비롯된 것일 뿐 정치적 전략으로서 적절하기 때문은 아니다. 새로운 시대에 시 주석은 중국의 영광과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지도자로서 자신의 영광을 위해 성과를 달성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엄격한 코로나19 봉쇄 정책이 진행 중이던 2022년 6월 베이징 인근 지역에 노동자들이 한 건물 입구에 철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있다.

만약 그러한 결과가 경제적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시 주석의 시선은 다른 곳으로 향할 것이다. 여기에는 대외 정책도 포함되며, 이 경우 가장 큰 위험은 중국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대만에 대한 침공이 될 것이다. 경제 성장 둔화가 중국의 군비 증강을 제약할 가능성도 낮다. 중국 중앙 정부는 충분한 재정적 재량권을 가지고 있지만 국내 안보 이외에 군사비 지출보다 우선시될 사안은 거의 없다.

국제적으로 중국을 더 위험하게 만드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성장 기회가 약화된다는 사실이 아니다. 실상 시 주석 스스로가 이러한 기회의 문을 좁게 하고 있다. 시 주석이 중국 경제 성장에 부담을 지우는 정책을 추진하게 만든 목표와 방법을 고려할 때, 외교 정책 측면에서 시 주석은 훨씬 더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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