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기사

전략적 포지셔닝

시대의 흐름이 교차하는 인도 태평양에서 인도의 역할

사로시 바나(Sarosh Bana)

미국 정부가 급변하는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인도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유지뿐 아니라 인도의 지위를 격상시키는 데에도 관심을 보이면서 인도가 이를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인도계미국인들과 함께 오일 램프를 점화하고 자신이 처음으로 맞는 디왈리 등불 축제를 기념하면서, 인도계 미국인 사회를 높이 평가하고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와의 돈독한 관계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디왈리를 축하하는 이 자리에서, 힌두교를 탄생시키고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를 수립한 인도 국민들을 특별히 기억해야 한다”며 “인도계 및 힌두계 미국인은 진정으로 소중하고 사랑받는, 위대한 미국 가족의 일원”이라고 말했다.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지 닷새 만에 처음 전화 통화한 세계 정상 중에 모디 총리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인도계 지지자와 기부자들에게 “인도를 대단히, 무척 사랑한다”면서 “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인도계와 힌두계 미국인 사회는 백악관에 진정한 친구를 갖게 될 것이다. 내가 보장한다”고 말했었다.

파트너십 강화

디왈리 축제를 기념한지 얼마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은 렉스 틸러슨(Rex Tillerson) 당시 국무장관을 인도로 보냈다. 한 달 뒤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딸이자자문인 이방카 트럼프(Ivanka Trump)도 인도를 찾았다.

이들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인도 지도자들에게 전했다. 이방카 트럼프는 인도 남부 하이데라바드에서 열린 제8차 연례 글로벌 기업가정신 정상회의에 미국 대표단 350명을 이끌고 참석했으며 이 행사에서는 모디 총리가 개회 연설을 했다. 미국 국무부가 공동 개최한 이 정상회의에서 이방카 트럼프는 150개국의 비즈니스 리더 1500명을 상대로 연설하면서 비록 인력 이동, 무역 불균형, 비자 같은 문제에서 의견 차이는 있지만 이 회의는 인도와 미국 사이의 강력한 파트너십과 경제 및 안보 관계를 증명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도 아시아 순방 중 인도 뉴델리를 방문하여 “트럼프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위대한 두 민주주의 국가뿐 아니라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하는 다른 주권 국가들에게 혜택을 주는 야심찬 파트너십을 유지하기 위해 역대 어느 정상들보다도 헌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태평양과 인도양은 수세기 동안 양국을 연결해왔다. 앞으로 100년을 내다보는 현 시점에서, 양국이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인도 태평양 지역은 앞으로도 자유롭고 개방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인도가 전략적 연대를 늘려가는 글로벌 파트너라는 점을 언급하며 이것이 앞으로 100년 동안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틸러슨 장관은 모디 총리가 2016년 6월 미국 의회에서 행한 연설 내용을 인용했는데, 모디 총리는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인도 태평양에서 중국의부상을 막기 위해 인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점에 화답하며 두 민주주의 국가의 강력한 관계가 “아시아에서 아프리카까지 그리고 인도양에서 태평양까지” 평화, 번영, 안정을 구축할 수 있다고 연설했었다. 모디 총리는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인도의 의지를 다시금 언급함으로써, 나날이 불안정해지는 이 지역에서 인도가 미국과 같은 생각을 가진 파트너라는 점을 확인하는 동시에 미국의 가치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개발 및 발전하는 모델을 아시아 각국에 제시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양국 상호 관계를 “앞으로 1세기를 정의하는 파트너십”이라고 선언하며 인도를”21세기 영향력의 중심”이라고 말했다.

아세안 정상회의

2017년 11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31차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모디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로 만난 자리에서 인도 태평양이 자유롭고 개방적인 지역이어야 한다는 공통 신념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양국 정상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두 민주주의 국가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보유해야 한다고 결의하며 주요 국방 파트너로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세계 최대 무기 구매국인 인도는 미국 군사 장비의 주요 수입국이며 미국과의 합동 군사 훈련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이 진행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미국, 인도, 호주, 인도 관계자들이 인도 태평양을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포용적인 지역”으로 유지하기 위한 4대국 동맹을 공식화하는 논의를 마친 다음 날 만났다. 4대국 동맹은 연안에서 중국과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여겨지며 이에 대해 겅솽(Geng Shuang)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대국동맹 제안이 “관련 당사국을 정치화하거나 배제해서는안 되며 제3자를 목표로 해서도 안 된다”고 대응했다.

모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기에 앞서 “인도에 대한 세계와 미국의 기대가 무엇이든 인도는 이를 충족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틸러슨 장관은 중국이인도와 같이 부상하고는 있지만 책임 의식이 떨어지며인도 같은 나라들이 다른 나라의 주권을 보호하는 틀 안에서 활동하는 반면 중국은 때로 규칙 기반 국제 질서를 훼손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벌이는 도발적인 행위가 국제법을 정면으로
위반한다고 덧붙였다.

아세안과 25년에 걸친 대화 파트너십, 15년간의 정상급 소통, 5년간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전시켜 온인도는 현 지정학적 상황에서 동남아시아 우선 외교정책을 펼치고 있다. 인도는 매년 1월 공화국 창건일에해외 정부의 수장 한 명을 초대하는 전통을 유지해 왔는데 최근 창건일에는 유례 없이 아세안 10개국 정상을 모두 초대했다.

인도와 아세안은 1360킬로미터에 이르는 인도, 버마, 태국 고속도로를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까지확장하는 공사 계획을 협상 중이다. 인도 도로 교통 및 고속도로부의 다크시타 다스(Dakshita Das) 공동 장관은 “고속도로가 연결되면 국내총생산의 성장 잠재력이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라며 “고속도로 연결을 통해 국내총생산이 매년 미화 700억 달러씩 증가하고 2025년까지는 미화 2000만 달러 규모의 종합 고용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총생산 합계 미화 2조 5600만 달러, 총 인구 6억 3900만 명을 보유한 아세안은 전부 인도 주변에 위치하고 있으며 일부 회원국은 인도와 해상 국경을, 버마는 육상 국경을 접하고 있다.

1967년 8월 8일 방콕에서 아세안 선언(방콕 선언)으로 창설된 아세안은 브루나이, 버마,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세안은 최근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는 물론 세계 다른 지역까지 장악하려는 야심찬 중국 그리고 핵 및 재래식 무기를 과시하는 비타협적인 북한과 연안을 접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은 파라셀 제도와스프래틀리 제도에서는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와, 스카버러 암초에서는 필리핀과 분쟁을 겪고 있다.

경제 협력

인도는 또한 아세안에게 미화 10억 달러 규모의 차관을 제안하여 아세안 연결성 2025 마스터 플랜의 해상, 공중, 도로, 디지털 연결 프로젝트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 마스터 플랜은 지속 가능한 인프라, 디지털 혁신, 완벽한 물류, 탁월한 규제, 인력 이동성을 추구하는 계획이다. 더불어 인도는 버마,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에 제조 허브를 건설하기 위해 미화 7700만 달러 프로젝트 개발 기금도 마련했다. 인도는 이미 국경 안보, 인프라 및 제도 개발, 역량 구축, 연결 프로젝트 분야에서 버마와 협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 경제 협력 포럼을 통해 미국, 인도, 일본, 호주 사이의 협력 확장을 중심으로 하는 초기 아시아 전략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표단에게 “인도 태평양이 자유롭고 열린 공간이어야 한다는 비전을 공유하게 되어 영광”이라며 “인도 태평양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우방, 파트너, 동맹이었으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렇게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지역에 대한 정책의 기본 틀이나 미국의향후 실행 계획은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정부는 나날이 공세를 강화하는 중국의 부상을인도 태평양 내의 새로운 위협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더 큰 맥락에서 이 지역의 패권 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인도 역시 중국의 야망은 물론 지리전략적 중요성이 큰 이 지역의 이해 상충을 신중히 고려하며 정책 방향을결정하고 있다.

한편 일본의 경우 신조 아베(Shinzo Abe) 총리가 중국의 공세를 공개적으로 비난해 왔고 일본의 평화헌법을 개정하여 지역 내 긴급 상황 시 군사 대응 강화를추진하고 있는 만큼, 2017년 10월 그의 재선은 향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와 거의 동시에 중국은 공산당 대회를 개최하여 시진핑(Xi Jinping) 주석의 영구 집권을 공식화했을 뿐 아니라 중국 권력의 “새로운 시대”를 암시하고 2050년까지 글로벌 슈퍼 파워로 성장하겠다는 야심을드러냈다.

인도는 이미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21세기 대규모 패권 전환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인도는 앞으로 다양한 국가 및 조직과 협력하여 지역 내 영향력을 확대함으로써 중국과 균형을 맞추는데 핵심적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기사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Back to top bu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