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 및 분열

분리 및 분열

인도 태평양 내 러시아의 성장과 중국이 이를 수용하는 이유

알렉산더 코롤레프(Alexander Korolev) 박사/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

언뜻

 보면 러시아는 인도 태평양에 전략적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리적으로 러시아는 멀리 떨어진 외부 국가다. 러시아는 본격적인 해양 강국이 아니며 전통적으로 대륙 지정학에만 집중해왔고, 현재 이 지역의 규칙 제정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인도 태평양 개념이 도입되고 지역 내 국제 관계가 재편되는 과정에서도 러시아는 기존과 같이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았고 일관된 인도 태평양 교리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인도 태평양 버전에 체계적으로 참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다른 비전을 가진 국가들 사이의 개념 논쟁은 물론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가진 지역 국가들 사이의 대화에도 기여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러시아가 아시아 전략으로 전환하여 지역 연결 고리를 다양화하고, 무게 중심을 중국 전략으로 크게 옮김에 따라, 혹자는 러시아와 인도 태평양은 서로 엄청나게 떨어져 있고 인도 태평양에서 러시아의 역할이 미미하고 하찮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결론은 오해를 일으킨다. 러시아는 겉으로는 활동이 미미하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무기 및 에너지 거래를 통해 인도 태평양 지정학의 중요한 주체가 됐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사이 러시아 해군은 인도 태평양에서 활동을 늘린 것은 물론,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를 방문하고 필리핀과 산호해에서 훈련하기도 했다. 러시아 태평양 함대는 2015년부터 해군 임무 그룹과 수많은 기동을 실시하여 남중국해나 인근 지역을 통과하고 지역에 막대한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역량을 과시했다.

또한 러시아는 베트남을 도와 구 소련의 군사 기지였고 베트남 전 당시 미국이 함정 및 항공기용 기지로 사용했던 깜라인만에 잠수함 기지 및 수리장을 건설 중이다.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 극동 연구소의 그리고리 록신(Grigory Lokshin) 박사는 이러한 활동으로 해당 시설이 러시아의 자체 군사 기지로 바뀌진 않겠지만 베트남 대통령이 러시아가 그곳에서 전략적 특권을 누릴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2019년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보고서는 관측통들이 러시아와 중국, 인도 같은 강대국 사이의 대규모 거래에 주로 집중하면서 소홀히 하는 사이에, 러시아가 작은 동남아시아 국가의 최대 무기 공급국으로 부상했으며 현재 동남아시아가 중국과 인도산 무기를 모두 합친 것보다 러시아산 무기를 더 많이 구매한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아세안 내에서 러시아의 판매량이 미국을 앞질렀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글로벌 무기 수출국로서 가진 입지가 미국에 미치지 못하고, 동남아시아가 러시아에 전략적으로 주요한 지역이 아님에도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로리 연구소의 온라인 간행물 더 인터프리터가 2019년에 보고한 일부 평가에 따르면 인도 태평양에 대한 러시아의 무기 수출은 다른 나라를 뛰어넘었으며 현재 러시아의 현재 총 무기 판매 중 6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무기 거래가 결코 무기 거래만으로 끝나지 않으며 인력 교육, 장비 유지 보수, 군사 기술 협력, 때로 합동 군사 훈련을 포함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러시아의 대 인도 태평양 무기 수출 증가는 지역 지정학에 복잡성을 더한다.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은 이 지역에서 커지는 러시아의 군사 영향력이 중국 러시아 전략적 협력을 통합하는 맥락 안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는가 하는 것이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 무기에 수십억 달러를 정밀하게 투입하여 중국에 대한 방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일례로 온라인 잡지 더 디플로매트는 “베트남이 러시아에서 구입한 무기(성능이 향상된 첨단 킬로급 잠수함 6척, 신형 수호이 Su-30MK2 다목적 전투기 12대, 제파드-3 프리깃함 2척, 해안 방어 대함 크루즈 미사일 K-300P 바스티온-P 또는 SS-C-5 STOOGE 2대 포함)는 남중국해에서 베트남의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배치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남중국해 지역에서 중국과 대립하는 전략적 라이벌의 무장을 강화하여 중국과의 균형을 맞추고 중국 러시아 협력을 훼손하려 하는가? 아니면 러시아가 동남아시아 국가와의 관계를 희생하면서 중국과 협력하고 있는가? 

두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러시아, 중국, 인도 태평양 국가들이 참여하는 이 당혹스러운 역학을 둘러싸고 있는 지정학은 단순한 제로섬 논리보다 더 복잡한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는 냉전 당시 소련으로서 이 지역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내 많은 국가와 역사적인 유대 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들 중 상당수는 공산주의 국가였거나 전 비동맹 서구 식민지였다. 역사적인 유대 이외에도 인도 태평양에서 러시아의 행동을 설명하는 지정학적 해석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의 지정학적 목표를 견제, 차단 또는 좌절시키는 것과 관련 있다.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실존적 위협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미국 국방부의 2019년 “인도 태평양 전략 보고서: 준비, 파트너십, 네트워크화된 지역 증진”에 따르면 특히 미국이 러시아를 인도 태평양에 “재활성화된 유해 주체”로 인식하는 맥락에서 러시아는 미국을 체계적으로 견제하는 관점에서 인도 태평양 프로젝트를 파악한다.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은 물론 중국의 위협을 받는 작은 동남아시아 국가에 대한 러시아의 행동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더 큰 글로벌 전략과 일치한다.

특히 이와 관련하여 러시아는 두마주에서 베트남에 군대를 재주둔시키는 것을 내부 논의했다. 일례로 러시아 신문 파를라멘트스카이아 가제타(의회 신문)의 2016년 10월 분석에 따르면 깜라인만 군사 기지로 복귀는  “미국에 있는 러시아의 전략적 파트너가 외교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칼을 휘두른다”는 이유로 정당화된다. 러시아 국방안보연방위원회의 첫 부의장 프란츠 클린제위츠(Franz Klinzewitsch)는 기사에서  “의심할 여지없이 러시아는 쿠바와 베트남에 군사 기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러시아는 Tu-95 전략폭격기를 재급유하는 데 사용됐던 IL-78 급유기를 깜라인만에 배치하여 일본과 미국령 괌 인근에 대한 순찰을 재개했다. 조지 메이슨 대학교 갈등 분석 및 해결 대학원의 연구원 니나 르(Nhina Le)와 싱가포르 난양 기술 대학교 S 라자라트남 국제학 연구소의 코 스위 린 콜린(Koh Swee Lean Collin)은
2015년 3월 더 디플로매트에서 2015년 1월 미국이 러시아에 기지 사용 허가를 준 것이 지역 내 긴장을 높인다며 베트남에 항의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정책을 견제하는 논리는 미국의 인도 태평양 개념에 대한 러시아의 반응에도 반영되어 있다. 러시아는 인도 태평양이라는 용어가 아세안의 지역 중심성을 훼손하고 중국을 봉쇄하는 고리를 만드는 것을 명시적으로 노리는 냉전 시대 블록 정신에 바탕을 둔 인공적인 구조라고 생각한다. 옵저버 리서치 재단의 학자 니베디타 카푸어(Nivedita Kapoor)와 난단 운니크리슈난(Nandan Unnikrishnan)이 2020년 1월 발다이 토론 클럽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이들은 러시아의 입장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 결과, 러시아는 아시아 태평양이나 유라시아 파트너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중국을 포함시키는 것을 선호한다.

 러시아의 일부 동남아시아 전문가는 중국, 인도, 아세안 회원국이 모두 러시아의 친밀하고 귀중한 파트너이기 때문에 러시아가 이들 사이에 “불행한 동향”을 해소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러시아 학술원의 전문가 빅토르 섬스키(Victor Sumsky) 박사는 그러한 면에서 이들 국가와 러시아의 특별한 관계를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러시아 과학원의 드미트리 모스야코프(Dmitry Mosyakov) 박사는 러시아도 중국 베트남 협력과 같은 형태를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지리전략적 목표는 작은 동남아시아 국가를 이용하여 나날이 커지는 중국의 영향력을 막는 것이 아니다. 대신, 중국은 물론 실제적이고 잠재적인 라이벌과의 관계에서 공통 분모인 미국을 견제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러시아 입장에서 본 이런 체계적인 견제 논리는 러시아의 무기 수출로 인해 남중국해 라이벌의 군사 역량이 커지는 것을 걱정하는 중국이 전반적으로 상황에 만족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첫째, 러시아의 진출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전략적으로 미국과 가까워지고 중국을 견제하도록 막지는 못하더라도 속도를 늦추는 데 기여한다. 현재 동향이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대안은 중국에 더 나쁘다. 둘째,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불행한 동향을 해소하려는 러시아의 열망을 고려할 때, 이 지역에서 러시아의 역할이 커지면 그렇지 않을 경우 라이벌이 되었을 국가와 중국이 참여할 수 있는 채널이 커지며 이는 중국이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셋째, 중국의 의사결정자들은 특히 미중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글로벌 정치 사안에 대해 러시아가 중국과 의견 일치를 보는 것이 중국에 매우 중요한 자산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중국이 인도, 말레이시아, 미국 에너지 기업이 남중국해에서 베트남과 협력하지 못하게 압박하면서도 러시아가 베트남 근해 에너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중국의 지역 지정학적 계산에서 러시아의 특수한 지위를 확인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중국은 러시아가 동남아시아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이나 지역과 군사 교류하는 것도 비판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지정학적 구성이 미국에 갖는 함의는 매우 크다. 러시아는 자국의 다극성을 증진하기 위한 수단을 더 많이 확보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정치적 지원을 받고, 인도 태평양에서 미국과의 긴장이 커지는 현 상황에서 중요한 에너지 자원과 군사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인도 태평양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가까워진다면, 이는 미국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사안에 대해 러시아 미국의 협력과 중국 미국의 협력이 제한될 것임을 의미한다. 게다가, 모든 인도 태평양 국가가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지정학적 비전을 완전히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때, 러시아가 동남아시아 국가와 군사 기술적 연계를 확대하고 이를 중국이 받아들이면 인도 태평양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들 사이에 존재하는 골이 깊어질 수 있다.

러시아의 인도 태평양에 대한 접근 방식은 미국에 대한 시스템 차원의 견제 논리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미국은 같은 차원에서 대응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 일부 미국 전략가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여러 전선에서 동시에 중국, 러시아와 싸우는 것이 주도적인 전략은 아닐 것이다. 대신, 미국은 중국 러시아 군사 협력 분야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추세를 반전시키지 못하더라도 속도를 낮출 수 있는 인도 태평양의 풍부한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