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주민,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 영국 여권 신청
로이터
금융 중심지 홍콩의 중국 반환 20주년이 가까워지면서 중국의 개입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많은 홍콩 주민들이 사회 불안이나 인권 제한에 대비하여 영국 여권을 받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영국 정부 데이터, 외교 소식통, 그리고 홍콩 주민 6명의 증언은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 커지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에 대한 불신을 보여준다.
1997년 7월 1일 폭넓은 자치권과 사법적 독립성을 보장하는 “한 나라, 두 체제” 방식에 따라 영국은 홍콩을 중국에 반환했다. 중국은 홍콩의 자본주의 체제가 적어도 50년 동안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그 후에는 어떻게 될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홍콩에 거주 중인 외국인 및 외교관들은 특히 2015년 “점령” 거리 시위를 비롯해 홍콩의 분열을 일으킨 민주화 촉구 움직임 그리고 중국이 금지한 독립 요구의 목소리가 증가하면서 해외 보호를 요청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고 말한다. (사진: 2016년 7월 영국과 홍콩의 재통합을 주장하는 시위대가 과거 식민지 홍콩 깃발을 들고 있다.)
그들은 본토 당국이 중국 지도자 비판 서적을 판매한 홍콩 출판인 여럿을 납치함에 따라 중국의 불개입 약속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5세 홍콩 주민 데니스 응간은 “홍콩은 중국의 지배에 들어갈 것이며 정치 불안 시 2047년에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며 “최악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의 중국 대표 연락 사무소는 팩스로 보낸 의견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
많은 홍콩 주민과 마찬가지로 응간은 1997년 이전 홍콩 영주권자에게 발행된 특수 신분 여권인 BN(O), 즉 영국인(해외) 여권을 갱신할 계획이다.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2016년 3만 7500개 이상의 BN(O) 여권이 발급됐으며 이는 2015년에 비해 44% 증가한 것으로 지난 10여 년 사이 가장 높은 건수다.
BN(O)는 자동으로 영국 거주 허가를 부여하지는 않지만 여권 소지자는 6개월 동안 무비자로 방문하고 영국 영사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응간은 “BN(O) 여권은 일종의 보험이다. 이를 갱신하는 것은 여행 허가서 확보의 차원이 아니라 권리나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의 문제”고 말했다.
영국 내무부는 2017년 발급 BN(O) 여권 데이터와 BN(O) 소지자 영국 시민권 신청 건수에 대한 로이터의 요청을 거부했다. 하지만 홍콩의 외교 소식통들은 홍콩의 미래에 대한 우려 때문에 외국 시민권 신청자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영사관의 한 고위 외교관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다. 홍콩 내 모든 대사관에 시민권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2015년까지 10년 동안 홍콩 출신 귀화자가 증가했고 대만도 2016년에 총 1086명의 홍콩 주민이 대만 영주권을 받으며 지난 10년 사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편 2015년 한국 영주권을 신청한 홍콩인 수는 2007년에 비해 7배 증가했으며 미국의 경우 홍콩인에게 발급된 이민 비자 수가 2015년~2016년 기간 동안 22%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