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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및 사진: AP 통신
한국 최전선 섬의 해안에 파도에 휩쓸려 쓰레기가 몰려오면, 강동완 교수는 그가 “보물”이라 부르는 것을 종종 찾아 나선다. 그가 말하는 보물은 대부분의 외부인에게 제한된 북한을 엿볼 수 있는 쓰레기다.
한국 동아대학교의 강동완 교수는 “북한에서 어떤 제품을 만들고, 어떤 제품을 사용하는지 배울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경 폐쇄 조치가 없던 시절에도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 중 하나였다. 코로나19 이후로는 그런 북한의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외부인이 파악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졌기 때문에 그는 이런 정보 수집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에 따르면 쓰레기들의 다양성, 양, 정교함의 증가는 김정은 위원장이 주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생계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소비재를 생산하고 산업 디자인 부문을 확대하고 있다는 북한의 언론 보도 내용이 사실임을 확인시켜 준다. 권위주의적 통치를 하고 있는 김 위원장이지만, 그런 그도 현재 자본주의식 시장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북한의 사회주의적 공공 배급 체계가 붕괴됐고 팬데믹 기간 동안 경제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현재 북한 주민들은 시장과 경제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 세대다. 김 위원장이 핵 개발 프로그램을 고수하면서 주민들을 억제하고 통제하기만 한다면 주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라며 “김 위원장은 그의 시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에 정기적으로 중국 국경 마을을 방문하여 그곳에 거주하는 북한 주민들을 만났다. 그는 북한 제품을 구입하고 강 건너 북한 마을을 촬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이 방역 조치에 따라 외국인 여행객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은 그럴 수 없게 되었다.
강 교수는 2020년 9월부터 서해 연안의 한국 국경 섬 5곳을 방문하여 간식 봉지, 주스 파우치, 사탕 포장지, 음료수 병 등의 북한 쓰레기 약 2000개를 수집했다.
그는 조미료, 아이스크림 바, 스낵 케이크, 우유 및 요구르트 제품 등 수십 가지의 다채로운 포장재를 보고 신기했다고 말했다. 많은 포장재에는 그래픽 요소, 만화 캐릭터, 다양한 글꼴이 사용되었다. 일부는 서구 기준에서 보면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보이며, 한국과 일본 디자인을 명백히 베낀 것도 있다.
북한의 보건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웹사이트의 책임자인 안경수에 따르면, 북한 전문가 중에서는 북한 국영 방송과 출판물을 통해 북한의 다양한 상품과 포장 디자인을 연구하는 사람도 있지만, 강 교수는 쓰레기를 수집하여 더 철저히 분석할 수 있다고 한다.
강 교수의 쓰레기 수집으로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도 있다. 예를 들어 주스 파우치의 원료 정보에 따르면 북한은 나뭇잎을 설탕 대신 사용하고 있다. 강 교수는 이를 설탕과 설탕 가공 장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강 교수는 인공 감미료 포장지가 30종 이상 발견된 것에서 북한 가정이 국과 찌개용 고기나 생선 같은 값비싼 천연 식재료를 사지 못하고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은 한국인들은 건강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인공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세제용 플라스틱 포장지에는 “주부의 친구”나 “여성용” 같은 문구가 있다. 이는 북한에서는 여성만 집안일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거나, 남성 중심의 북한 사회에서 여성의 낮은 지위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일부 포장지에는 과장 문구도 쓰여 있다. 가령, 호두맛 스낵이 고기보다 더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라는 문구처럼 말이다. 콜라겐 아이스크림이 아이들의 키를 키우고 피부 탄력을 향상시킨다는 문구도 있다. 또한 특정한 미세조류(microalgae)로 만든 스낵이 당뇨, 심장 질환, 노화를 방지한다는 문구도 있다.
강 교수는 그의 쓰레기 수집을 두고, 북한 주민을 더 잘 이해하고 향후 통일 시 남북 격차를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기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