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기사

고속 네트워크, 높은 위험

미국이 중국 거대 통신사 화웨이를 벤더로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포럼 스태프

중국 화웨이 테크놀리지스는 세계 최대 통신 장비 판매사이자 세계 2위의 스마트폰 제조사지만 산업 스파이 활동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다.

국가들이 5G 무선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차세대 모바일 기술에 뛰어들고 있지만 화웨이는 현재 오스트레일리아와 미국에서 장비를 공급할 수 없다. 다른 나라들도 긴밀히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을 비롯한 지도자들은 중국 공산당과 긴밀히 관련된 화웨이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마이크 펜스(Mike Pence) 미국 부통령은 모든 동맹에 화웨이를 금지해야 한다며 화웨이가 심각한 안보 위협을 가한다고 경고했다.

2019년 5월 방콕 모바일 엑스포에 화웨이 직원들이 참가하고 있다. 로이터

비즈니스 저널 니케이 아시안 리뷰에 따르면 2019년 2월 연례 뮌헨 안보 회의 연설에서 펜스 부통령은 “중국법에 따라 화웨이는 중국의 거대한 보안 조직에 네트워크나 장비를 접촉하는 모든 데이터에 대한 권한을 제공해야 한다”며”중요 통신 인프라를 보호해야 한다. 미국의 모든 안보 파트너는 통신 기술이나 국가 안보 시스템의 무결성을 저해할수 있는 기업을 경계하고 거부해야한다”고 말했다.

미국 하원정보위원회는 화웨이와 그의 중국 라이벌 기업 ZTE가 2012년이후 제작한 장비부터 미국의 안보 이해를 훼손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게다가 화웨이의 엄청난 규모가 우려를 더하고 있다. 화웨이는 2017년 스웨덴 LM 에릭슨을 제치고 세계 1위의 무선 네트워크 장비 판매업체로 등극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화웨이 스마트폰 브랜드는 2018년 중순 애플을 제치고 삼성 전자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브랜드가 됐다. 화웨이가 구축하려는 5G 프로젝트는 네트워크 범위를 크게 확장하여 자율 주행 자동차, 공장 장비, 인터넷 연결 의료 장치 같은 것을 지원할 것이다.

스파이 활동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화웨이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정치인, 학자, 정보 담당자들은 화웨이와 다른 중국 기업을 중요 정보 시스템 구축에 참여시키기 전에 더 철저한 경계가 필요한 이유를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협력을 강제하는 중국법

뮌헨 연설에서 펜스 부통령은 중국이 발효한 법에 따라 기업들이 정부의 정보 수집 활동을 도와야 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2015년 중국이 제정한 국가보안법 아래 국민과 기업은 “국가 안보를 유지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중국 기업이 정부의 정보 수집 기관을 “지원, 보조, 협력”해야 한다고 명시한 2017년 국가정보법이 어쩌면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법 악용 노출과 인권 보호를 전문으로 하는 워싱턴 DC의 법률 연구소의 분석에서 머레이 스콧 태너(Murray Scot Tanner) 박사는 2017년 국가정보법이 “당시 중국이 보안법을 강화하기 위해 4년 동안 진행한 캠페인 중 가장 심각한 이정표”라고 주장했다. 중국법과 내부 보안 조직에 대한 책을 발표한 태너 박사는 미국 정부 분석가로 활동한 바 있다. 그는 2017년 국가정보법이 보호 조치가 아니라 공격 무기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보법 입안자들이 정보 ‘방어’에서 ‘공격’으로 법적 의무 균형을 옮기려 한다는 점이 특히 우려된다. 즉 중국인과 일부의 경우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국민, 기업 또는 조직에 중국의 정보 수집 활동에 대한 접근, 협력 또는 지원을 제공하도록 강력한 법적 책임을 지운다”고 설명했다.

중국법은 당국이 정보 수집을 방해한 자를 구금하거나 형사 처벌할 수 있게 허용하나 단순히 협조하지 않은 것과 방해를 구분하지 않는다. 오스트레일리아 전략정책연구소의 국제 사이버 정책 전문가 톰 우렌(Tom Uren)은 중국 기업이 정부 수집 활동에 협력할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데일리 메일 오스트레일리아 신문과 인터뷰에서 “첩보나 방해 활동에 화웨이가 사용될 위험이 있다”며”중국 공산당은 기업에 대해 막강한 통제력을 갖고 있다. 그들은 무엇보다 공산당의 안보를 우선시한다”고 말했다.

화웨이 직원이 P30 스마트폰 생산 라인에서 작업 중이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스마트폰 제조사다. 로이터

드러나는 패턴

화웨이는 외국 기업이나 정보에 대해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에 반하는 예는 많다. 일례로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기술 기업 시스코는 2003년 소송에서 화웨이가 소프트웨어 실행에 사용되는 명령어, 즉 소스 코드를 훔쳤다고 고소했다. 결국 양측은 합의로 소송을 마무리했다.

2017년 미국의 한 배심원은 화웨이가 통신 회사 T모바일로부터 지식 재산을 훔친 혐의에 대해 유죄라고 결정했다. 2019년 기소장에서 미국 법무부는 화웨이가 T모바일 로봇의 설계 정보를 훔치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영업 비밀 도용 이외에도 화웨이에는 많은 혐의가 있다. 2019년 1월 미국은 화웨이 설립자 런정페이(Ren Zhengfei)의 딸이자 최고 재무 경영자인 멍완저우(Meng Wanzhou)에 대한 기소장을 공개했다. 기소장에서 미국은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위반하고 미국 은행을 속여 이란과 사업했다고 주장했다. 2018년 캐나다 당국은 멍을 억류했고 미국은 그의 인도를 추진하고 있다. 기소장은 2013년 멍이 이란에 본사를 둔 스카이콤과 화웨이의 관계에 대해 은행에 수차례 거짓말을 했다고 밝혔다.

민간 또는 국가 소유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기타 다른 나라들은 화웨이가 중국 공산당의 통제를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화웨이 경영진은 중국 정부에 정보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화웨이 서유럽 부사장 팀 왓킨스(Tim Watkins)는 B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화웨이는 미국이 기소한 것처럼 정부와 협력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화웨이의 소유권을 연구한 학자들은 이 주장에 의구심을 던진다.

2017년 4월 《화웨이는 누구의 소유인가?》라는 보고서에서 크리스토퍼 볼딩(Christopher Balding)과 데이비드 위버(David Weaver)는 “화웨이는 화웨이가 직원이 소유한 기업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주장은 의심스러우며 웹사이트 상의 기업 구조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베트남 풀브라이트 대학교 경제 부교수 볼딩과 조지 워싱턴 대학교 법학대학원 연구 교수 위버는 지주사가 화웨이의 지분100퍼센트를, 설립자 런이 지주사의 지분1퍼센트를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머지99퍼센트 지분은 지주사의 “노동조합위원회”라는법인이 소유하고 있다.

화웨이 최고 재무 경영자 멍완저우가 발목에 전자 감시 장치를 착용하고 캐나다 밴쿠버의 자택에서 호위를 받으며 나가고 있다. 완저우는 화웨이가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불법적으로 회피했다는 혐의를 받고 미국으로 인도될 상황에 처해있다. AFP/GETTY IMAGES

중국에서 노동조합 회원은 조합이 보유한 자산에 대해 권리가 없다. 볼딩과 위버는 화웨이가 “우리 사주”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상 이익 공유 프로그램의 계약상 이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중국에서 노동조합의 공공 특성을 고려하면 노동조합위원회의 소유권이 진짜고, 노동조합과 위원회가 중국 내 일반적인 노동조합처럼 작동한다면 화웨이는 사실상 국영 기업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렌의 군 경력과 중국 공산당과의 관계도 의심을 일으킨다. 예를 들어 인도는 화웨이를 금지하고 있지 않지만 인도가 영토 분쟁 중인 민감한 국경 지역의 5G 프로젝트에서 화웨이를 배제할 계획을 고려하고 있다. 언론들은 렌과 공산당의 관계가 부분적인 이유라고 보도했다. 더 가디언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남서부 구이저우성에서 가난하게 자란 렌은 충칭건설기술연구소를 졸업한 후 1970년대에 입대했다. 그는 1978년 중국 공산당에입당하고 1982년 제12차 전국인민대회에 초대됐다.

더 큰 위협

화웨이를 5G 네트워크 구축에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은 종종 두 가지 잠재적 위험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다양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와 긴밀한 관계에 있는 회사는 중요 국가 통신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위기나 충돌 시 중요 모바일 네트워크를 차단할 수 있는 “킬 스위치(kill switch)”를 중국에 제공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회사가 기밀 정부 또는 독점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2019년 3월 마이크로소프트는 화웨이가 컴퓨터의 정보에 무단 접근할 수 있는 이른바 백도어를 노트북에 장착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화웨이에 백도어를 발견한 사실을 통보했고 화웨이는 2019년 1월 9일에 패치를 공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엔지니어는 의심 코드를 화웨이의 메이트북에 미리 설치되어 있는 장치 관리 소프트웨어인 PC 관리자에서 찾았다. 원래 이 소프트웨어에는 권한 없는 사용자가 권한을 높일 수 있는 드라이버가 있었다.

영국 서리대학교 컴퓨터 보안 전문가 앨런 우드워드(Alan Woodward) 교수는 BBC 뉴스와 인터뷰에서 노트북의 백도어는 제조 단계에 설치됐지만 아무도 어떻게 설치됐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나 기업에 의해 의도적으로 백도어가 설치됐다는 증거를 전혀 찾을 수 없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공정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가?”라며 “이것은 화웨이 문제를 해결하거나 사람들의 우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중국 광둥성 선전의 화웨이 5G 시험장에서 직원이 셔틀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

하지만 중국에 대한 정보 보안 우려와 관련하여 화웨이는 전체적인 위협의 일부에 불과하다. 백악관 무역 및 제조 정책실은 2018년 6월 《중국의 경제 공세가 미국과 세계의 기술과 지식 재산을 어떻게 위협하고 있나》라는 보고서에서 중국이 미래 경제 성장을 견인할 새로운 첨단 산업을 확보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를 위해 중국 정부가 국가 후원 인터넷 프로토콜 도용, 사이버 스파이 활동, 수출 통제법 회피, 위조, 불법 복제에 참여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사이버 스파이를 가장 일반적으로 이용하지만 때로 첨단 기술을 실제로 훔치기도 한다. 올란도 센티넬 신문은 2016년 9월 미국 연방 판사가 잠수정 부품을 여행 가방에 넣어 운반하고 불법으로 배송하는 등 중국 대학교에 빼돌린 중국 여성에게 약 2년 징역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선고 시 55세였던센트럴 플로리다 대학교 전 직원 아민유(Amin Yu)는 중국 정부를 위해 일한 경력을 알리지 않았고 중국에 보낸 물건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외국대리인으로 등록하지 않고 외국에 상품을 수출하고 국제 자금 세탁을 모의한 혐의로유죄 판결을 받았다. 미국 지방 법원 판사 로이 B 돌턴 주니어(Roy B. Dalton Jr.)는 그에게 징역 21개월을 선고했다.

중국 해커들은 군사 목표도 종종 노린다. 2018년 7월 미국 연방 판사는 중국 사업가 수빈(Su Bin)에게 보잉과 기타 미국 방위 산업체의 네트워크를 해킹하려 모의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내리고 거의 4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그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신원 미상의 두 공범과 함께 데이터를 훔치기 위해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을 최소한 10번 방문했다. 이들 세 명은 C-17 군용 수송기는 물론 F-22 및 F-35 스텔스 전투기의 도면을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중국 광둥성 송산호 제조 센터의 화웨이 5G 시험장에서 엔지니어가 작업하고 있다. 로이터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중에도 화웨이는 사업을 확장하면서 폴란드에서 직원 한 명이 간첩 혐의로 기소되자 또 다른 홍보 싸움을 벌였다.

더 뉴욕 타임스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2019년 1월 폴란드 당국은 화웨이의 중국 직원을 포함한 두 명을 체포하고 중국을 위해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했다. 폴란드 텔레비전은 화웨이 직원이 북경외국어대학에서 폴란드어과를 졸업하고 주 폴란드 그단스크 중국 영사관에서 근무했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는 그를 즉시 해고하여 대응했다.

AP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는 “폴란드법을 위반한 혐의로 체포된 왕웨이징(Wang Weijing)과의 고용 관계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폴란드 당국은 전 중국 외교관 왕과 함께 여러 고위 정부 사이버 보안 업무를 담당했던 폴란드 사이버 보안 전문가를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화웨이는 왕의 행동이 “화웨이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해당 사건으로 화웨이의 평판이 실추됐기 때문에 그를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항변에도 불구하고 화웨이를 국가 안보 위험으로 보는 사람들의 우려는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

2019년 5월 옌스 스톨텐베르그(Jens Stoltenberg)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은 모든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영국 지도자들에게 5G 네트워크 건설에 중국 기업을 사용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하여 북대서양조약기구에게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의 안전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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