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중국 관계

베트남-중국 관계

베트남은 중국을 상대할 모범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가?

흐엉 르 투/사진 제공: AP 통신

중국-베트남 관계는 여러 차례 경색과 정상화를 반복했다. 중국과 베트남의 지리적 근접성, 중국에 의한 침략과 점령의 오랜 역사는 물론 현재 양국의 정치-이념적 친밀감, 유사한 발전 과정, 경제적 의존성, 현재 진행 중인 해양 분쟁 등, 이 모든 것이 본질적으로 비대칭적인 양국의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국가 중 중국의 공세에 가장 전략적으로 대응 중인 나라는 아마도 싱가포르 다음으로 베트남일 것이다. 베트남에게는 중국의 공세에 대응한 경험, 중국의 남쪽 국경과 접하고 있는 전략적 위치, 중국의 확장을 정치적 그리고 전략적으로 힘들게 만들 수 있는 외교적 영향력이라는 세 가지 핵심 자산을 갖고 있다.

첫째, 중국의 공세에 대응했던 베트남의 경험은 유익한 교훈을 남겼다. 역사적으로 베트남은 제국 시대 중국이 남방으로 확장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었다. 중국은 기원전 938년까지 1000년 동안 베트남을 압도했으나 이후 1000년동안은 베트남을 영토에 편입시키지 못했다. 베트남은 수 세기에 걸친 전쟁을 통해 국가 정체성을 지키고 중국에 대한 강력한 저항 의식을 키웠다. 중국은 자신보다 훨씬 작은 베트남에게 수 차례 패하면서 베트남을 “영토의 남방 한계”로 인식하게 됐다. 그러나 베트남의 정치가 중국의 노선을 따르지 않을 경우 베트남도 안보와 경제 면에서 호된 대가를 치렀다. 가령 최근 역사에서, 베트남은 미국과 오랫동안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중국이 후원하는 캄보디아의 크메르루주와 분쟁을 겪은 후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이후 미국과도 관계를 회복한 후에야 베트남은 외교적 고립과 가난에서 벗어났다.

양국 관계는 1979년 짧지만 치열했던국경 전쟁으로 손상됐으나 1991년 이루어진 외교 정상화를 기반으로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관계 개선을 위해 베트남이 타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후 베트남은 군사 동맹을맺지 않고 베트남에 외국 군사 기지를 허용하지 않으며 다른 나라와 싸우기 위해 제3국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3불” 국방 정책을 채택하여, 베트남이 중국에 대항하는 동맹을 맺지 않을 것이라고 중국을 확신시켰다.

2017년 5월 베이징 인민 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쩐 다이 꽝 베트남 주석이 중국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이 원칙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베트남은 중국이 좋은 이웃이자 우방이 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를 바랄 수밖에 없게 됐다. “투쟁하며 협력한다”라는 슬로건 아래 베트남은 주권을 지키면서 이웃 강대국 중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힘겨운 과제를 수행해왔다. 양국 정부는 정당간 회담, 정기 국방 회의, 양국 정상을 바로 연결하는 남중국해 핫라인 개설까지 다양한 양자간 통신 채널 기반을 마련해왔다.

둘째, 베트남은 중국의 남쪽 국경에 위치하고 있는 만큼 특히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하여 강력한 전략적 입지를 갖고 있다. 거대한 중국과 맞닿아 있어 중국의 공세에 취약할 수 있는 반면 장점도 있다. 베트남은 중요 수로인 남중국해에 3260킬로미터의 해안선을 갖고 있다. 2012년 후진타오 전 중국 공산당 서기가 바다를 장악하겠다고 천명한 이후 중국은 남중국해를 차지하려는 야심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베트남의 지리적 위치는 야심을 달성하려는 중국은 물론 이를 차단하려는 많은 강대국과 미들파워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베트남과 중국의 해양 분쟁에 특히 더 많은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4년 5월 중국 국립 연안 석유 공사가 하이양 시유 981 석유 시추선을 베트남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배치한조치는 양국간의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중국의 전략적 야심은 도전을 받았지만 동시에 남중국해 내 외부 세력이 커지면서 더욱 강화됐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후 필리핀의 급격한 노선 변화가 예상되면서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베트남의 태도는 지역 분쟁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됐다.

이 상황은 세 번째 자산으로 이어진다. 베트남은 외교 및 국방 파트너십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힘의 균형은 작은 나라에게 필수적이다. 강대국의 힘 겨루기 때문에 작은 나라가 감당해야 했던 대가를 베트남처럼 잘 상기시켜주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한때 서방에서 베트남은 국가 이름이 아니라 전쟁과 동의어였다. 이제 베트남은 강대국 사이의 분쟁에 휘말리지 않고 강대국 사이의 경쟁을 이용하여 평화를 유지하고 주권을 지키려 하고 있다. 하이양 시유 981 사건 후 베트남은 미국, 일본, 인도와의 관계를 확장하면서 해양 안보를 중심으로 군대간 협력도 포함시켰다. 베트남과 미국의 놀라운 관계 회복 그리고 다른 강대국과의 관계 강화는 중국의 위협을 완화하는 열쇠로 여겨진다. 2016년 5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과 수십 년 동안 유지돼온 무기 금수 조치의 해제는 밝고 새로운 양국 관계의 문을 여는 역사적 발걸음이었다. 저자가 다른 곳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현재 미국과 베트남은 양국 역사상 최고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으로 베트남-미국 관계의 새로운 추진력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불확실했다. 취임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이 이득을 볼 것으로 기대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했다. 베트남은 실망스러운 소식에도 불구하고 곧 적극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를 공고히 했다. 2017년 5월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가 동남아시아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했으며 이는 아시아 정상 중에서도 신조 아베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주석 다음으로 세 번째였다. 이 방문을 통해 양국은 무역 협정을 체결했을 뿐 아니라 협력 의사를 확인하며 더욱 큰 성과를 거두었다.

동남아시아는 늘 강대국 정치에 휘말렸으며 최근 들어 국가들 간 관계가 때때로 크게 변화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지정학적 상황과 국익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베트남의 사례를 중국에 대한 모범 해법으로 제시할 수는 없다. 특히 동남아시아의 정치 현황은 상대적으로 역동적으로 변하며 변덕스러운 패권 변화를 반영하고 있어 모든 해법이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베트남은 중국의 지배에 저항한 오랜 역사가 있기 때문에 그 사례를 참조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단 하나의 대중국 모범 해법은 존재할 수 없지만, 어떤 해법을 택하든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적어도 다음 세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첫째, 중국의 모든 경제적 참여가 황금 티켓은 아니며 오히려 빚의 함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중국의 많은 투자 전략이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가져오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많은 경우 투자 대상국의 국익을 훼손하게 된다. 대부분의 동남아시아 국가는 국내 정치에 몰입하고 있어 시야가 내부로 향하는 경향이 있다.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의 경우 중국의 위협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기회로서의 매력을 훨씬 크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회와 위협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은 모든 동남아시아 국가의 공통 과제다. 베트남은 “중국 위협”을 크게 인식하는 나라 중 최전선에 있다. 사실 베트남이 국방, 외교, 무역 정책에서 더욱 미래지향적인 결정을 하게 된 것은 중국 위협 때문이다. 현 지정학적 상황의 구조 변화는 베트남에게 중국이 강압적으로 영토 확장을 시도했던 역사를 상기시킨다.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경제 유인책에 막대한 장기 비용이 뒤따른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비대칭적 관계에서 작은 국가는 전략적으로 뛰어나야 한다. 대륙 쪽에 위치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중국 국경 바로 너머에 위치하고 있어 이 지역과 중국을 연결하는 인프라 투자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메콩강 하위 지역은 중국으로부터 인프라 개선 투자를 받았지만 메콩강을 따라 중국이 건설한 수력발전 댐으로 인해 물 공급과 농산물 수확량에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2017년 5월 베트남 꽝남에서 열린 순찰선 인도식에서 테드 오시우스 미국 대사(중앙)가 베트남 해안경비대와 함께 걷고 있다. 남중국해 분쟁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양국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해안 순찰선 6척을 인도했다.

둘째,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꾸준히 전략을 발전시켜 모든 전선에서 나날이 커지는 중국의 역량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 중국의 전략 문화와 역사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베트남 지도자들에게 유익했던 것은사실이나 여기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현대전은 종합적이기때문에 중국의 강압에 대응하는 것은 과거보다 더욱 복잡하고 어려워졌다. 경제, 생태계, 외교, 심리, 정보전이 전장에서 벌어지는 전통적인 전쟁 위협보다 훨씬 크다. 중국은 군사, 경제, 에너지, 기술을 가리지 않고 모든 형태의 패권 리더십에 투자했다. 중국은 벌칙과 유인을 총동원하여 모든 형태의 강압을 극대화함으로써 정치적 도구로 변모시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 위협에 대한 베트남이나 다른 나라의 대응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단독 대응으로는 불가능하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서로 협력하고 국제 사회의 도움을 받으며 법을 준수해야 한다. 동남아시아 국가들끼리 강력한 관계를 구축하고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 회원국의 지역 의제 해결 의지를 강화해야 한다. 베트남은 ASEAN의 단결에 대한 지지를 두 배로 강화하고 역시 ASEAN을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는 싱가포르와 협력하여 이웃 국가들에게 국가 방위와 지역 안보의 연결 관계를 각인시켜야 한다.

흐엉 르 투 박사는 호주국립대학교 전략 및 국방학 연구소의 초빙 펠로우이며 싱가포르 유소프 이샤크 동남아시아 연구소의 어소시에이트 펠로우다. 본 기사는 2017년 8월 발행된 로위 연구소 보고서
《미국-중국 경쟁에 대한 동남아시아의 시각》에서 발췌되어 포럼 포맷에 맞게 편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