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지우기

중국 공산당의 잔인한 민족 동화 캠페인이 티베트와 네이멍구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포럼 스태프
전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이 일제히 중국 공산당의 신장 위구르 무슬림 대량 학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망명 중인 전 세계 티베트족이 중국의 탄압으로 인한 고향의 오랜 고난을 기리기 위해 2021년 3월 초에 다시 모였다.
1959년 티베트를 침략한 중국 점령군에 맞서 티베트인들이 봉기한 날을 기념하는 제62주년 국민 봉기의 날에 티베트 망명 사회는 조국 독립을 새롭게 요구했다. 수주 동안 진행된 봉기 중 수만 명의 티베트인이 인민해방군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이웃 인도로 안전하게 피신한 후에는 더 많은 티베트인들이 국외로 도피했다.
봉기는 진압됐지만 티베트의 정신은 굴복하지 않았다. 2021년 3월 10일 인도에 기반을 둔 티베트 망명 정부의 롭상 상가이(Lobsang Sangay) 당시 대통령은 성명서에서 “지난 60년 동안 중국의 통치 아래 100만 티베트인이 목숨을 잃었다. 오늘 우리는 그들을 기리기 위해 모였다”며 “하지만 오늘은 티베트인이 가진 불굴의 의지를 과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티베트인들은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티베트 고유의 언어, 종교, 땅, 정체성을 지키고 보존하며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념식 며칠 전 티베트 수도 라싸에서 북동쪽으로 2500킬로미터 떨어진 네이멍구에서 시진핑(Xi Jinping) 중국 주석은 6개월 전 중국의 또 다른 소수 민족의 교실에서 시작된 봉기를 진압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전례없는 봉기에서 수천 명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거리로 나와 몽골어 수업을 중국어로 대체하라는 중국 공산당의 지시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수업을 거부했다. 뉴욕 소재 남부 몽골 인권 정보 센터의 소장 엥게바투 토고초그(Enghebatu Togochog)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몽골족들은 민족 정체성의 마지막 거점인 몽골어가 새로운 정책에 의해 소멸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몽골족은 긴박함을 가지고 있다. 언어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자신들의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2021년 3월 시진핑 주석은 베이징에서 당 지도자들에게 “지방 정부는 올바른 길을 택해 중국적 특성을 통해 민족 문제를 해결하고 국적과 문화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시 주석이 내린 지시의 함의와 “중국적 특성”의 성격은 중국의 이른바 자치구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에게 분명히 영향을 미칠 것이다. 광활한 초원과 끝없는 지평선이 있는 네이멍구의 학교부터 하늘을 찌를 듯한 티베트 고원의 사원에 이르기까지 중국 공산당은 강제 동화 및 문화 동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진행 중인 잔인한 탄압에 가려져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티베트와 네이멍구에서 빠르게 추진되고 있는 캠페인은 문화, 언어, 종교적 전통을 없애려는 시도, 즉 수천 년의 민족 유산과 역사를 말살하기 위한 것으로 여겨진다. 블룸버그 오피니언은 2021년 3월 기사에서 “중국 공산당은 지난 20년 동안 신장부터 티베트에 이르까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중국 지도자들이 오랫동안 집착해온 민족 통일성 확보가 이제 최우선 과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연이은 탄압
중국 공산당은 2019년 말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견된 코로나19 대유행을 구실로 삼아 2021년까지 동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티베트에서 중국 공산당은 2021년 2월 설 연휴(로사르) 기간 동안 여행과 모임을 금지했다. 라디오 프리 아시아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로 불교 사원과 기타 중교 시설에 폐쇄 명령이 내려졌으며 위반자는 처벌받을 것이라고 공지됐다고 보도했다.
주민들과 분석가들은 모두 중국 공산당이 밝힌 동기의 진정성을 의심하며 티베트 문화를 지키는 데 사원의 중심적인 역할을 지적했다. 뉴델리 자와할랄 네루 대학교 국제학 연구소의 박사 과정 학생인 아파 라모(Apa Lhamo)는 2021년 3월 더 디플로매트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티베트에서는 사원이 중국 지방 정부보다 더 많은 정당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특히 달라이 라마를 중심으로 불교 지도자에 대한 공경심이 두드러진다”며 “중국 공산당의 통치 아래에서도 많은 티베트인에게 종교와 민족 정체성은 불가분의 관계다”라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에게 중국 공산당이 강제 동화를 추진하는 동기는 히말라야 산맥에서 흘러내려오는 물만큼이나 분명하다. 위치, 지형, 천연 자원 덕분에 티베트는 엄청난 전략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티베트는 바깥으로는 부탄, 인도, 미얀마, 네팔과 접하고 있고 안으로는 신장과 경계하고 있다. 세계 최고봉들의 본고장인 티베트에는 10억 인구의 식량과 생계를 책임지는 메콩강을 비롯하여, 중국의 최대형 댐에 물을 공급하는 수많은 동아시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주요 강의 발원지가 있다. 티베트 고원에는 금과 우라늄은 물론 전기 자동차와 풍력 터빈부터 미사일과 전투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제조하는 데 필수적인 희토류 같은 귀중한 광물이 매장되어 있다. (비영리 에너지 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은 매년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희토류의 60퍼센트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많은 민주주의 국가들의 안보 문제기도 하다.)
수세기 동안 중국과 티베트는 영토와 중앙아시아로의 무역로를 장악하기 위해 싸웠다. 티베트 망명 사회와 인권 단체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이 70년 전 티베트를 병합한 후 약 320만 명의 티베트 인구 중 9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티베트인은 감시, 임의 구금, 고문을 비롯한 탄압을 꾸준히 받고 있다.
2021년 1월, 티베트의 독립을 지지하는 구호를 외치고 전단을 배포한 혐의로 구금된 19세의 불교 승려가 투옥된 지 5개월 만에 사망했다. 다음 달에는 21년형을 복역 중인 한 티베트족이 뇌를 다쳐 라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51세의 쿤초크 진파(Kunchok Jinpa)는 2013년 집에 중국 국기를 달라는 명령에 평화적으로 항의하다 구금된 수백 명의 티베트족 중 한 명이었다. 이밖에도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은 많은 구금자들이 존재한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중국 국장 소피 리처드슨(Sophie Richardson)은 성명에서 “쿤초크 진파의 죽음은 부당하게 수감되어 학대로 사망한 티베트족의 또 다른 암울한 사례다”라며 “중국 당국은 임의 구금, 고문 또는 구금 중 부당한 대우 및 사망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 분열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티베트 센터에 따르면 경제를 통합하여 동화를 가속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도 티베트인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족 근로자와 기업에 이익을 가져다 주고 있다. 한족은 티베트에서는 소수 민족이지만 14억 중국인 중에는 92퍼센트의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2021년 2월, 인도에 기반을 둔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티베트 센터는 “중국의 개발 정책은 티베트 농촌을 도시화하고, 토지권을 빼앗는 데 성공해 인구를 줄여 영토를 황폐화하고, 마을과 도시의 경제 중심지를 중국화하여, 중국에 투자와 이익을 가져다주는 데 성공했다”고 보고했다.
더 이코노미스트 잡지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의 동화 정책 대부분은 종교를 중심으로 계속 진행되고 있다. 그러한 정책에는 60여 년 전에 중국군을 피해 달아나 지금도 인도에서 망명 중인 제14대 달라이 라마(84세)를 폄하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2012년 시 주석이 정권을 장악한 후 중국은 티베트 문화의 중심에서 불교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공산당 관계자들은 뇌물과 협박을 통해 티베트족들에게 달라이 라마의 사진 대신 여러 공산주의 지도자 중에서 시 주석과 마오쩌둥(Mao Zedong)의 사진을 집에 달라고 강요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20년 12월, 중국 공산당이 감시하는 SNS인 위챗에 달라이 라마의 루사르 인사를 게시한 한 티베트 목동이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그의 죄명은 국가 분열을 시도한 죄였다.
2021년 2월 더 이코노미스트는 “신장과 마찬가지로 중국화는 공식적으로는 종교 문제로 한정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소수 민족에게 중국인이라는 소속감을 주기 위한 훨씬 광범위한 노력으로 이루어져 있다”며 “학교에서는 ‘애국 교육’이 강조된다. 대부분의 수업에서 티베트어 대신 중국어를 사용한다. 감시가 강화됐다. 정보원 네트워크가 정부에 정보를 제공하고 스마트폰이 모니터링된다”고 보도했다.
티베트 땅만큼이나 티베트인들도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인권 및 민주주의를 위한 티베트 센터의 소장 차링 츠모(Tsering Tsomo)는 라디오 프리 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보통 인권 문제를 개인의 권리와 자유 문제로 간주하지만, 티베트의 경우 티베트인의 생존과 관련이 있다”며 “중요한 것은 전 티베트인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외침은 수천 킬로미터에 걸쳐 울려 퍼지고 있다.
점차 커지는 폭풍
시 주석이 공산당 담당자들에게 네이멍구의 민족 문제를 바로잡으라고 지시한 지 일주일 후, 끔찍한 모래 폭풍이 베이징을 뒤덮어 하늘이 뿌옇게 변하고, 통근자들이 호흡 곤란을 겪고, 학교는 야외 활동을 취소해야 했다. 거의 10년 만에 인구 2200만 명의 베이징을 덮친 폭풍은 몽골고원의 고비사막에서 발원했다. 어쩌면 이는 시 주석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네이멍구의 격변이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징조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약 120만 제곱킬로미터의 영토로 이뤄진 네이멍구는 중국 면적의 약 13퍼센트를 차지하며 독립할 경우 면적 기준으로 세계 25위의 국가가 된다. 네이멍구의 인구는 약 2500만 명으로, 네이멍구는 중국 북부를 가로지르며 독립국 몽골, 러시아와 2400킬로미터의 국경을 맞대고 있다. BBC에 따르면 티베트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건조한 지역으로 이루어진 네이멍구는 천연 자원이 풍부하며 고비 가장자리에 있는 광업 도시 바오터우에는 전 세계 희토류의 약 70퍼센트가 매장되어 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10여 년의 일본의 점령이 끝난 후 네이멍구는 1947년 중국의 자치구로 편입됐다. 이후 네이멍구에는 한족이 압도적으로 많이 거주하게 됐으며 몽골족은 약 420만 명으로서 전체 인구의 2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몽골족의 정체성은 강력하다. 유목민, 노련한 기마 민족, 13세기에 역사상 가장 큰 제국 제국을 수립한 통치자 징기스칸을 아우르는 활기찬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멍구에서는 그 기원이 징기스칸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옛 위구르 문자에 바탕을 두고 탄생하였으며 위에서 아래로 적는 26자로 구성된 독특한 전통 몽골 문자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2020년 8월 중국 공산당이 학교에서 몽골어 사용을 금지시켰을 때 자연스럽게 큰 소동이 벌어졌다. 8세 아들을 수업 거부에 동참시킨 목동 앙바(Angba)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몽골족은 이번 조치에 모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신 발언 후 보복이 두려워 가명을 사용했다. 그는 “몽골어가 사라지면 몽골족도 사라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국은 중국어를 배우는 것이 모든 중국 국민의 의무이자 애국이라고 주장했다. 국영 이너 몽골리아 데일리는 “중국어 학습은 공산당과 국가에 대한 사랑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시위 주동자를 잡으면 보상이 제공됐다.
관측통들은 몽골어 금지를 두고, 티베트에서와 마찬가지로 공산당 교화와 수익성은 높지만환경 파괴적인 광업을 위한 평원 강제 정리를 포함하는 중국 공산당의 최신 탄압 패턴이라고 말했다. 2011년 CNN 보도에 따르면, 자신의 땅에 침입하는 석탄 트럭을 막으려다 목동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수천 명이 시위에 나섰다. 이에 대해 중국 공산당은 경찰 기동대와 SNS 폐쇄로 대응했다. 2020년 9월 더 디플로매트는
“중국 당국은 지난 70년 동안 소수 민족의 권리를 서서히 잠식하여 소수 민족을 국가에 동화시키려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네이멍구의 학부모들과 기타 몽골인들은 그들의 문화적 열정을 사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두 아이의 엄마인 키키지(Qiqige)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몽골족으로 남는 한, 우리는 끝까지 저항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연대
전 세계적으로 30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코로나19에 2년 가까이 전 세계의 관심이 몰리는 동안 중국 공산당은 가열차게 소수 민족을 억압하고 있다. 네이멍구, 티베트, 신장의 사람들에게는 중국 공산당이 고향을 “자치구”로 지정한 것이 공산당에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것이라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해 보인다.
국제 사회는 이들의 역경을 계속해서 부각시키고 있다. 민주주의 정부, 국제 조직, 인권 단체는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는 중국의 요구를 일축하고, 억압받고 있는 국민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고, 민족 문화 전통을 보호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뉴욕에 기반을 둔 휴먼라이츠워치는 2021년 연례 보고서에서 “2020년 중국 정부는 우한에서 시작된 치명적인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권위주의를 본격적으로 전개했다”며 “중국은 공산당에 대한 정치적 충성을 강요하며 전국에서 탄압을 심화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이 티베트의 새해맞이 축제인 로사르 행사 개최를 금지하자, 미국 국무부는 가상으로 로사르 행사를 열고 티베트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동맹국, 파트너국와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2021년 2월 국무부 고위 담당자 리사 피터슨(Lisa Peterson)은 “중국 정부가 티베트인과 다른 소수 민족의 존엄과 인권을 끊임없이 공격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주일 후, 유네스코 국제 모어의 날에 일본, 몽골, 스웨덴 등의 여러 나라에서 중국 공산당의 네이멍구 언어 전통에 대한 탄압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한편, 유엔 경제 사회 문화권 위원회는 네이멍구, 티베트, 신장에서 군과 경찰을 포함한 공공 행정에서 민족 대표, 티베트 목동의 토지 몰수 및 인프라 프로젝트로 인한 “티베트고원의 환경 파괴”, 티베트인, 위구르족, 기타 소수 민족의 학대 및 강제 노동 등의 우려를 해소하라고 중국에 지시했다. 위원회는 또한 2021년 3월 보고서에서 “중국 공산당이 문화 종교 성지의 대대적인 파괴와 종교 의식 및 학교에서 위구르어 및 티베트어 사용 금지를 통해 위구르족과 티베트족의 문화, 종교, 언어를 말살하려 했다는 시도”에 대해 중국에 대응하라고 촉구했다.
망명 사회 지도자들은 이러한 통일된 대응만이 중국 공산당의 강제 동화 정책이 더욱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 신문에 따르면 2021년 4월 뉴델리에 기반을 둔 민주주의, 다원주의, 인권 센터가 주최한 행사에서 롭상 당시 티베트 망명 정부 대통령은 “티베트와 신장에서 소수 민족의 인권 유린 기록과 관련하여 중국에 맞서는 것은 한 국가나 소수의 국가가 아니라 전 세계가 연대해야 하는 문제다”라며 “세계에 필요한 것은 중국의 독재 정책이 아니라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적인 개발 정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