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문화 및 풍습

신토 축제 수세기 동안 전해 내려온 일본의 전통

폭죽이 겨울밤 하늘을 밝히는 가운데 수십 명의 성인 남녀와 청소년들이 왓쇼이, 왓쇼이(멋지다는 의미)를 외친다. 그런 가운데 등불로 덮인 커다란 수레 여섯 대 중 마지막 수레를 끌어 작은 언덕을 넘고 마을 중심부로 들어가면, 추수 감사제에서 1년에 한 번 두 토속 신이 만나는 자리로 발전한 신토 축제가 절정에 이른다.

10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치치부 밤 축제는 일본의 3대 유명 축제 중 하나로서 높이 7미터, 무게 15톤에 이르는 수레가 동원된다. 북, 호루라기, 활기찬 함성에 맞춰, 머리띠, 검정 레깅스, 일본어가 새겨진 두꺼운 면 재킷으로 이루어진 전통 축제 의상을 입은 주민 수백 명이 수레를 끌고 거리를 이동한다.

신토는 그 역사가 수백 년에 달하는 일본의 토속 종교다. 신토는 숲, 강, 산 같은 자연에 수천 가지의 카미, 즉 정령이 살고 있다고 믿는 애니미즘이다. 사람들은 카미와 조화를 이루고 살아야 하며 정령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조상들도 카미가 되며 산 자들을 도울 수 있다.

치치부 신사의 수석 사제 겸 전 교토 대학교 종교학 교수 소노다 미노루(Sonoda Minoru)는 이틀 간 열리는 신토 축제가 파종 및 수확 시기에 도움을 준 인근 산신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옛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유니세프는 신토 축제를 무형 문화 유산으로 지정했다. 소노다는 이를 두고 “자연의 은혜를 기념하는 시기다”고 말했다.

중세 시기에 신토 축제는 인근 산신과 마을 여신이 매년 만나는 것을 기념하는 축제로 발전했다. 여신은 흰 옷을 입은 남자들이 끄는 화려하게 장식된 상자를 타고 거리를 지나 중앙 공원에 도착한다. 여기서 여신이 기다리는 동안 6대의 수레가 군중을 뚫고 서서히 모이며 수레가 도착할 때마다 폭죽이 터지며 축하의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일본 치치부에서 전통 하피 코트를 입은 참가자들이 치치부 야간 축제에 참가하기 전에 사진을 찍고 있다. AP 통신

매 12월이 되면 약 20만 명이 찾는 이 축제를 방문하는 많은 현대 일본인들은 축제의 기원을 모르거나 이 축제에 종교적인 의미가 없고 자신들은 전통을 유지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그저 신나는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도쿄에서 북서쪽으로 기차로 약 90분 거리에 있는 이 마을을 찾는 것일 뿐이다.

지난 15년간 축제를 찾아온 69세의 은퇴자 야마시타 미쓰오(Yamashita Mitsuo)는 “불꽃 놀이와 음식이 좋다. 그냥 즐기러 오는 것이다. 종교적인 면에 대해서는 잘 생각하지 않는다”며 “일본인들은 그다지 종교적이지 않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곳에서 종교적인 의미를 찾는다”고 말했다.

많은 일본인들은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종교를 섞는다. 새해에 신토 신사를 방문하고, 불교식으로 장례를 치르며, 기독교인은 인구의 1퍼센트에 불과하지만 기독교식으로 결혼식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야마시타는 “일본인이 유연한 건지, 아니면 믿음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시점에서 본 종교

오후에 거리를 거닐며 수레를 끌 때 입을 축제 의상을 찾던 여고생들도 축제에 종교적인 의미가 없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저녁에 두 신이 만난다는 이야기는 믿는다고 신이 나서 말했다. 그러면서도 여고생들은 크리스마스가 되면 트리를 장식하고 선물을 줄 것이라며, 종교를 섞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18세의 니시미야 리오(Nishimiya Rio)는 “괜찮아요! 다 그런 거죠. 대부분의 일본인이 그렇게 해요”라고 말했다.

그의 동갑 친구 시마다 메이리(Shimada Meiri)는 “일본인은 유연해요. 그건 일본인의 장점이죠”라고 말했다.

많은 일본인들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종교에 대한 태도는 모호하다. 많은 일본인들이 자신은 종교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매년 수백만 명이 일본 곳곳에서 신토 신사와 불교 사원을 찾으며 집에 작은 신사를 두고 기도한다.

일본과 일부 아시아 지역의 종교에 대한 관점은 개인의 신념과 믿음을 강조하고 성경이나 코란처럼 신성한 텍스트를 바탕으로 신조를 강조하는 서양이나 이슬람 세계와 다르다.

일본에서 종교는 개인의 믿음이라기보다 문화, 사회, 의식적인 것에 가깝다.

신토는 신성한 텍스트나 명확하게 정의된 신학이 없으며 많은 일본인들은 신토를 한마디로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 소노다 수석 사제는 “신토는 생명의 종교다”라며 “이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서 부모가 자녀에게 전하는 영적인 것이다. 단순히 인간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인간도 동물 그리고 모든 생명체와 연결됐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생물들 때문에 인간이 살아있는 것이라고 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신토는 종교라기보다 세계관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일본 내 신토 신자의 정확한 수는 알 수 없다. 신토를 정확히 정의할 수 없어 집계할 대상을 정의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소노다는 “신토에서는 신자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간 예배도 없고 신토를 전파하기 위한 선교사도 없다.

공존

일본 전역에 8만 여 개의 신토 사원이 있으며 이는 불교 사원 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6세기에 중국에서 유교와 함께 불교가 일본에 소개됐을 때 이들은 평화롭게 공존했다.

이렇게 유구한 공존의 역사가 일본인의 종교에 대한 태도를 뒷받침하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다. 예수회 대학인 도쿄 소피아 대학 종교학 교수 시마조노 스수무(Shimazono Susumu)는 “종교마다 다른 역할이 있다. 그중 신토, 불교, 유교의 3대 종교가 일본 문화를 형성했다”며 “도그마가 있었지만 어떤 종교도 배타성을 강조하지 않았다. 이러한 이념과 철학의 조합은 동아시아의 대표적 특징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평범한 일본인 사이에 신토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유지되거나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일본에서 가장 중요한 사원인 이세신궁의 방문자는 최근 몇 년 간 지속적 성장세를 보이며 2019년 11월 890만 명에 도달했다. 이는 2018년 같은 기간 방문자 780만 명과 2017년 한해 방문자 850만 명보다 높은 수치다.
신토는 천황이 태양의 여신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의 후손이라고 주장하는 일본 황실과도 관련되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신토는 국교로 격상됐으며 일본군은 신으로 여겨지는 천황의 이름으로 전쟁에 임했다. 하지만 세계대전 후 천황은 신성한 지위를 박탈당했으며 미국이 작성한 헌법은 종교의 자유와 정교 분리를 보장하고 있다.

AP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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