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기사

북한에 대한 정확한 이해

인도 태평양 지역에 주어진 또 하나의 장기 과제

전인범 중장(퇴역) /한국 육군

미국과 북한 앞에 길고 험난한 협상 과정이 놓여있다.

그 핵심은 북한이 보유한 불법 핵무기 및 기타 대량 살상 무기 역량 그리고 그 사용 수단이다. 북한과 협력해야하는 나라가 어떤 규모의 과제에 직면할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과 그 군사 역량을 알고 있어야 한다.

2012년 8월 15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북한 건국 지도자 김일성 탄신 100주년 기념식 중 김일성(왼쪽)과 후계자 김정일의 초상화 아래에서 북한군 장교들이 박수치고 있다. AP 통신

북한의 재래식 군은 성능이 제한된 낡은 탱크와 항공기를 운용하고 있으나 북한 인민군은 여전히 여러 측면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첫째, 북한은 요새 같은 국가 체계와 100만 명 이상의 육군을 유지하는 것과 더불어 보다 나은 장비를 갖춘 특수 부대를 보유하고 있다. 북한의 특수 부대는 대부분의 현대식 군대와 비교해 장비와 훈련 면에서는 떨어지나 강한 정신 무장과 체력을 자랑한다. 북한은 또한 주로 헬리콥터 같은 저고도 항공기를 위협하는 유도 무기인 어깨 견착식 휴대용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을 1만 개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다수가 무장 병력 수송차량, 전차, 자주포에 장착되어있다. 이처럼 대규모의 휴대용 대공 시스템과 더불어 북한은 다양한 재래식 대공포를 갖추고 있어 특히 주간에 회전익 항공기의 작전 수행을 더욱 어렵고 위험하게 하고 있다.

둘째, 북한은 GPS 교란 역량과 저렴한 일회용 드론의 사용에 투자하고 있다. GPS 장비는 공중, 해상, 지상 플랫폼에서 발사된 정밀 무기를 교란시킬 수 있으며
정찰 드론은 전파 교란과 생물학적 무기 사용에 동원 가능하다. 이 분야에서 한국은 드론 격추는 물론탐지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는 역량 부족뿐아니라 오해 시 상황 악화 가능성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대응이 힘든 또 하나의 북한 역량이 될 전망이다.

2012년 8월 15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북한 건국 지도자 김일성 탄신 100주년 기념식 중 김일성(왼쪽)과 후계자 김정일의 초상화 아래에서 북한군 장교들이 박수치고 있다. AP 통신

셋째, 북한은 매우 위협적인 사이버 역량을 보유한 해킹 강국이다. 북한의 사이버 역량은 개인적인 고려 없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역량과 재능을 갖춘 인재를 모집해 사이버 전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롯되고 있다. 북한 정부는 도덕이나 법적 장애물 없이 활동하기 때문에 각종 실험과 작전 실행을 통해 사이버 대원들에게 더 많은 경험과 지식을 제공할 수 있다. 북한의 사이버 대원 모집 및 훈련 프로그램은 그 역사가 최소한 20년 이상이다. 안보 분석가들은 북한이 국제 해킹 활동에 연루되어 있으며 사이버 위협, 사보타주, 인프라 직접 공격 능력을 갖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출신 성분에 따른 차별

북한을 이해하는 마지막 요소이자 충격적인 사실은 북한에는 출생 성분에 따라 차별하는 문화가 깊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으로, 이는 단순한 사회 문제 이상이다. 북한 사회는 출신 성분에 따라 국민을 관리하고 있으며 이 같은 억압적인 체제 덕분에 북한 정권은 1990년대 기근도 이겨냈다.

북한 정권은 국민을 출생부터 3대 계층으로 분류하며 현재 이는 45개 하위 계층으로 더욱 세분화되고 있다. 최상위를 차지하는 것은 북한 사회의 “핵심” 계층으로, 여기에는 혁명 전사의 자손, 항일 및 대미 투사 부모의 자녀, 공산당 당원, 군대 고위 간부 등이 포함된다. 핵심 계층은 출생 때 결정되며 노력으로 얻을 수는 없다. 북한 인구의 약 28퍼센트, 즉 600만~700만 명이 핵심 계층이며 이들 중 거의 절반이 수도 평양에서 사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그 다음은 “동요” 계층으로 대부분 상인, 판매원, 중국계 북한인, 재일 북한인, 병역 기피자, 무당 및 그 자손으로 이루어진다. 북한 인구의 약 45퍼센트인 약 1400만~1500만명 정도가 이 계층에 속하며 이들은 핵심 계층의 존재와 활동이 가능하도록 체제를 유지하는 노동자들이다.

세 번째는 “적대” 계층으로 지주, 성직자, 반동분자, 탈북자 가족과 그 자손으로 이루어진다. 북한 인구의 약 27퍼센트인 약 600만 명이 여기 해당되며 이들은 낡은 광산이나 힘들고 위험한 작업 지역에서 강제 노동에 시달리는 버림받은 계층이다. 분석가들은 적대 계층 중 약 15만~20만 명이 강제 수용소에서 생활 중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 정부는 이처럼 모든 국민을 출신 성분에 따라 분류하여 정치적 위험성을 평가한다. 직업, 교육부터 배급 식량에 이르기까지 북한 국민의 삶은 거의 모든 측면이 바로 이 계층에 따라 좌우된다. 예를 들어 북한은1990년대 기근과 만성적인 식량 부족에 대한 조치로 북동부 지역 주민처럼 정치적으로 불량한 계층에 대해 식량 공급을 차단했다. 분석에 따르면 1990년대 최악의 기근 중 함경북도 주민의 30퍼센트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탈북자의 대부분, 즉 약 60퍼센트가 바로
이 지역 출신이다.

이 같은 북한의 사회 체제는 강도 높은 교화를 통해 더욱 강화되고 있다. 북한 어린이는 유치원에 입학하면 단독으로 일본을 무찌르고 한반도 국민들에게 자유를
안긴 “위대한” 지도자 김일성에 대해 가장 먼저 배우게 된다. 또 다른 인기 주제는 모든 문제가 미국과 그 꼭두각시 한국 때문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주체 사상은 김씨 일가의 영도 아래 북한 주민들이 따라야 할 유일한 길이다.

이러한 교화는 감시 체계와 스파이 및 정보원 네트워크가 뒷받침하기 때문에 북한 정치 체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총살, 교수형, 심지어는 화형에 의한 공개 처형도 흔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사회적 취약성

북한은 단단한 호두 같지만 이처럼 견고해 보이는 사회 통제가 사실 가장 약한 고리이자 가장 공격하기 쉬운 약점일 수도 있다. 북한 지도층은 강력한 폭탄이나 핵 공격 위험보다도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진실로 무장한 정보 작전을 더욱 우려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민의 약 절반이 “핵심” 계층인 북한 수도 평양의 모습. AFP/GETTY IMAGES

북한과 협상에 임할 때에는 전통적인 지혜가 유용할 수 있다. 수백 년에 걸친 동북아 전쟁의 역사는 전쟁에는 도덕이나 명예가 없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기만, 거짓말, 속임수, 교란 전술은 그저 다양한 전쟁 수단 중 일부일 뿐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Tokugawa Ieyasu)(1543~1616)가일본 패권을 두고 싸울 당시 일본을 처음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Toyotomi Hideyoshi)의 아들 도요토미 히데요리(Toyotomi Hideyori)는 난공불락의 요새로 여겨지던 오사카성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에야스는 히데요리에게 전령을 보내 평화를 제안했고 전쟁에 지쳤던 히데요리는 제안을 수락하면서 이에야스의 군대가 성 주위의 연못을 메우도록 허락했다. 그러나 이에야스의 군대는 약속과 달리 이들을 공격했고 히데요리와 그의 어머니는 자결로 생을 마감했다.

후에 이에야스는 신의를 저버렸다는 비판에 대해 “적의 말을 믿을 정도로 아둔한 장군이라면 죽어 마땅하다”고 답했다. 일본 최초의 쇼군이었던 이에야스와 그의 가문은 그 후 260년에 걸쳐 나라를 통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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