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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길, 커다란 부채

중국의 인프라 계획에 참여국의 후회가 뒤따르고 있다

포럼 스태프

일명 “번영으로 가는 다리”로 불리며 중국에서 미화 2억 달러를 대출받아 건설된, 몰디브 수도 말레와 공항을 연결하는 다리의 공식 명칭은 중국 몰디브 우호 다리 또는 시나말레 다리다. 처음에는 우호적인 제안처럼 보였다. 2018년 다리가 개통된 후 공항 도착 방문객은 수도로 가기 위해 고속정을 타지 않아도 됐고 인근 훌후말레섬의 개발 붐은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중국의 많은 일대일로 인프라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이 다리 또한 지속 불가능한 부채를 짊어진 불량 프로젝트 명단에 오르고 말았다.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 윌리엄메리대학교의 연구원들이 4년 간 연구한 결과를 발표한 2021년 9월 보고서에 따르면 브루나이, 캄보디아, 라오스, 몰디브, 미얀마, 파푸아뉴기니를 포함한 42개 저소득 국가가 안고 있는 일대일로 프로젝트 부채는 이들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의10퍼센트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윌리엄메리대학교의 글로벌 연구소 국제개발랩인 에이드데이터는 《일대일로 투자: 1만 3427개 중국 개발 프로젝트의 새로운 글로벌 데이터에서 배우는 통찰》 보고서에서 중국이 165개국에 미화 8430억 달러 상당의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프로젝트와 관련된 미화 약 3850억 달러의 부채가 대부분 공개 조사를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2013년 시진핑(Xi Jinping) 중국 주석은 중국 자금을 통해 아프리카, 유럽, 인도 태평양 전역에서 인프라 개발을 촉진하겠다며 일대일로 계획을 출범했다. 독립적인 싱크 탱크 해외관계위원회에 따르면 시 주석은 고속도로, 철도, 발전소, 송유관을 포함하는 프로젝트가 중국의 수출과 육상 및 해상 수송 시설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고, 제조를 촉진하고, “해외에서 중국의 경제, 정치, 군사 영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신규 투자가 수익을 충분히 창출하지 못하면, 부채 수준이 지속 불가능하게 증가하고 중국과의 정치적 마찰이 일어날 수 있다.”

금융 및 정치 뉴스 서비스 이코노미넥스트의 2022년 1월 보도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압둘라 야민(Abdulla Yameen) 당시 몰디브 대통령의 임기 중 대규모 차관을 도입한 몰디브는 실행 가능성 부족과 부채 증가 우려로 일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있다. 몰디브 국회 의장 겸 몰디브 민주당의 당수 모하메드 나시드(Mohamed Nasheed)는 2019년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관계자는 부채 규모가 훨씬 작다고 주장했지만 몰디브의 대중국 부채 규모가 미화 3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몰디브의 2022년 예상 GDP는 미화 약 53억 달러다.

한때 “번영으로 가는 다리”로 불렸던, 중국의 자금 지원을 받아 몰디브의 주요 공항과 수도를 연결한 프로젝트는 지속 불가능한 부채의 상징이 됐다. 로이터

나시드 의장은 2018년 몰디브 민주당이 야민을 꺽은 후, 부채에 대해 경고하기 시작했다. 야민이 퇴진한 후 몰디브 정부는 인도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했고 나시드 의장은 전 대통령이 몰디브를 부채의 덫에 빠뜨렸다고 주장하며 기소를 주도했다. 그는 이코노미넥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부채를 검토하여 부채 총액을 실제 가치에 맞게 축소하지 않으면 몰디브는 중국에 부채를 상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몰디브는 섬 리조트의 일부 프로젝트도 중단했다. 나시드 의장은 이코노미넥스트에 “리조트 공사와 섬 소유권에 대한 문제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며 “중국 기업들이 몰디브의 6~7개의 섬에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공사 단계는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공사가 오랫동안 중단됐으며 이들 섬의 계약 소유권은 법원에서 결정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숨은 부채, 높은 비용

에이드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국제개발 자금 투입이 매년 미화 약 850억 달러에 육박함에 따라, 중국은 현재 미국과 다른 주요 강대국보다 2대1 수준으로 많은 지출을 하고 있다. 에이드데이터 보고서는 중국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를 부양하기 위해 보조금이나 비양허성 대출을 제공하며 지원하는 대신, “부채를 사용하여 국제개발금융시장에서 우월한 지위를 확립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대일로가 2013년 도입된 이후 중국은 대출 대비 보조금 비율을 31대1로 유지하고 있다.

중국 국영 대출 기관이 제공하는 대출 조건은 다자간 대출 기관보다 유리하지 않으며 평균 대출 금리는 4.2퍼센트다. 하지만 채무국의 납세자에게 더 큰 문제는 대출 성격이 국민들에게 비공개된 경우가 많아 정부의 실제 위험도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에이드데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이는 중국의 해외 대출 중 70퍼센트가 국영 기업, 국영 은행, 특수 목적 수단, 합작 기업, 민간 부문 기관에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채무국은 채무 불이행이 발생할 경우 책임을 져야 하지만, 종종 중국이라는 국가에서 직접 돈을 빌리지는 않는다.

보고서는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부채는 정부의 대차대조표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출 기관은 “민간 및 공공 부채의 구분을 흐리게 하고 주요 공공 재정 관리 문제를 가져온 명시적 또는 묵시적 형태의 호스트 정부 책임 보호의 혜택을 누린다.”

이 문제는 2021년 12월 미화 6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연결 철도를 개통한 라오스에서 분명해지고 있다. 철도는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과 중국 남부 도시 쿤밍을 연결한다. 더 마닐라 타임스 신문에 따르면 통룬 시술리트(Thongloun Sisoulith) 라오스 대통령은 철도 개통식에서 “현대 인프라 개발의 새로운 시대”를 알리며 “라오스 국민의 꿈이 실현됐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중국 쿤밍과 라오스 비엔티안을 연결하는 고속 철도 프로젝트의 부채 대부분이 국민 감시를 피해 숨겨져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

라오스 정부는 철도가 2027년까지 흑자 전환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대출이 지속 불가능할 것을 우려한다.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의 애널리스트 조나단 앤드류 레인(Jonathan Andrew Lane)은 2020년 9월보고서에서 인구 700만 명의 라오스를 쿤밍에 연결하는 “값비싼 철도에 대한 상업적 논리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철도로 라오스가 얻는 이득이 그것으로 인해 생기는 위험보다 적다고 주장했다. 레인은 “대출이 라오스 정부의 제한된 세금 인상 능력을 더욱 압박할 것이다”고 전했다.

에이드데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라오스의 총 부채 미화 133억 달러 중 거의 절반이 중국에 상환해야 할 부채이며 철도에는 더 많은 부채가 숨어 있다. 철도 프로젝트에는 중국 국영 기업 세 개와 라오스 기업 하나가 협력했으며 중국이 철도의 미화 35억 4000만 달러 부채 중 7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에이드데이터는 채무 불이행 시 어느 나라가 합작사를 구제해야 하는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에이드데이터는 “철도 수익이 부족하면 미화 35억 4000만 달러의 총 부채 중 0~100%를 라오스 정부가 상환해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리랑카의 절망

2022년 스리랑카는 분유와 조리용 가스 등의 생필품 부족과 채무 위기를 겪었다. 스리랑카의 위기는 5월 중순 국가 부도에 직면한 스리랑카가 대외 채무를 갚지 못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온라인 뉴스 잡지 더 디플로매트에 따르면 2022년 한 해에만 스리랑카의 대외 채무는 미화 70억 달러에 달한다. 총 대외 채무는 미화 510억 달러를 초과하는데, 이중 미화 250억 달러는 2026년까지 상환돼야 한다.

2022년 4월 식량 및 연료 부족으로 스리랑카 전국에서 수주 동안 시위가 일어났고 국가 경제를 무너트린 고타바야 라자팍사(Gotabaya Rajapaksa) 대통령이 7월에 사임했다.

2022년 5월 중순 시위에 참가한 27세의 나벤드라 리야나라차치(Naveendra Liyaanarachachi)는 더 뉴욕 타임스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사임 외에는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

스리랑카 국회는 라자팍사가 국외로 도주하자 라닐 위크레메싱게(Ranil Wickremesinghe) 총리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관광 의존도가 높은 스리랑카에 현금 부족이 발생한 부분적인 원인에는 코로나19가 있지만, 정부가 지속적으로 차관을 도입함에 따라 대외 채무가 겉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더 디플로매트에 따르면 스리랑카 경제는 2021년 7월부터 9월까지 1.5퍼센트 위축됐으며 2021년 12월 인플레이션율은 12.1퍼센트로 급증했다.

2022년 1월 고타바야 라자팍사 당시 스리랑카 대통령(가운데)과 왕이 중국 외교부 부장이 중국이 자금을 지원한 바다 간척 프로젝트인 콜롬보의 포트 시티에 도착하고 있다. AP 통신

현금 부족으로 인해 스리랑카의 경제가 침체되고 연료 수입이 둔화되고 있다. 수력 발전 댐의 수위가 떨어지면서 전력 및 연료 부족도 악화됐다. 인도에 본사를 둔 글로벌 뉴스 네트워크 WION은 스리랑카가 채무 불이행 위기에 빠지자 2022년 1월 스리랑카 지도자들이 중국 채권자에 구제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WION은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스리랑카를 방문한 왕이(Wang Yi) 중국 외교부 부장에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발생한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부채 상환을 조정해 준다면 스리랑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중국은 구제를 제공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스리랑카는 조속한 시일 내 일시적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2007년 이후 스리랑카의 부채는 국채로 인해 미화 118억 달러 상당까지 누적됐으며 국채는 대외 부채의 36.4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로이터는 스리랑카에 미화 46억달러를 빌려준 아시아개발은행이 스리랑카의 두 번째로 큰 채권자라고 보도했다. 다음으로 큰 채권자는 각각 미화 35억 달러를 빌려준 일본과 중국이다.

중국은 스리랑카의 최대 채권자가 아니지만 중국의 프로젝트는 가장 큰 논란이 됐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인 함반토타항은 2010년 11월에 중국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 개항됐지만 운영권이 중국에 넘어갔다. 2017년 스리랑카가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자 중국 자오상쥐는 스리랑카 국영 항망청과 합작으로 99년 항구 임대 운영권을 확보하고 지분 70퍼센트를 차지했다.

부패, 시위 그리고 스캔들

인도 태평양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스캔들이 따르고 있다. 에이드데이터가 검토한 바에 따르면 일대일로 프로젝트 중 35퍼센트가 “부패 스캔들, 노동법 위반, 환경 위험, 반대 시위” 같은 이행 문제를 겪고 있다. 이에 비해 일대일로 외 중국 정부의 인프라 포트폴리오 중에서는 21퍼센트가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다. 에이드데이터에 따르면 “호스트국 정책 결정자들은 부패와 고비용 우려는 물론,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게 만드는 국민 정서의 큰 변화 때문에 대규모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보류하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동향이 가장 잘 나타나는 곳은, 스캔들로 인해 다수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중단된 말레이시아일 것이다. 예를 들어, 동해안 철도 링크는 말레이시아의 대표적인 일대일로 프로젝트다. 640킬로미터 길이의 이 철도는 서해안 클랑항과 동해안의 코타 바루를 연결할 계획이었다. 2021년 10월 더 디플로매트는 이 프로젝트가 부패 혐의로 인해 2018년에 중단되었으며 이후 여러 차례 재협상과 재조정을 거쳤다고 보도했다.

이 프로젝트는 2018년 5월 나지브 라자크(Najib Razak) 당시 총리가 축출된 스캔들의 중심에 있었다. 당시 나지브는 22년 동안 말레이시아를 이끌고 은퇴했다가 정계에 복귀한 92세의 마하티르 모하마드(Mahathir Mohamad)에게 대선에서 참패를 당했다.

스리랑카 함반토타항의 약 70퍼센트가 99년 계약으로 중국 국영 사업자에게 임대됐다. AFP/GETTY IMAGES

2019년 1월 포린 폴리시 잡지는 나지브의 패배에 “중국 관계자보다 더 실망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나지브 전 총리가 중국에 말레이시아 전국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허가했기 대문이다. 나지브 전 총리는 결국 1말레이시아 개발 베르하드(1MDB)로 알려진 국가 개발 기금과 관련된 스캔들의 핵심 인물이 되었다. 포린 폴리시의 보도에 따르면, 나지브 전 총리의 라이벌은 “말레이시아에 쏟아지는 중국 자금 중 일부가 밑빠진 뇌물 금고를 채우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2019년 1월 더 월 스트리트 저널 신문이 증거를 제시했다. 일련의 회의록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관리들은 중국 측에 1MDB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이 인프라 프로젝트에 부풀려진 비용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포린 폴리시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중국이 부패한 정권을 악용하여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확실한 증거가 된다”고 전했다.

나지브 전 총리는 스캔들을 빠져 나가지 못했다. 2021년 12월 말레이시아 법원은 부패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리고 징역 12년을 확정했다. 법원은 나지브 전 총리가 지금은 사라진 1MDB의 전신인 SRC 인터내셔널로부터 미화 약 1000만 달러를 불법 수수했다고 판단했다.

말레이시아 동해안 철도 링크의 공사가 가격 논란과 정치 스캔들로 인해 지연됐다. AFP/GETTY IMAGES

2021년 8월 총리로 취임한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Ismail Sabri Yaakob)은 철도를 계속 운영하기로 약속했지만, 일대일로의 평판은 이미 손상됐다. 리서치 및 분석 기업 로듐 그룹의 부이사 아가사 크라츠(Agatha Kratz)는 2021년 3월 팟캐스트에서 전략 및 국제학 연구소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부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일어나, 중국의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기존 추세가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거기서부터 부채의 덫 외교 이야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며

“갑자기 국제 언론이 이러한 문제를 감지하기 시작했고 일대일로에 대한 관심은 변질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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