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기사

복원력 구축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드러난 중국 중심 공급망의 약점

포럼 스태프

2020년 8월 중순까지 전 세계에서 2200만 명 이상이 감염되며 코로나19가 대유행하자, 싱가포르부터 도쿄까지 공황에 빠진 구매자들이 식료품 사재기에 나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중국의 제조 산업이 봉쇄되고, 인도 태평양 지도자들이 개인 보호 장비부터 의약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찾는 공급망의 심각한 약점이 노출되었다. 또한 새로운 과제도 부상했다. 즉 공급망 복원력을 구축하여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2020년 6월 초 니시무라 야스토시(Nishimura Yasutoshi) 일본 경제재생담당 대신은 “중국에 의존하게 됐다”며 “공급망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다각화하여 공급원을 넓히고 국내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급망 복원력을 분석하고 일부의 경우 재배치 의사가 있는 기업에 보조금을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인도, 일본, 싱가포르, 타이완의 담당자들도 그의 발언에 공감했다.

일본에서 아베 신조(Abe Shinzo) 총리는 기업의 생산 시설 국내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미화 2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 프로그램에 착수했다. 일부 일본 정부 담당자들은 국가 안보 때문에 공급망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로이터는 코로나19로 공급망 취약성이 새롭게 드러나긴 했지만, 일본 지도자들이 복원력 구축 필요성을 논의하기 시작한 건 중국의 인건비가 치솟기 시작한 2000년대 초부터였다고 보도했다. 인건비 인상으로 일본에서 “중국 플러스 원” 전략에 대한 논의가 촉발됐다. 이것은 중국에 공장을 짓는 한편 다른 인도 태평양 국가에도 최소한 공장 하나를 배치하여 위험을 관리하는 정책이다.

뉴델리 약국 직원이 일반 약품에 대한 주문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 뉴스의 2020년 6월 보도에 따르면 피치 솔루션의 아시아 국가 위험 연구 책임자 안위타 바수(Anwita Basu)는 “2018년 미중 무역 전쟁이 시작된 후부터 많은 기업들이 이미 중국 플러스 원 제조 허브 전략을 채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유행 때문에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겠지만 “중국은 여러 국가의 생산 능력을 다 합쳐도 중국의 생산 능력의 일부에도 미치지 않을 정도의 방대한 생산 능력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으로부터 다각화는 느리게 진행될 것이다.”

인도 태평양 업계와 정부는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여전히 위험으로 보고 있다. 2019년 타이완 당국은 국내 기업에 중국 본토 밖에 “비적색 공급망”을 구축하라고 권장했다. 타이완은 국내에 투자한 기업에 저비용 대출, 세금 감면, 임대료 지원, 행정 간소화를 제공하는 법을 승인했다. 2020년 5월 세계적인 컴퓨터 칩 제조사 중 하나인 대만적체전로제조주식유한공사가 미국 서부 아리조나주에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하자 공급망 재편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한편 싱가포르도 다각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찬춘싱(Chan Chun Sing) 싱가포르 통상부 장관은 공급망을 마비시킨 코로나19의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CNBC의 스쿼크 박스 아시아와 인터뷰에서 “오늘날 중국은 저급 저가 제품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고급 제품도 공급하고 있다. 즉, 전 세계의 공급망이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더 스트레이츠 타임스 신문에 따르면 찬 장관은 “싱가포르는 필수품에 대해 수요가 급증할 때 대처할 수 있는 현지 역량을 신중하게 구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상품의 원산지, 인력의 출처, 상품 공급 시장”은 물론 싱가포르까지 상품을 배송하는 운송사도 포함된다.

그는 중국 중심 공급망만을 우려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싱가포르는 과거 태국과 베트남에서 주로 수입했던 쌀 공급원을 다각화했다. 그는 현재 싱가포르가 일본과 인도에서도 쌀을 수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직원들이 베트남 타이 응우옌 의류 공장에서 생산된 안면 마스크의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AFP/GETTY IMAGES

중국 제조업에 의존하는 기업의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에 대안이 필요하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잡지는 2020년 3월 발표한 분석에서 세계 1000대 기업이나 그 공급업체가 중국, 이탈리아, 한국의 코로나19 검역 지역에 공장, 창고, 기타 시설을 비롯한 1만 2000개의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들은 직접 거래하지 않는 보이지 않는 공급업체 중 어떤 업체가 중국 내 영향 지역에 있는지 서둘러 파악했다. 분석은 “많은 기업들도 직접 구매하는 물품에 대해 한 업체에만 의존한 것을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공급망 관리자는 단일 소싱의 위험을 알면서도 공급을 확보하거나 비용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러한 선택을 유지한다”며 “종종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제한되고 그러한 옵션이 중국에만 있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 복원력을 구축하면서 인도 태평양 국가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다. 더 이코노믹 타임스 신문에 따르면 하쉬 바르단 슈링라(Harsh Vardhan Shringla) 인도 외교부 장관은 2020년 6월 연설에서 “국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생산 및 공급망 다각화를 모색하여 하나의 특정 국가나 지역에 대한 과도한 의존성을 줄일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가 저비용 제조 허브로 발전할 기회가 있다고 덧붙이며, 중국보다 민주적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투명성이 높은 인도와 협력할 경우 기업들이 공급망의 부족을 더 빨리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인도는 제조력의 일부를 제약 원료에 집중하여 중국 내 공장 폐쇄로 타격을 입은 제약업체의 대체 공급자가 될 계획이다. 보도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필수 약품 원료를 파악하고, 국내 제조업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영 제약업체를 되살리려 한다.

세계 최대 일반 약품 수출국인 인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원료 부족을 겪었고, 이러한 현상은 해당 원료에 대한 중국 의존성의 위험을 보여줬다. 인도는 일반 약품을 제조하는 데 사용하는 화학 물질의 거의 70퍼센트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이들 공급원의 일부는 2019년 12월 코로나19가 시작된 후베이성 지역에 있다. 

인도 정부는 공급망 재편에 착수하기 위해 2020년 3월 미화 18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마련하여, 제약 허브 3개를 설립하고, 우선적으로 추진할 53개의 주요 시재료와 원료의약품을 파악했다. 여기에는 해열제 파라세타몰과 페니실린 및 시프로플록사신 같은 항생제가 포함된다.

인도 태평양에서 인도만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이 되려는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기업들이 중국 밖으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베트남은 저렴한 노동력과 낮은 토지 가격으로 오랫동안 혜택을 봤다. 미국 소재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기업 존스 랭 라살레의 2020년 4월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추세는 전혀 느려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미국 인구통계국 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수입된 상품은 약 36퍼센트 급증한 반면 중국에서 수입된 상품은 16.2퍼센트 감소했다. 존스 랭 라살레의 동남아시아 산업 및 물류 책임자 스튜어트 로스(Stuart Ross)는 “코로나19가 글로벌 공급망에 끼친 영향 때문에 2020년 데이터가 왜곡되겠지만 제조업이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이동하는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물자 부족이 부각되면서 새로운 파트너십이 촉진될 수 있다. 미국은 경제 번영 네트워크라는 파트너 동맹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로이터는 이 네트워크에 디지털 비즈니스 및 에너지부터 연구, 무역, 교육까지 모든 것에 대해 단일 표준에 따라 활동하는 기업과 시민 단체가 포함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2020년 4월 마이크 폼페이오(Mike Pompeo) 미국 국무부 장관은 “미국은 인도 태평양에서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일본, 뉴질랜드, 한국, 베트남과 협력하여 세계 경제를 발전시키길 원한다”고 말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공급망을 구성하는 방법”도 논의할 것이다.

미국 국무부에서 국제 경제 성장 정책을 개발 담당자인 키스 크라크(Keith Krach)에 따르면 미국 경제 안보 전략의 핵심은 “자유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는 공급망의 확대와 다각화다. 크라크는 제약, 의료 기기, 반도체, 자동차, 섬유, 화학제품 등의 중요 제품에 대해 경제 번영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제조업이 국제 공급망에 너무 깊이 통합되어 있기 때문에, 인도 태평양 국가들이 추진하는 다각화와 복원력이 하룻밤 사이에 구축되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이 좋은 예다. 일본 정부가 미화 20억 달러 규모의 국내 생산 유치 프로그램을 시작했지만 일본 기업들이 중국 제조 허브에 이미 방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로이터는 무역부 조사를 인용하여 2018년 3월 기준으로 일본 기업이 중국에 보유한 계열사가 적어도 7400개라고 보도했다. 이 수치는 2008년보다 60퍼센트 증가한 것이다. 

자동화 발전 확대와 인공 지능 기반 기술 도입이 공급망 복원력 강화를 위한 하나의 답이 될 수도 있다. 재팬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제조업체 로옴 주식회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노동 집약적인 후공정을 완전 자동화하여 일본에 새로운 조립 라인을 설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기업은 비용 때문에 중국에 공급망을 유지할 것이다. 디스플레이 패널과 텔레비전을 만드는 샤프는 중국으로 제품을 보내 여기서 백라이트, 커넥터, 기타 부품을 추가한다. 이러한 공정에는 수작업 테스트와 기계 조정이 필요하다. 2016년 타이완의 폭스콘이 인수한 샤프의 대변인은 “후공정은 노동 집약적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중국에서 이루어져 왔다”며 “일본으로 복귀하려면 비용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공급망 전문가들은 중국이 방대한 유통 시스템과 효율적인 운송 인프라가 뒷받침하는 공급망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제조 우위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국은 복잡한 기계의 작동 교육을 받은 많은 노동자를 보유하고 있다. 싱가포르 난양 기술 대학교 S 라자라트남 국제학 연구소의 정책 연구 그룹 어소시에이트 리서치 펠로우 요가난탄 S/O 테바(Yogaananthan S/O Theva)는 논문에서 “기업은 코로나19 이후 경제에서 공급망을 재검토하고 있지만 정부의 제조업 본국 회귀 압박과 제조 허브로서 중국이 갖는 매력 사이에 발생하는 지속적인 지리경제학적 긴장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은 코로나19 이후 경제를 헤쳐나가기 위해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거나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는 두 가지 중 하나만 선택하는 접근법을 피해야 한다”며 “대신, 민첩하게 행동하고 필요한 경우 중국과 다른 나라들 사이에서 전략적으로 운영을 전환하여 공급망 복원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에 멀티소스 공급망 구축에 투자하는 것과 기업이 폐기한 물질을 재사용할 수 있는 순환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 네트워크에 대한 가시성을 극대화하여 중국이나 다른 곳에서 발생한 혼란을 예측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러한 가시성을 달성하기 위해 코닝, 에머슨, 헤이워드 서플라이, IBM 등의 기업은 블록체인 같은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여 생산부터 배송까지 자산을 추적하는 신뢰할 수 있는 감사 트레일을 만들고 있다. 테바는 “이러한 데이터로 무장한 기업들은 문제가 생길 특정 공급망을 신속히 파악하고 대체 공급망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중국에서 완전히 벗어나든, 단순히 공급망을 다각화하여 복원력을 구축하든 인도 태평양 산업 지도자들은 중국의 제조업에 크게 의존하는 현상(status quo)을 해소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히타치 회장 겸 일본 최대 비즈니스 로비 책임자인 나카니시 히로아키(Nakanishi Hiroaki)는 2020년 5월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공급망의 지속 가능성을 재고해야 한다는 데 모두가 동의한다”며 “갑자기 모든 생산 시설을 일본으로 복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특정한 한 국가에 전적으로 의존한 상태에서 그 국가가 봉쇄되면 엄청난 결과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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