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기사

부상하는 샤프 파워

중국과 러시아의 독재 정권이 민주주의 국가 내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조작, 괴롭힘을 자행하고 혼란을 야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포럼 스태프

중국과 러시아 정부가 “샤프 파워”의 사용을 늘리면서 새로운 형태의 정보전을 벌이고 있다. 샤프 파워는 2017년 12월 민주주의를 위한 국가기금 보고서에서 크리스토퍼 워커(Christopher Walker)와 제시카 루드위그(Jessica Ludwig)가 처음 사용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한 개념이다.

이들 두 독재 국가는 지난 10년 동안 그 전까지 사용됐던 매력적인 프로젝트나 선전 캠페인 같은 기존 개념을 뛰어넘어 진화된 방법으로 민주주의 국가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워싱턴 소재 재단 겸 싱크 탱크인 민주주의를 위한 국가기금이 발표한 150페이지 보고서 “샤프 파워: 독재 정권의 영향력 강화”에서 저자들은 대부분의 국가들이 자국에 대한 다른 나라의 인식을 단계적으로 형성해 나가려 하는 반면 중국과 러시아의 전술은 강압적이라고 설명했다.

워커와 루드위그는 “우리가 지금까지 독재적 ‘소프트 파워’로 지칭해온 것은 사실 대상 국가의 정치 및 정보 환경을 뚫거나 침투하거나 관통한다는 점에서 ‘샤프 파워’로 분류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독재 정권과 민주주의 국가 사이의 새로운 경쟁 상황에서 독재 국가의 ‘샤프 파워’ 기술은 단검의 끝 혹은 주사기 바늘로 간주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워커는 이 재단의 연구 및 분석 부본부장이며 루드위그는 연구 및 콘퍼런스 책임자다.

2016년 2월 우크라이나 키에프에 위치한네덜란드 대사관 밖에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배너가 걸려 있다. 운동가들은 네달란드 우크라이나-유럽연합 연맹 조약을 앞둔 시점에서 네덜란드 국민들이 러시아의 정치 선전을 무시할 것을 촉구했다. 2017년네덜란드 의회는 조약을 채택했다. 로이터

저자들은 “이러한 독재 국가의 전술은 기본적으로 유인이나 설득이 아니라 교란과 조작에 중심을 두고있다. 국내에서 정치적 다원성과 표현의 자유를 조직적으로 억압하는 이들 독재 정권은 비슷한원칙을 국제적으로 적용하여 국익을 확보하려는야망을 강화하고 있다”고 적었다.

2018년 1월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한 분석 보고서에서 조셉 나이(Joseph Nye)는 “정보를 기만적으로 사용하는 샤프 파워는 일종의 하드 파워”라고 설명했다. 나이는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로서 1990년 책에서 “소프트 파워”라는 용어를 처음 소개한 바 있다. 중국의 경우 지금까지는 많은 나라들처럼 외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문화, 비자, 보조금, 투자라는 수단을 사용해왔으나 갈수록 체제를 전복하고 교란하는 활동을 늘리고 있다.

2017년 더 이코노미스트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뉴질랜드 캔터베리 대학교의 앤마리 브래이디(Anne-Marie Brady)는 중국의 공격적인 허위 정보 캠페인을 “정치적 영향력을 유도, 매수, 강제하기 위한 새로운 글로벌 전투”라고 묘사했다.

워커와 루드위그는 특히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동하는 정보의 규모, 특성, 속도를 고려할 때 민주주의 정부와 사회가 샤프 파워 전술에 대응하는 방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저자들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독재 국가의 영향력에 대한 예방책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원칙을 지키기 위해 더욱 적극적이고 확고한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서 저자들은 남미의 아르헨티나와 페루 그리고 중유럽의 폴란드와 슬로바키아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활동 사례를 분석했다. 저자들은 또한 이들이 정치적 내러티브를 호주, 뉴질랜드, 유럽, 아프리카의 민주주의 각국에 은밀히 주입하고 있다는 증거도 검토했다.

저자들은 “특정 국가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독재 국가의 노력은 개별적으로 봤을 때에는 무해하거나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서로 무관해 보이는 러시아와 중국의 전 세계적 활동을 하나로 묶어서 볼 경우 매우 불편한 그림이 나타난다”고 결론 내렸다.

비대칭성 악용

워커와 루드위그는 중국과 러시아의 접근법이 다르지만 자국의 실제 및 가상 국경을 외부 영향으로부터 차단하는 동시에 민주주의 국가들의 개방성을 악용한다는 점은 공통이라고 설명했다.

저자들은 주로 중국이 샤프 파워를 사용하여 자국 정권 선전에 대한 도전을 억압하면서 메시지와 행동을 효과적으로 조작, 검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자들은 “중국 정부는 종종 자국을 순수한외국으로 또는 민주주의 정치 체제 없이도경제를 발전시킨 성공 사례로 묘사하려 한다”며”더불어 중국은 캠페인을 활용해 일당 체제를 홍보하면서 민주주의가 비효율적이고 혼란스러우며 경제 개발 촉매가 부족한 체제라고 은근히 비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민주주의 사회의 다양한 재래식 수단을 동원하여 샤프 파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신생 민주 국가들을 상대로 일당 체제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고 있다. 중국은 남미와 기타 지역의 신생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자 연구소와 인적 교류를 통한 국가 지원 연구소, 미디어, 언어 교육 프로그램을 동원하여 현지 정치인, 기자, 학자를 끌어들임으로써 정책을 바꾸고 나아가 국민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호주의 경우 중국 단체들이 정당, 개별 후보, 대학에 기부 활동을 벌이고 신문 지면을 구매하여 국가 정책을 홍보하는 동시에 중국인 유학생을 통제하여 호주 캠퍼스 내 논쟁을 억압했다고 다양한 언론이 보도했다.

한국의 롯데 그룹이 한국 남동부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사드)용 부지를 제공하기로 합의한지 며칠 후 베이징 롯데 마트의 진열대에서 상품이 사라졌다. 한편 롯데 면세점은 부지 제공 계약을 체결한지 며칠 후 중국으로부터 사이버 공격을 받아 쇼핑 웹사이트가 6시간 이상 폐쇄됐다고 밝혔다. AP 통신

아이러니하게도 중국과 러시아의 시민 사회에서는 그러한 경로가 막혀 있으나 신생 민주주의 국가 현지에는 이러한 사실이 대부분 알려져 있지 않다. 저자들은 “중국과 러시아의 이러한 노력은 민주주의 체제에 침투하여 협력을 촉진하고 독재 정권에 대한 비판을 무력화하려는 큰 목표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저자들은 중국이 반체제 인사나 비판적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역사적으로 해왔던 것처럼 현지 중국 이민자와 그 지지자들에게 종종 압력을 행사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나이는 “샤프 파워는 정치, 언론, 학계에 침투하고 이들을 무너트려 자국의 긍정적 이미지를 은밀히 홍보하는 동시에 허위 정보와 정보 왜곡으로 불만과 논쟁을 억압한다”며”중국의 샤프 파워는 세 가지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다. 깊숙히 침투하고, 자체 검열을 양산하며, 중국 국익을 위해 작동한다는 증거를 찾기 힘들다는 점이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금 지원 활용

민주주의를 위한 국가기금 보고서의 저자들은 독재 국가가 샤프 파워와 경제적 수단을 결합하여 정치적 의제를 추진한다는 점도 지적하면서 “중국은 특히 이 분야에서 노련하다. 중국 기업의 활동과 그 밖의 영향력 행사 노력을 함께 검토하지 않으면 파악하기 힘든 각종 간접 채널을 통해 다양한 강도로 압박한다”고 분석했다.

남미 개방 및 개발 센터의 연구원이자 보고서에서 남미에 대한 내용을 작성한 후안 카를로스 카르데날(Juan Carlos Cardenal)은 중국이 남미 전역에서 펼치는 샤프 파워에서는 돈이 그 핵심이라고 적었다. 2016년 말 시진핑(Xi Jinping) 중국 주석은 2020년까지 남미 국민 1만 명을 교육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카르데날은 이러한 무료 교육, 교류 프로그램, 중국 유학 장학금 같은 인적 참여 활동이 남미 지역 엘리트의 지지를 얻는 데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산하 아시아 포럼의 선임 펠로우인 에반 파이겐바움(Evan Feigenbaum)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경제적 수단을 동원한다. 중국은 해외 직접 투자를 통해 해당 국가가 중국에 유리한 규칙과 규범을 수립하도록 만들고 있다. 2017년 7월 재단 웹사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파이겐바움은 중국이 사실상 아프리카 국가들로 하여금 대중국 차관을 자본으로 전환하고 중국인 노동자를 채용하며 중국의 기술 및 엔지니어링 표준과 조달 규칙을 채택하도록압박했다고 적었다.

중국은 또한 국내 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경제적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은 껌 제조사 겸 대형 소매업체인 한국의 롯데 그룹이 한국 정부에게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부대용 토지를 제공하자 롯데 그룹의 활동을 차단시켰다. 로이터에 따르면 2017년 2월 토지 계약이 체결된 후 수개월 만에 중국 규제 당국은 소방법 위반을 구실로 중국 내 112개 롯데 마트 매장 대부분을 퇴출시켰다.

중국은 징벌적인 접근법도 동원한다. 파이겐바움은 2017년 11월 몽골이 달라이 라마의 울란바토르 방문을 허가하자 중국이 몽골의 대중국 수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 사실을 지적했다. 몽골의 영자 신문 더 UB 포스트에 따르면 이후 2018년 1월 왕이(Wang Yi)중국 외교부 장관은 몽골이 “교훈을 얻고” 달라이라마를 다시는 초대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전술

한편 러시아의 샤프 파워 전술은 민주주의 국가의 건전성과 신뢰성을 약화시키기 위해 더욱 직접적으로 공략한다.

저자들은 “중국이 공격적인 투자, 선출, 부정직한 영업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국력을 확대하려 하는 반면 러시아는 주로 민주주의 국가를 외양으로나 실질적으로 끌어내려 동등한 경쟁 무대를 구축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폴란드의 싱크 탱크인 사회 문제 연구소의 야체크 쿠하르치크(Jacek Kucharczyk) 소장에 따르면 러시아는 현지 사회가 안고 있는 실망감과 냉소주의를 활용하여 불안을 야기하고 공공 정책을 훼손한다. 쿠하르치크 소장은 민주주의를 위한 국가기금 보고서에서 폴란드의 정치 양극화에 대한 장을 저술했다.

러시아 언론이 정치적 불안을 조장하기 위해 무슬림 청년 세 명이 베를린에서 러시아계 독일인 여성을 강간했다는 가짜 뉴스를 퍼트리자 2016년 1월 독일 시위대들이 수상관저 밖에서 “오늘은 내 아이지만 내일은 당신의 아이 차례”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독일 경찰은 신속히 해당 뉴스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미국과 프랑스의 정치 및 선거에도 개입했다. AFP/GETTY IMAGES

러시아는 중국과 비슷한 전술을 사용하여 국제 사회에서 적을 약화시킨다. 쿠하르치크 소장은 러시아가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역사적 갈등을 지속적으로 상기시킴으로써 우크라이나의 신생 민주주의 정부에 대한 폴란드의 지지를 약화시켰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또한 폴란드와 슬로바키아의 유럽 및 대서양 연안에 대한 소속감 그리고 두 나라의 민주주의 통치를 파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쿠하르치크 소장은 “자생적인 포퓰리스트가 사용하는 구체적인 정치 내러티브, 러시아의 정치 선동, 그리고 중국이 자유 민주주의보다 나은 경제 성장 기반을 제공하는 초현대적이고 호의적인 독재 정권 강대국으로 보이기 위해 펼치는 계산된 노력, 이들 사이에는 수많은 위험한 연관성이 있다”고 적었다.

러시아는 국영 언론을 국제적으로 확대하고 외국 선거 개입을 비롯하여 다른 나라에 허위 정보를 확산시키기 위해 중국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쿠하르치크 소장은 그 예로, 폴란드의 경우 제3자 웹사이트들이 러시아 언론의 기사를 그대로 가져와 보도함으로써 러시아 언론을 신뢰할 가능성이 낮은 폴란드 국민들이 해당 기사를 받아들이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중국을 비롯한 독재 정권들은 자국 국민의 인터넷 접속과 소셜 미디어 사용을 제한하고 뉴스와 온라인 콘텐츠를 검열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독재 정권은 세계화의 장점을 악용하는 동시에 자국 내에서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교류나 투명성을 거부하는 것이다.

나아가 워커와 루드위그는 신생 민주주의 국가가 기존 민주 국가들에 대해 갖는 전략적 가치를 고려할 때 중국과 러시아가 취약한 이들 나라를 노리는 현상은 특히 우려스럽다고 결론 내렸다.

미국과 동맹국 및 파트너국들은 민주주의 가치에 바탕을 둔 새로운 조치와 도구를 채택함으로써 중국과 러시아가 정보 및 아이디어 장악을 위해 국제적으로 벌이는 캠페인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저자들은”민주주의 강대국들이 이러한 도전을 물리치지 않는다면 이는 리더십 역할을 회피하고 동맹국을 버리고 오랫동안 유지해온 자국 안보까지 도외시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저자들은 “중국 및 러시아와 자원이 풍부한 다른 독재 정권이 예측할 수 있는 미래에 현재의 추진력을 계속 유지한다면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는 그동안 세계 안보와 번영의 바탕이 된 규칙 기반 국제 질서에 막대한 타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핵심 메시징 5단계 중국과 러시아가 민주주의 국가를 상대로 펼치는 강압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정보 부족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 조사 대상 민주주의 국가 네 곳의 경우 중국의 정치 체계와 외교 정책 전략에 대한 정보가 매우 제한된 상태로,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고 국민에게 알릴 수 있는 언론인, 편집자, 정책 전문가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남미의 러시아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이며, 단 중유럽은 현재 러시아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재 정권의 영향과 실상을 밝혀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샤프 파워 전술은 주로 위장술에 의존하고 있다. 즉 국가 주도 프로젝트를 상업 미디어 혹은 풀뿌리 조직의 활동인 것처럼 속이거나 현지 단체를 해외 조작용 선전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부당한 속임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 국가의 감시자들이 그 실상을 집중적으로 드러내고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악의적인 독재 정권의 영향으로부터 민주주의 사회를 방어해야 한다. 일단 독재 정권의 영향력 확장 기법과 특성이 노출되면 민주주의 국가는 자체적인 내부 방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독재 정권의 전술은 민주주의 사회의 정치 지도자, 사상가, 기타 정보 게이트키퍼와의 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으로, 러시아와 중국도 민주주의 체제 내부에 침투하여 지지자를 확보하고 독재 정권에 대한 비판을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

민주주의 가치와 이상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해야 한다.

독재 정권의 샤프 파워 추진 목표 중 하나가 반자유적인 정부를 합법화하는 것이라면, 이는 민주주의 정부와 그 국민들이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 한도에서만 가능하다. 민주주의 국가의 최고 지도자들은 민주주의 이상을 분명하고 일관되게 지지하면서 민주주의 행동 기준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소프트 파워의 개념을 재규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언론인, 싱크 탱크 분석가, 기타 정책 전문가들은 독재 정권이 추구하는 목표가 파괴적이고 체제 전복적인 “샤프 파워”를 사용하여 민주주의 국가에 실질적인 피해를 입히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냉전 종료 후 사용돼온 개념적 용어인 소프트 파워는 현 상황을
설명하는 데 더 이상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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