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기사

컴퓨터 화면에서 전장까지

테러리스트들이 청소년 모집을 위해 디지털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분석한다

토마스 코루스 사무엘(Thomas Koruth Samuel) | 사진: 로이터

테러리즘과 테러리스트의 정의에 대해서는 많은 논쟁이 있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여기서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을 모집하고급진화시켜 테러에 투입하기 위해 테러리스트들이 조직적이고 치밀한 전략을 개발해 왔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테러리스트들이 청소년을 테러 단체에 가입시킴으로써 얻는 이익은 많다. 이슬람 국가와같은 테러 조직들은 청소년 모집 능력과 역량을 늘려 왔으며 여기에 인터넷 등 각종 기술이 결합되면서 이들이 청소년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위는 더욱 확대됐다.

독학으로 저명한 작가 겸 강연자의 위치에 올랐던 에릭 호퍼(Eric Hoffer)는 파시즘, 나치즘, 공산주의의 부상과 대공황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바탕으로 1951년  《맹신자들》을 발표했다. 그는 “맹신자”란 삶에 좌절을 느낀 나머지 자신의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는 믿음이나 명분에 심취하게 되고 이를 위해서는 기꺼이 목숨을 버릴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당연히, 좌절감이 크면 클수록 더욱 극단적이고 혁명적인 해결책에 이끌리게 된다. 50년이 넘은 이 같은 분석은, 안타깝게도 오늘날 청소년과 테러리즘 간의 역학 관계를 정확히 설명하고 있다.

“청소년”의 정의는 국가마다 다르며 국제연합(유엔)은 통계 목적상 청소년을 15~24세 사이로 규정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테러리스트 조직들이 신의 이름과 뒤틀린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비열한 행동을실행하는 수단으로 청소년을 모집해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안타깝게도 인종, 종교, 교육, 경제적 지위와 관계없이 수많은 젊은이들이 테러 조직의 언변에 이끌려 희생되고 있다.

통계 수치는 암울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피터싱어(Peter Singer)의 저서 《전쟁의 아이들》에 따르면남녀 통틀어 무려 30만 명에 달하는 18세 미만 청소년들이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전쟁 가운데 75퍼센트에 참여해 싸우고 있다. 이처럼 청소년이 참전하는 전쟁 중 80퍼센트는15세 미만의 어린이도 포함하고 있으며, 전 세계 무장 단체 366개 중 약 42퍼센트에 달하는 157개가 소년병을 동원하고 있다.

전투 이외의 기술도 없고 사회에 거의 통합되지도 못한채 격동기를 거치며 수많은 심리적, 정서적 문제를 안고 있는이 아이들이 청소년이 될 때까지 살아남는다면 그들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민간인과 군경 인력 165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8년인도 뭄바이 공격은 10명이 모의하여 10차례에 걸쳐 저지른 테러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놀랍게도, 이들 모두 젊었다는 사실이다. 가장 나이가 많았던 28세의 나지르/아부 우메르(Nazir/Abu Umer)를제외하면 나머지 9명 테러리스트들의 평균 연령은23세였고 리더였던 이스마일 칸(Ismail Khan)도 25세에불과했다.

2017년 12월 부탄의 수도 팀푸의 한 인터넷 게임 센터에 소년들이 모여 있다.

청소년의 테러 참여를 분명히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는 필리핀의 아부 사야프 그룹으로, 미국이 외국 테러리스트 조직으로 지정한 이들은 필리핀 내 무슬림을 위한 독립 이슬람 국가의 수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창설자 아브두라자크 잔잘라니(Abdurajak Janjalani)는20대에 극단주의자들에게 포섭된 뒤 26세에 아부 사야프를 세웠으며, 그가 1998년 경찰에 의해 사살되자 동생인 카다피 잔잘라니(Khadaffy Janjalani)가 형의 뒤를 이어 수장 자리에 올랐다. 2009년에는 21세부터 활동했던 야세르 이가산(Yasser Igasan)이 조직을 이끌었다. 필리핀의또 다른 테러 단체 라자 술라이만 운동은 루손에 있는 한 종교학교의 학생과 교사들로 구성된 셀조직을 바탕으로 탄생했으며 21세에 급진화된 아흐마드 산토스(Ahmad Santos)가 설립했다. 라자 술라이만 운동은 2004년 2월슈퍼페리 14호의 해상 테러 공격을 자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테러범으로 추정되는 레덴토 케인 델로사(Redento Cain Dellosa)는 당시 20대 중반에 불과했다.

이라크에서는 연합군을 상대로 사제 폭발물을 설치하고 박격포나 기관총을 발사하는 대가로 반군 단체들이 10대들에게 미화 50~100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리지만 위협적인 이들은 연합군 측에는 안보 딜레마였다.

테러리스트 조직들은 가공할 위력의 하드 파워, 즉 물리적 화력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상당한 수준의 소프트 파워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하는 능력 또한 뛰어남을 입증하고 있다. 이들은 격동기를 거치는 청소년들의 취약성을 이용해 모집 활동을 벌이고 일종의 정체성, 소속감, 결속력을 부여하고 있으며 이 같은 환경에서 청소년들은 점차 자신이 소속된 집단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하게 된다.

테러리즘을 선택하는 이유

실제로든 인식의 차원이든 빈곤, 불의, 절망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기회가 거의 없을 경우 폭력에 대한 관용은 커지게 된다. 테러 단체들은 청소년들이 처한 이러한 상황을 파악하고 그들에게 부족한 것을 제공하거나 심지어는 순교를 통해 암담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유혹하고 있다. 18~25세 사이의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 약 600명을상대로 실시된 연구에서는 이들 중 상당수, 특히 숙련직 및 반숙련직 노동자들에게 있어 실업 상태가 강한 동기를 부여했으며 이들은 테러리즘을 현실적인 “대안적 취업 기회”로 본 것으로 나타났다.

테러리스트들이 이 같은 상황을 활용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을 집중 공략하면서, 실제로든 인식의 차원이든 불의가 존재하는 지역 사회에서는 엄청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경우 이들 집단은 폭력을 일삼는 가해자가 아닌, 압제에 맞서 투쟁하는 전사로 인식되는 것이다. 이런 배경을 감안할 때 그러한 집단에 가입하는 청소년들 역시 용감한 영웅으로 인식되는 현상은 어느 정도 이해 가능하다. 물론 테러리스트 단체들은 이 같은 영웅 만들기를 적극적으로 추진, 홍보, 전파하고 있다. 한편 빈곤과 절망이 청소년들을 극단주의 단체로끌어들이는 유일한 요소는 아니라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

테러 집단의 일원이 되면 경제적 또는 사회적 위치와 관계없이 누구나 정체성, 명예, 자부심, 인정, 책임감을 부여받고 좌절감과 흥분의 분출구를얻게 되며 이는 청소년들에게 있어 매우 매력적인 요소다.

왜 청소년을 모집하는가
일반적으로 청소년들은 전과가 없어 이들을 활동에 투입하면 고위 테러리스트 지도자들의 체포 위험을 줄일 수 있고 조직 차원에서 운영의 폭이 넓어진다. 또한 청소년은 군경 인력 및 사법 당국의 의심을 완화시키는 이점도 있다. 전 CIA 국장 마이클 해이든(Michael Hayden)은 알카에다가 서구에서 활동할 대원으로 서구 청소년들을 적극 모집했는데 이는
해당 지역의 언어, 문화, 외모에 융화되어 있어 “공항
대기줄에서 바로 옆에 서 있어도 전혀 눈길을 끌지 않는 장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린이들을 “신세대
무자헤딘”(게릴라 전투원)으로 부르기도 했던 알카에다는
청소년의 경우 곧바로 자살 폭탄 용의선상에 오르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에서
벌인 자살 테러 공격에 청소년을 적극 동원했다.
청소년은 체포되더라도 나이 때문에 처벌이 약할 것으로 가정하여 청소년에게 더 위험한 일을 맡기기도 했다. 또한 제마 이슬라미야가 대학생들을 모집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테러 공격을 수행할 지도자를 확보하기 위해 교육 및 기술 수준이 높은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
청소년들은 연속성을 보장하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바스크 분리주의 단체인 유스카디 타 아스카타수나는 보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조직원을 모집하고 있는데 이 단체가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계속 재활성화할 수 있었던 것은 자체 청소년 집단인 자라이 하이카 세기 덕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모집은 어디에서 이루어지는가
테러리스트 모집에 도움이 되는 환경 중 하나는 역설적이게도 바로 교도소다. 교도소는 급진화의 터전으로 알려져 있다. 정체성이나 소속감을 찾기 원하는 사람, 반항적인 사람들이 다른 어떤 곳보다도 많아 유혹에 쉽게 이끌리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미국 범죄학자 하비 커쉬너(Harvey Kushner)는 서구 교도소가 알카에다의 주요 모집 장소 중 하나라고 강조했으며 다른 전문가들도 서구 교도소의 규율이 상대적으로 느슨해 알카에다가 이 점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도소 내에서 테러리스트와 청소년을 분리하지 않을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다른 수감자나 젊은이들과 분리되지 않은 테러범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물리적, 이념적 공간을 활용하여 청소년들에게 극단주의 사상을 주입하고 조직원으로 포섭하고 있다. 쉽게 영향 받는 이러한 젊은이들은 가족이나 친구 대신 테러 단체의 지원과 도움을 받게 된다.

종교 단체는 교리를 왜곡되고 그릇되게 해석 및 설교함으로써 젊은이들의 마음과 생각과 상상력을 사로잡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모집 책임자는 자신들의 기준에서 전도유망한 청소년을 발견하면 나머지 온건한 신도들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해당 청소년을 소그룹으로 끌어들여 교화 작업을 진행하곤 한다. “신의 남자”를 자처하는 이들 모집책은 세계 곳곳에 실제로 존재하는 불의를 강조하며 청소년 후보자의 생각과 마음을 철저하게 파고든다.

“신”이 자신의 편에 있다고 믿는 청소년들은 불의의 세상에 맞서는 유일한 대안은 폭력뿐이고 자신이 고귀하고 옳은 대의를 위해 투쟁하고 있으며 반드시 승리를 거둔다고 믿도록 세뇌당한다.

테러리스트들은 대학과 고등 교육 기관까지도 모집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분쟁 지역 출신 유학생과 강사들은강의 시간을 통해 고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혹함과 불합리함을 생생하게 묘사하면서, 다른 학생들로 하여금 “행동을 통한 선전”만이 유일한 수단이라고 믿도록 서서히 설득한다. 이 문제는 해외로 유학을 떠난 현지 학생들이 교화되고 급진화되면서 더욱 복잡해진다. 이들은 본인 자신이 그릇된 아이디어에 감염되었을 뿐만 아니라 출신 국가나 지역으로 돌아가 이를 전파시키기 때문이다.

후보자 모색에 인터넷을 이용하는 이유

인터넷은 젊은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유용한 도구로, 테러리스트들은 청소년의 관심을 끌거나 이들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인터넷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테러리즘 전문가 브루스 호프만(Bruce Hoffman)은 “오늘날 세계의 모든 테러리스트 단체는 자체 웹사이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상이 누구인지에 따라 각각 다른 언어와 메시지로 준비된 여러 사이트를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테러리스트들이 새로운 조직원을 교화, 모집, 훈련하기 위해 직접 만나야 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일정 조정과 이동이 요구되었으나, 이제 인터넷을 이용함으로써 이 모든 과정을 생략하고 보다 쉽고 빠르게, 원격으로 그리고 익명으로 서로 연결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은 보다 가속화된 급진화 도구로서 테러리스트들이 작업 수행 방식을 개발하고 강화하도록 전례 없는 범위와 기회를 제공했고 이를 통해 테러 조직들의 운영 방식도 크게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바로 청소년과 인터넷이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통계적으로 볼 때 젊은 층의 인터넷 사용은 급격히 증가해 왔으며, 인터넷을 이용하는 방식도 수동적이고 개별적인 정보 검색 절차(이른바 웹 1.0)에서 능동적이고 사회적으로 연결된 사용자 참여 환경(이른바 웹 2.0)으로 진화하면서, 청소년들이 콘텐츠와 상호 작용하고 서로 토론하며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 전파시키는 환경으로 변모했다. 웹사이트, 이메일,채팅방, 전자 그룹, 포럼, 가상 게시판, 그 밖에 청소년들이자주 방문하고 이용하는 인터넷상의 모든 기능은 테러리스트들이 교리, 매뉴얼, 지침, 데이터를 배포하는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가상 훈련 캠프로 그 용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마라위에서 이슬람 국가 연계 무장 세력을 위해 싸우다 도주한 한 10대가 2017년 7월 필리핀 남부의 한 지역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또한 우려되는 점은 테러 조직들이 오늘날 젊은 세대가 인터넷에 자연스럽게 쏠리는 경향을 미리 정확하게 간파하고 악용해 왔다는 사실이다. 한때는 텔레비전을 소유했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처벌했던 탈레반이 지금은 하루에도 몇 번씩 자체 웹사이트를 업데이트하고 있다는 사실을 과연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 극적인 변화는 테러리스트들이 인터넷의 힘과 잠재력을 이해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테러리스트들은 인터넷을창의적으로 활용함으로써 활동범위를 기하급수적으로 확대하고물리적 공간에서 사이버 공간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되었다. 아울러 인터넷은 전 세계 테러리스트들의 중요한 회의장으로 기능할 수 있는 큰 잠재력을 입증했다. 테러리스트들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서로 소통하고 함께 싸울 수 있는 공간은 기존의 전장에서 이제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로 이동했다.

이러한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분석가들은 젊은이들이 어떻게 다른 테러리스트를 직접 만나보지 않고서도 인터넷만으로 급진적으로 교화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테러리스트들에게 있어 인터넷은 과거에는 단순히 증오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수단에 그쳤으나 이제는 후보자를 선발, 훈련시켜 본격적 테러리스트로까지 양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게 되었다. 즉, 인터넷 급진화는 일종의 셀프 급진화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컴퓨터 화면에서 전장까지” 연결되는 과정은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으며 우리의 대테러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차세대 전장

이상에서 볼 수 있듯이 테러리스트들이 정치적 폭력을 목적으로 청소년을 선별, 교화, 모집, 활용하는 능력은 극적으로 발전했다. 테러리스트들은 청소년의 감수성을 자극하고 기술 매체를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을 입증했다.

이처럼 테러리스트들이 젊은이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사로잡고 있는 반면 관련 당국은 이러한 추이를 꺾는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테러리스트들이 청소년 대상의 새로운 모집 전략을 계속 개발하는 사이 대테러 전략은 여전히 하드웨어 측면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련 당국은 청소년과 테러 간의 역학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수다. 구체적으로는 테러 단체에 합류한 청소년들의 신상, 배경 및 가입 이유, 테러리스트들이 청소년 모집 과정에서 구사하는 급진화 및 교화 수단,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에 노출된 청소년을 위해 그동안 실행돼 온 기존 프로그램 등에서 본격적인 연구와 관심이 필요하다. 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한 후 능동적이고 사전 예방적 조치를 취하는 것만이 국가와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다.

테러와의 전쟁이 펼쳐질 다음 전장은 물리적인 장소가 아니라 청소년의 정신적, 정서적 영역이 될 것이다. 각국 정부가 젊은이들의 생각과 마음을 움직이지못한다면 이들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할 뿐만 아니라 향후 서로 적으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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