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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과 환경 지속 가능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아시아 도시들

택시 기사 에드가르드 라비타그(Edgard Labitag, 42세)는 자신이 필리핀 최초의 최첨단 녹색 도시이자 재해 저항성까지 갖춘 뉴클락시티에 갈 일은 없겠지만 이로 인해 마닐라의 교통 체증 부담을 덜어 도로에서 낭비하는 시간을 줄이고 자녀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덥고 습한 어느 일요일 오후, 그는 교통 체증으로 악명 높은 인구 1300만 명의 마닐라 도로를 운행하며 또 한 번 한탄했다. 그는 교통 정체를 가리키며 “마닐라 하면 떠오르는 건 수많은 사람, 공해, 교통 정체뿐”이라며 “다행히 정부에게는 계획이 있다. 그리고 로드리고 두테르테(Rodrigo Duterte) 대통령이야말로 문제 해결의 적임자”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계획은 9450헥타르 규모의 뉴클락시티로,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25~30년 뒤 완공될 시점에는 뉴욕의 맨해튼보다 크고 120만 명 이상이 거주하게 될 예정이다. 도시 전문가들은 이 계획의 목표가 세계에서 가장 태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 이 지역에 기후 충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도시를 건설하고 자연 중심으로 개발을 추진함으로써 건강하고 자연 친화적이며 지속 가능한 삶을 증진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뉴클락시티는 기존의 도시 계획 관행에 도전장을 내밀고 일본, 인도, 미국 등지의 새로운 경향을 반영하여 정부, 개발자, 기업, 일반 시민을 통합함으로써 재해 저항성 있는 녹색 도시도 충분히 비용 효과적일 수 있음을 입증하고자 하고 있다. 글로벌 싱크탱크인 랜드사의 연구원 벤자민 프레스턴(Benjamin Preston)은 “단순히 재해에 강한 도시를 만드는 게 아니라 성공적이고 혁신적이고 경제적으로 경쟁력이 있으면서 재해에도 강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뉴클락시티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관계자들은 2017년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달성한 필리핀이 인프라 지출을 늘려 일자리를 만들고 외국 기업 유치를 늘리려 하고 있어서 두테르테 대통령이 프로젝트를 빠르게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영 기관인 기지 전환 및 개발청은 정부가 뉴클락시티를통해 나날이 증가하는 마닐라의 인구, 밀도, 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경주하고 있지만 신도시 계획을 신중하게 진행하여 과거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로젝트 감독 기관이기도 한 기지 전환 및 개발청의 빈세 디손(Vince Dizon) 청장은 “민간 분야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빠른 개발, 공공 용지 보호, 보행자 중심, 재해에 강한 녹색 도시 등, 이 모든 요소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양한 인프라가 계획되어 있지만 미화 140억 달러 규모의 도시 대지 중 3분의 1만 개발되고 3분의 2는 녹지와 농업용지로 남겨둘 것이라고 밝혔다. 네덜란드 건축가 마테이스 바우(Matthijs Bouw)는 미국 텍사스 휴스턴과 싱가포르를 참조하여 물 관리와 녹지가 도시 시스템과 긴밀히 연계되도록 통합적인 도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 정부와 함께 종합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바우는 뉴클락시티를 자연 중심으로 설계하고 강을 따라 충분한 공공 용지를 확보함으로써 홍수 피해 방지뿐 아니라 다른 여러 효과를 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우는 “도시 계획에 녹지를 포함시키면 물 저장 및 배수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에게 편리한 방식으로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고 도로를 설계할 수 있게 된다. 즉 사회적 복원력도 강화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랜드사의 경제 전문가들은 복원력 구축에서 파생되는 사회, 환경, 경제적 이익을 입증하고 녹색 도시 계획이 부유한 국가들만의 옵션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적절한 비즈니스 사례를 개발하고 있다. 뉴클락시티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아시아 개발 은행의 우스하 타쿠르딘(Oesha Takoerdin)은 “도시에 녹지를 계획하고 투자하는 것이 국가 발전을 위해 중요하고 비용 경쟁력도 있다는 점을 점점 더 많은 중위권 국가들이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 전문가들은 뉴클락시티가 동남아시아에서 빠른 경제 성장과 사회 및 환경 정책 사이의 균형을 찾은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바로 옆 도시에게도 큰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록펠러 재단이 후원하는 아시아 태평양 100대 재난 복원력 도시 네트워크의 로렌 소르킨(Lauren Sorkin) 이사는 “마닐라의 부담이 줄어 앞으로 더욱 재해에 강한 미래를 건설하는 데 투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데이터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밀집된 도시 중 하나인 마닐라는 인구 밀도가 제곱킬로미터당 1만 4500명으로 런던의 거의 세 배에 달한다. 일본 정부의 한 연구는 마닐라의 교통 체증으로
2030년에는 매일 미화 1억 5500만 달러의 생산성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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